이번 주 K팝스타의 주인공은 단연 299점이라는 경이적인 심사위원 점수를 획득한 박지민입니다. Top7의 막내이면서 확연한 성장과 곡 해석 능력, 시원한 고음을 선보인 그녀는 다른 여러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우승후보로서의 면모를 당당하게 선보였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이번 주는 이승훈을 위한 방송이기도 했습니다. 개성과 퍼포먼스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못내 아쉬운 무대만을 반복하며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던 그가, 심사평처럼 홈런은 아니지만 준수한 2루타 같은 무대를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시청자와 심사위원들에게 입증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주 방송에서 가장 저의 눈에 들어온 이는 이들 승자들, 화려한 성과를 거둔 재능들의 면면들이 아닙니다. 탈락한 윤현상과 비슷한 250점 대의 최하점 수준의 점수를 받고 심사위원들의 쓴소리를 들었지만 가까스로 생존하며 JYP에 캐스팅되었던, 그리고 탈락자보다 훨씬 더 서러운 폭풍 눈물을 흘린 소녀 백아연이 그 주인공이죠. 왜 그녀는 아슬아슬한 생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통곡을 했을까요. 무엇이 대변신을 지켜봐 달라며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한 그녀를 그렇게도 힘들게 만들었을까요.
K팝스타는 용감한 친구들의 일갈처럼 이젠 지겹기까지 한 수많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서도 유난스러운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공중파 방송, 국내 굴지의 대형 기획사가 전면에 나섰다는 화려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교해도 K팝스타는 출연진 면면의 연령이 지나치게 낮아요. Top10 중에서 최고령이었던 지난주 탈락자 백지웅은 고작 23세이고, 이번 주 격찬을 받은 박지민은 17세입니다. 펑펑 눈물을 흘린 백아연은 이제 20살입니다. 20대 초반부터 10대 후반 재능들의 경쟁. K팝스타는 대형 기획사들이 구축한 아이돌 천하인 가요계, 즉 어린 재능들의 전쟁터를 그대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식한 것에 불과합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닮아 있는 현재 가요계의 축소판이죠.
20세 풋풋한 여성에게 요염함을 가르쳐 주겠다는 권유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단 한 주 만에 유력한 우승 후보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기증도 경험합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매주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오락가락인 데다가 매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집으로 떠나 버립니다. 물론 어차피 이런 경쟁이 곧 인생이고, 어떻게든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는 동년배 지망생들에 비해 그래도 이들은 축복받은 것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 어린 재능들이 상처투성이의 경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지금의 현실이 오히려 삐뚤어진 것은 아닐까요?
이번 주에는 백아연이 눈물을 보였지만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울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어떤 이는 환호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겠죠. 하지만 그런 함성과 감탄의 뒤에 느껴지는 씁쓸함은 이 프로그램이 우승자를 배출할 그 순간까지도 쉽게 가실 것 같지 않습니다. 백아연이 흘린 폭풍 눈물은 그런 잔인함과 씁쓸함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어요. 도전자들 개개인의 재능은 언제나 감탄하게 만들고, 그들의 무대에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전 마지막까지도 이 프로그램의 기획과 목적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