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2에 차태현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고 제대로 밥값을 하게 되기까지 1박2일은 차태현의 의한, 차태현의 예능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차태현이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집중하고 또 대단히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다른 멤버라고 긴장을 놓고 있을 상황은 결코 아니지만 문제는 그 긴장을 이겨내지 못해 경직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멤버가 존재하는 데 반해 차태현의 긴장감은 노련한 사냥꾼처럼 기민한 반응을 가져온다는 점이 다르다. 타고난 예능감이 다르다고 할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이렇듯 차태현의 역할은 축구로 말하자면 스트라이커에 해당할 것이다. 예전의 이수근, 은지원 등이 했던 역할이다. 특히나 첫 방송의 불운의 등목부터 해서 매 방송마다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수훈갑의 스트라이커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차태현의 존재감은 걸그룹들도 인정하는 추세였다. 이수근이 수지와 보라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 1박2일 함께하고 싶은 멤버 1위로 뽑힌 것 역시 차태현이었다.

이번 주 방송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차태현의 몫이었다. 저녁식사의 핵심이었던 삼겹살 14줄이 걸린 고무줄넘기에서 키로나 직각 이상이 벌어지지 않는 유연성 제로의 몸을 가진 차태현은 청바지를 벗고, 성시경의 귀마개로 중요부분 보호대로 활용하는 과감한 도전으로 성공을 거뒀다. 줄넘기에서 성공해서 더욱 빛이 났지만 실패했다면 더 빛이 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요즘 1박2일의 대명사 복불복이 새PD의 단호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싱거워졌다는 불만을 많이 사는데, 차태현이 온갖 준비 끝에도 실패했다면 멤버들은 배를 곯겠지만 시청자들은 좀 더 만족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1박2일에서 익히 보았던 야생의 전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1박2일은 너무 잘 먹고 잘 잔다. 그래서 야생이란 말이 쏙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듬직한 스트라이커가 최전방에서 활약을 해주기 때문에 과거 공격수에서 현재는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이수근의 볼 배급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덕분에 이수근의 미드필드 장악이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다.

새 1박2일 공격진영에는 의외의 복병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김종민. 본래 수비수지만 오버래팅으로 치고나와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시즌1이 끝날 즈음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예능감은 차태현 외에 이렇다 할 예능선수가 없는 시즌2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다소 무리한 애드리브도 요즘은 제대로 먹히고 있다. 1박2일의 위기가 김종민을 살렸고, 또 그 김종민의 부활이 1박2일을 살리고 있다.

최근 1박2일에는 화면마다 김종민이 빠지는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김승우도 그런 분위기에 뒷짐 지고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나름의 맏형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비록 강호동 식의 맏형은 될 수 없지만 절대음감을 통해서 보여주었듯이 뭔가 미숙하고 얼떨떨한 모습으로 간간히 반전의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야야에 당첨되는 굴욕까지 뭔가 시선을 줄 만한 상황을 자타가 만들어가고 있다.

그 외 엄태웅, 성시경, 주원에게는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성시경의 몸개그 도전, 엄태웅의 텐트당 합류, 내내 잠잠하던 주원의 마지막 눈의 꽃 열창으로 어쨌든 조금씩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촬영이란 점은 감안해 아직은 더 시간을 주기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헌데 좀 후할지라도 시즌2 1박2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단연 차태현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다. 차태현의 예능감각을 의심치는 않았어도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시즌1이 강호동의 1박2일이었다면, 시즌2는 차태현의 1박2일이 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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