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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단두대 매치'의 흥미 반감시킨 관중 난입 사태[블로그와]김지한의 Sports Fever
김지한 | 승인 2012.03.25 12:04

24일 오후에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대전 시티즌 경기는 1주일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강등제가 실시되는 첫 해에 시즌 초반 하위권에 있는 두 팀이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개막 후 3전 전패에 빠져 있던 두 팀 입장에서는 이번 4라운드를 잡아야 남은 레이스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아주 힘든 레이스를 펼칠 공산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이 경기를 두고 '단두대 매치'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팽팽함, 긴장감...흥미로웠던 단두대 매치

기대한 대로 이 경기의 수준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높았습니다. 추운 날씨 탓에 선수들이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흥미롭게 했습니다. 특히 골이 모두 터진 후반에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경기가 전개됐습니다.

재미있는 경기 전개만큼이나 내용도 있었습니다. 인천이 야심차게 데려온 김남일-설기현 콤비가 개막 후 4경기 만에 제 모습을 드러내며 선제골을 넣었고, 이 기세를 이어 설기현은 패널티킥 골까지 성공시키며 멀티골을 작렬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대전 역시 올해 신인인 허범산이 만회골을 넣고, 올 시즌 팀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대전이 경기를 주도하고, 인천은 역습을 노리는 형태로 경기가 진행돼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이 경기 하나에 많은 것이 걸려 있던 만큼 신경전도 어찌 보면 당연하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하위권 경기였지만 경기 수준은 상위권 못지않았습니다. 강등제로 인한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경기로 좋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 지난 11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개장경기로 열린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수원 삼성 경기를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이나 뚫린 그라운드, 눈살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경기 후에 나온 볼썽사나운 장면이 묘미를 반감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라운드에 있던 인천 마스코트를 향해 대전 팬 일부가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폭행을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입니다. 폭행이 일어나자 경호원과 보안요원들이 이를 말리려 했고, 대전 선수들까지 자제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됐고, TV 중계를 통해서도 전국에 방영됐습니다. 폭행 및 관중 난입이 발생하게 된 경위, 사실 관계 등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어쨌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고, 여러 사람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사태가 벌어지기 몇 분 전에도 한 인천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일이 벌어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몇몇 팬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많은 이들의 기분만 나쁘게 했습니다. 선수가 불상사를 안 입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을 뿐, 정말 창피했고 씁쓸했습니다.

한 경기에 두 차례나 관중이 난입하고, 마지막에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경호업체, 구단 관리 소홀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습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구조 특성상 여러 가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했는데도 두 번이나 관중에게 그라운드가 뚫린 것은 분명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흥분한 관중이 일으킨 폭행, 아주 잘못됐다

하지만 그보다 승부에 너무 집착하고 흥분해있던 관중의 의식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갈려진 승패에 따라 팬으로서 물론 흥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자제를 촉구할 정도로 과도한 의식에 젖어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응원해야 하는 판에 이들이 마음 놓고 뛰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팬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것이고, K리그의 명예에도 큰 상처를 입힌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몇몇 팬들의 과도한 행위, 의식을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고, 매우 유감스러웠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에 관중 난입을 막는 장치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이는 결과만 가져다 줬습니다.

'잘못된 응원 문화' 우리를 먼저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 삼자

우리는 지난달, 오만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에서 오만 관중의 폭죽, 물병 투척에 대해 엄청난 비판, 비난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경기장에서 지켜야 할 상식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의 응원 문화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붉은악마, 한국 축구 응원단 문화는 A급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 결과에 승복하고,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를 주워가는 모습은 세계인들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부심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 K리그에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정당화될 수도 없고, 잘못된 행위가 인천-대전 전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일이 또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해당 관중에 대한 확실한 징계 및 각 구장 별로 관중 난입, 폭력 사태 등에 대한 대비책을 재점검하는 것입니다. 사례가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도록 싹을 자르고, 확실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팬, 서포터들의 성숙한 의식 재고 또한 필요합니다. 선수들이 지켜야 할 페어플레이 정신만큼이나 서포터, 팬들이 지킬 페어플레이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한국 축구, K리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다시는 일으키지 말아야 하며, 절대 생겨서도 안 됩니다. 에피소드로 넘기기에는 아무튼 정말 큰일이었고, 많은 것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지한  talktoji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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