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하루 만에 '정치개혁' '국민통합정부' 등에 대해 선을 긋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의힘이 안 대표를 국정파트너로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단일화 합의와 관련해 '공동대표체제'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는 질문에 "들은 바도 없고 협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단일화 합의 내용과 관련해 알려진 거의 모든 내용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합당 이후에도 이준석 대표 단일체제로 가는 건가'라는 질문에 "거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예전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바로 합당하기로 했었다. 그때도 당명 변경 요구 등이 나와서 무산됐는데 이번에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진행자가 '서울시장 선거 후 진행됐던 협상에서 합의된 것부터 다시 얘기가 시작되는 건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전혀 아니다. 상황이 완전 다르다"며 "대선경선에 대한 공정한 참여 등을 이야기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시기가 다르다"고 답했다.

(왼쪽부터)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합당 이후 국민의힘 최고위원직 배분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는 "들은 바도 없고, 당차원에서 제안한 적이 없다"며 "(단일화)협상단이 전권을 위임받은 적도 없고, 그건 협상과정에 있어 전적으로 당의 영역"이라고 했다. 현재는 대통령 후보자인 윤 후보에게 당무 우선권이 있지만, 단일화 합의에서 거론된 내용은 선거 이후 당대표의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요구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거야말로 당에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 당선 시 안 대표가 총리 등 행정부에 입각할 가능성에 대해 이 대표는 "자리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나중에 공동정부가 구성되고 그 안에서 적절한 인사들이 추천되고 하면 고려해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논의가 오간 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동정부, 연립정부라고 하면 DJP연대 정도 되어야 한다. 그런데 DJP 정도는 상당기간에 걸쳐 가치연대나 분점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선거 일주일 남기고 안 대표의 사퇴 후 지지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인수위 단계 등을 거치면서 저희가 승리한다면 논의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의 '그 사람' 발언에 대해 "저는 예전에 그분한테 '그 자'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안 대표의 인간적인 대응이 참 항상 흥미롭다"고 했다. 진행자가 '그 흥미로움이란 것은 당을 공동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모습이 연출될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도 연결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당을 공동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 오간 얘기가 없다. 안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지 당에서는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3일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는 '이 대표의 조롱섞인 모욕이 앙금으로 남지 않았냐'는 기자들 질문에 "저는 별로 관심 없는 얘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얘기했는지 나중에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단일화 결렬 이후 두 당의 책임공방 과정에서 이 대표는 안 대표 측 논평 등과 관련해 "막말 쩌네요", "댓글로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유세차 사고로 숨진 동지의 유지를 받들어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를 향해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자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는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양당 관계자들과 함께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 대표가 언급한 '정치개혁'에 대해 "본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3일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합당하면 다당제 소신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당제가 제 소신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정치개혁안을 거론했다. 안 대표는 중대선거구제·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혁,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위헌 소지가 없다면 바로 선거법을 통과시켜서 다음 대선부터는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는, 더 바람직한 대선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며 "그런 입장에서 민주당도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승패에 관계없이 민주당이 얘기한 부분에 함께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방금 것에 윤 후보도 동의한 건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윤 후보가 아닌 이양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나서 "저희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 당연히 개혁해야 한다. 그런데 내용이 중요하다"며 "뭐든지 바꾸면 개혁은 아니지 않나. 개악도 있는 것인데 민주당이 정치개혁이라고 내세우는 이슈들을 보라"고 말했다. 선거제도 등 다당제 정치개혁안을 '개악'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했던 말은 무슨 조건이 되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안철수 후보 본인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본인 생각이 그렇다는 것과 야권 통합 논의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20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 시 국민의힘-국민의당 갈등 배제 못해

언론에서는 윤 후보 당선 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단일화 협상의 결과가 합당과 인수위·정부 공동구성 정도 밖에 공개되지 않았고, 이 대표 등이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 대표가 "그동안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고 말해 그의 입각 또는 광역단체장 출마가 전망되고 있다.

안 후보가 통합 정당의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3일 국민의당 단일화 협상을 대리한 이태규 의원은 "당 대표로 나설 수도 있고 행정부로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같은 날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면서도 "당권이라고 표현될 만한 부분에 대해 조율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4일 기사에서 국민의힘 최고위 국민의당 몫 배정,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의당 참여와 지위, 국무총리·장관직 배분 등의 문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기사 <인수위 구성·공동정부·합당… 합의이행 곳곳 지뢰밭>에서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실천 가능한 약속인 데다, 선거 직전 갑작스러운 결정인 만큼 협상 과정에서 지분 보장 등을 두고 충돌할 수 있어 난관이 예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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