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두산과 이틀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시범 경기에서 1승 2무 1패를 기록했습니다. 투타와 수비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선발 이대진은 1회말에만 4실점하며 부진했습니다. 대량실점의 화근은 1사 후 오재원에게 내준 몸에 맞는 공이었습니다. 2S 1B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풀 카운트까지 끌려간 뒤에 볼넷을 내줬는데 신인 포수 조윤준이 선발 출장했음을 감안하면 지난 시즌 도루왕 오재원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것은 베테랑답지 못했습니다. 이후 장타 2개 포함 4안타로 4실점했는데 제1선발 주키치를 제외하면 LG가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선발의 한 축을 맡아주기를 기대하는 이대진의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 모두 실망스러웠습니다.

6:4로 앞선 7회말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한 우규민 역시 매우 불안했습니다. 7회말과 8회말 모두 선두 타자에게 장타를 허용하며 출루시킨 뒤 2실점했습니다. 7회말의 실점은 유격수 오지환의 클러치 에러 탓이라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로케이션이 높게 형성되었습니다. 우규민이 구속이나 구위로 승부하기보다는 제구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투수임을 감안하면 로케이션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전지훈련의 연습 경기에도 등판이 적었던 우규민이 정규 시즌에서 셋업맨으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 LG 우규민 ⓒ연합뉴스
어제 경기에서도 9회초 무사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해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도 4회초 무사 3루, 5회초 무사 만루에서 적시타는커녕 희생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5회초 1사 후 이대형의 내야땅볼 때 3루 주자 김일경의 절묘한 슬라이딩 덕분에 1점을 얻은 것뿐입니다. 어제 경기부터 무사 3루의 절호의 기회가 걸린 것이 김태완, 이병규, 박용택 등 주전급 타자들이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6회초 서동욱의 적시타로 1점을 얻은 뒤 계속된 무사 1, 3루에서 서동욱의 도루자와 김일경의 포수 파울 플라이로 순식간에 2아웃이 되며 기회를 완전히 날릴 수 있었던 점까지 상기하면 LG의 무사 3루에서의 집중력은 상당히 취약했습니다.

6회초 서동욱의 도루자가 타자의 치고 달리기 작전 수행 실패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7회초 상대 실책으로 얻은 무사 1루의 기회에서 희생 번트에 실패한 뒤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것은 분명 서동욱의 잘못입니다. LG가 올 시즌 투수력이 크게 약화되어 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사 3루에서의 빈곤한 득점력이나 작전 수행 실패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1회말 우익수 윤정우의 수비도 아쉬웠습니다. 윤정우는 1사 2, 3루에서 최준석의 빗맞은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뒤로 빠뜨려 2루 주자의 득점까지 허용해 대량 실점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최준석의 타구가 떴을 때 2루 주자 김동주가 스타트를 끊지 않았으니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고 원 바운드 처리했다면 김동주까지 홈을 밟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경기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정우의 다이빙 캐치는 상황에 맞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시범 경기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과욕을 부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조윤준과 유강남 2명의 포수가 출장했습니다. 조윤준은 1회말 1사 후 오재원 타석 2S 1B에서 이대진의 원 바운드 볼을 블로킹하지 못하고 옆구리 사이로 빠뜨렸으며 계속된 1사 2, 3루 최준석 타석에서 초구에 원 바운드 볼을 미트에 맞춘 뒤 멀지 않은 옆에 떨어뜨려 다소 불안했지만 2회말부터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3회초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직선타를 기록했고 6회초에는 2사 3루에서 이용찬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타격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유강남은 7회말 오재원의 도루를 저지했으며 10회말에는 무사 2, 3루의 끝내기 위기에서 침착하게 무실점으로 경기를 종료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상대가 신진급 포수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고 있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조윤준과 유강남 모두 무난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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