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이 뉴스타파를 통해 6일 오후 공개됐다.

검찰 인맥을 활용해 사건 무마가 성사됐다는 당사자 발언으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주임검사였다.

해당 녹음파일은 지난해 9월 15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이 나눈 대화내용이다.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의 취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6일 오전 선거 유세에서 돌연 언론노조를 '민주당 정권 전위대'라고 비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가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산별노조인 언론노조에 대해 민주당 정권의 첨병 중의 첨병이라는 극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판단된다.<관련 기사 : 윤석열, 언론노조 가리켜 "정권 전위대, 뜯어고쳐야">

지난해 9월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화를 하며 작성한 기록. 뉴스타파 3월 6일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갈무리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지난해 9월 15일 기자 시절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위원장을 성남시 판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김만배 씨의 실명은 물론 박영수 전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관련성 등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 자리에서 김만배 씨는 "(박영수 전 특검의 영향력이)통했지. (윤석열이)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라고 말했다.

김만배 씨는 조우형 씨로부터 자신의 수사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박영수 전 특검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김만배 씨는 "(내가 윤석열한테) ‘석열이 형, (조우형이) 내 동생이야’라고 어떻게 말하겠냐"며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OO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줘"라고 말했다고 했다. 김만배 씨는 자신이 '검찰의 혈관'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통할 만한 사람'인 박영수 전 특검을 조우형 씨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만배 씨는 당시 중수2과장인 윤석열 후보가 어떻게 관여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이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라고 묻자 김만배 씨는 "윤석열은 (박영수가)데리고 있던 애지"라고 답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종잣돈 1805억 원을 끌어온 인물은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다. 조우형 씨는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시작된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에서 조우형 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이후 4년 뒤 수원지검이 조우형 씨를 기소했으며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지난달 JTBC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남욱 변호사는 자신과 김만배, 조우형 씨가 두 번째 조사 출석 전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을 때 나눈 대화라며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남욱 변호사는 "조우형이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을 했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의 이같은 진술은 2개월 전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의 대화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뉴스타파는 박영수 전 특검, 윤석열 후보, 조우형 씨, 박 모 검사(현 변호사)에게 입장을 물었다. 박영수 전 특검만 언론 담당 변호인을 통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남욱 변호사 진술을 근거로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냐"고 질문하자 "전 그 사람 본 적 없다. 10년 전 것까지 갖다붙이려고"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6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맞아 떨어지는 언론노조 비난 타이밍

윤석열 후보는 뉴스타파 보도에 앞서 6일 오전 경기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돌연 언론노조를 '정권의 전위대'로 규정하고 나섰다. 그는 "이 사람들 집권하고 연장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공작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앞세우고 그 강성노조를 전위대로 세워서 가장 못된 짓을 다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는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며 "정치 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언론인들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김만배의 거짓 진술을 토대로 객관적 검증 없이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보도이므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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