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용단', '결단'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러나 주요 신문은 비전에 대한 논의 없이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 결렬 책임공방을 벌이던 양측이 정치공학적으로 '묻지마' 단일화를 이뤘다고 비판하고 있다.

4일 조선일보는 사설 <尹 결단과 安 용단으로 단일화, 정권 교체 여론 따른 순리다>에서 "이번 대선에서 가장 확고한 흐름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언제나 50%를 넘고 있다는 것"이라며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유권자들의 대세가 정권 교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조선일보는 "정권 교체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윤, 안 두 후보가 끝까지 따로 출마한다면 정권 교체가 아니라 그 반대로 정권 유지를 돕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통합 공동 정부 운영의 의지를 밝힌 윤 후보의 결단과 정권 교체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 안 후보의 용단 모두가 순리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윤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두 사람이 국민 앞에 약속한 통합 공동 정부의 정신을 지켜 갈라지고 쪼개진 국민을 통합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썼다.

하지만 대다수 주요 언론은 두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두 후보가 정권 교체라는 목표로 합종연횡할 수 있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비전은 실종됐고,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다당제 소신 등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 온 정치철학을 스스로 허물며 국민을 기망했다는 지적이다. '국민통합정부'를 내세운 단일화 합의내용도 구체적이지 못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 4일 사설 <尹 결단과 安 용단으로 단일화, 정권 교체 여론 따른 순리다>

4일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후보 단일화의 역사가 면면하다 해서 그 자체로 자의적인 선거 구도 변화가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후보 단일화의 과정이 합당해야 하고, 단일화가 추구하는 가치가 정당해야 하며, 단일화를 통한 선거 승리가 만들어 낸 차기 정부의 국정 방향이 국리민복의 타당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윤 후보를 찍으면 1년 안에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던 안 후보의 말 뒤집기를 '구태'로 규정했다. 또 재외국민 투표를 사표로 만든 점, 차기정부 운영 과제를 후보와 극소수 측근들의 물밑 협상으로 갈음한 행태 등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추진한다면서 국민통합의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그럴듯한 모양새는 갖춰야겠고 4일 사전투표 때까지 시간은 없고 하니 이런 어설픈 합의안을 내놨다고 하겠다. (중략)이런 허물들을 '정권교체' 명분 하나로 덮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칼럼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에서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입지를 다지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안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지당한 결단이지만, 정권의 향배보다 정치 변화가 중요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안 후보의 철수는 '분통터지는 배신'이라고 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태극기부대와 선을 긋고 쇄신하는 듯했으나 윤석열-이준석 체제에서 다른 버전의 혐오 정치로 나아갔다"며 "안 후보는 혐오와 편가르기에 기반해 세력을 키워온 국민의힘 정체성을 허물 준비가 돼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에겐 제3지대를 무너뜨리고 유권자 선택권을 지운 책임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단일화가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 공학의 산물이라면 민주당의 주장처럼 권력 나눠먹기형 야합이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물론 윤 후보와 안 후보도 공동선언문에서 이념 과잉과 진영 논리를 극복하는 국민통합정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혁 방안이 담겨 있지 않아 구두선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단일화가 이해타산과 정치공학 차원인지, 가치연대 차원인지 지켜볼 일이라면서 "다만 전날까지도 단일화 결렬 책임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이다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 이르러서야 전격 담판 형식으로 합의를 이뤄낸 과정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혼란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결선투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면 제3지대 후보들도 단일화 및 사표 논란에 시달리지 않은 채 자신의 정책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최종 승자의 국정 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고, 안 후보도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국민의힘도 당론을 정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묻지마식' 정권교체와 통합이라는 빈 거푸집을 세우면서 권력 나누기부터 시작한 단일화라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두 후보가 노동이사제,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사드, 다당제, 결선투표제 등 곳곳에서 이견을 보였다며 "공동정부를 향한 지향에는 추상적 단어와 구호만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안 후보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던 안철수 무원칙 단일화>에서 안 후보를 향해 "그토록 반대했던 '닥치고 단일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온 그가 '선거 후 합당'에 합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중략)마지막 TV토론회 뒤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게 안 후보 쪽이었다는 보도도 충격을 더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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