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종료 후 주전 포수 조인성의 SK 이적으로 LG는 올 시즌 극심한 포수난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조인성이 공수 양면에서 리그 최고급의 포수였지만 LG의 전임 감독들은 백업 포수를 육성하는데 소극적이었기에 조인성의 이적 이후 공백을 메우기 힘들 것이라는 평이었습니다.

당초 LG의 새로운 주전 포수로 거론된 것은 심광호와 김태군입니다. 하지만 두 포수 모두 약점이 뚜렷합니다. 만 35세의 포수 심광호는 안정적이지만 어깨가 약해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하며 시즌 타율 2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008년 입단한 프로 5년차 김태군은 팀 내에서는 나름대로 풍부한 포수 경험을 지니고 있지만 역시 도루 저지 능력에 약점이 있으며 전반적인 기량 향상이 정체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LG 김기태 감독은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주전 포수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가장 많이 출장 기회를 얻고 있는 포수는 고졸 2년차 유강남입니다. 유강남은 LG가 어제까지 치른 시범경기 6경기에 모두 출장한 유일한 포수이며 선발로도 가장 많은 3경기에 출장했습니다.

지난 1월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체력 테스트에 탈락한 김태군이 추가 체력 테스트에 합격했음에도 전지훈련에 끝내 합류시키지 않은 것은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가 유강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수 후보인 윤요섭과 나성용이 시범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유강남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상무 입대를 준비했다 막판에 무산된 것이 유강남으로서는 새옹지마가 된 것입니다.

▲ 작년 9월 22일 잠실 넥센전에 7회말 1사 후 대타로 기용되어 1군에 데뷔한 유강남
유강남은 LG의 기존 포수들의 약점으로 지적된 도루 저지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음을 시범 경기를 통해 입증했습니다. 어제 사직 롯데전에 이르기까지 상대의 5번의 도루 시도에서 4번이나 저지했습니다. 약 1주일간의 시범 경기로 도루 저지 능력을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지만 80%의 도루 저지율은 상당한 것입니다.

특히 어제 롯데전 5회말 1사 볼 카운트 1S 3B에서 투수 신재웅을 향해 1루 주자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을 믿고 투구에 집중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에 곧바로 도루를 시도한 신본기를 2루에서 아웃 처리하는 유강남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유강남은 어제까지 11타수 4안타 타율 0.364 2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시범 경기에는 1.5군급 투수들도 등판하며 주축 투수들은 자신의 투구를 시험하는 차원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아 기록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타율 자체는 준수합니다. 거포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처럼 타격에 있어서도 성장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LG가 중위권 이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전 포수 역시 2할 6푼대 이상의 타율을 유지해 하위 타선이 ‘쉬어가는 타선’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강남의 타격은 주목할 만합니다.

아직 경험이 적다는 약점은 당연히 눈에 띕니다. 어제 롯데전 1회말 1사 1, 3루에서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떨어진 홍성흔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3루 주자보다 타자 주자에만 신경 쓰다 실점한 것은 아쉬운 플레이였습니다. 배터리를 이룬 입단 동기 임찬규의 콜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항상 선행 주자의 움직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수비였습니다. 하지만 경기 출장 횟수가 증가하고 시야가 넓어지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LG는 올 시즌 당장의 성적보다는 센터 라인의 주전을 확보해 미래를 엿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9개의 포지션 중 가장 키우기 힘들다는 주전 포수를 키우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시범 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유강남이 기대만큼 성장해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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