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한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항소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스포츠서울 칼럼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와 관련해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산업은행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4일 항소를 포기하면서 1년 4개월에 걸친 소송전이 종결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칼럼을 작성한 권오철 기자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불완전 판매했다"고 말한 적 없기 때문에 기사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주장되는 것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취재석]이라는 형태로 작성된 기사는 취재기자의 순수한 보도기사의 성격보다는 평론의 성격이 강하다"며 "큰따옴표가 보통의 경우 인용의 의미로 쓰이지만, 강조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다, 이 사건 최초 기사의 내용을 일반인이 보통의 주의를 가지고 읽었을 때 이동걸 회장이 큰따옴표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권오철 기자가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쓴 데 대해 "논평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다,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가격 정보 부제공 사실을 이동걸 회장이 인정하였다는 것"이라며 "결국 피고는 이를 전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논리를 이 사건 기사를 통해 논평 형식으로 주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의 소송전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우 의원은 이동걸 회장에게 "언론보도에 대한 봉쇄소송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런 소송이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제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했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입는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 피해가 속출, 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723개 기업이 3조 3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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