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대 대선 마지막 TV토론에서 '성평등' 정치가 주제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당내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최근까지 '성별 갈라치기' 논란을 이어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권력형 성범죄-2차 가해' 사과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의 주제는 사회분야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젠더 정책 질의를 내세우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민주당 인사들의 성범죄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여성정책에 관한 질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다"고 운을 뗐다.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당 역시 '피해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며 "그 책임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공천까지 했던 점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상처입고, 또 이에 대해 질타하고 계신다. 국민 회초리의 무서움을 알고 앞으로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첫 TV토론에서 안희정 성폭력 2차 가해자가 선대본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 드렸다. 사실관계 파악해 조치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선대위에 2천명 가까이 있어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방송에서 조치하겠다 약속했으면 피해자한테라도 확인해보는 정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찾아보겠다. 가능하면 저에게 전화나 문자 하나 달라"고 했다.

또한 이 후보는 지난 토론에서 심 후보가 요구한 성추행 피해 공군부사관 사망 사건 특검 요구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심 후보가 "당에서 하셔야 한다"고 촉구하자 이 후보는 "민주당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이 제가 시킨다고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재명·심상정, '성별 갈라치기' 윤석열 질타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페미니즘,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과 성인지 예산에 대한 몰이해, n번방 방지법 반대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저출생 원인을 얘기하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교제가 잘 안 되고 저출생에 영향 미친다'고 말했다"며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이고, 페미니즘이 남녀교제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여전한가"라고 질문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지적했다. 이 후보는 "우리사회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금격차가 크고, 승진이 어렵고, 소위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것이 OECD에서 가장 나쁜 지표를 가지고 있다"며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개인적 문제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을 집합적으로 나눠 양성평등 개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공정하지 못한 처우를 받을 때 강력대응해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성인지 예산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여가부가 여성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 업무 등을 다 하는데 폐지하면 어쩌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구조적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성인지 예산 제도인데, 이걸 일부만 떼어내면 북핵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하냐. 윤 후보 정책 중 범죄피해자보호지원, 한부모지원강화 등도 다 성인지 예산"이라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 중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차원으로 만들어놓은 예산"이라며 "일반예산을 성과지표로 할 수 있다. 저는 그런 예산들을 지출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성평등을 위해 특별히 고려해야 할 예산을 모아놓은 분류 방법"이라며 "나라살림에 대해 모르고 마구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왼쪽부터)정의당 심상정,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성인지 예산'이란 국가 예산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평가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 성인지 예산 제도 도입을 이끈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 후보에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성인지적 차원에서 차별을 두면 안 된다는 검증대상이 성인지 예산"이라며 "윤 후보는 여성정책에 대해 코멘트 해주는 사람이 이준석 대표 말고는 없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 후보는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청년 공약으로 양성평등가족부 신설과 성폭력 무고죄 신설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남녀를 갈라치기 해 여성혐오로 표 얻어보자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여가부 폐지와 무고죄가 청년공약에 있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대검도 성폭력 사건 종결 이전에 무고죄 수사를 안 한다. 무고죄가 성폭력 신고를 못하게 하는 수단, 2차 가해를 일으키는 수단이기에 대검도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성범죄 처벌을 상향하는 만큼 무고죄도 강화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심 후보는 "우리나라가 무고죄 (처벌 수위가)가장 높다. 여성청년도 유권자"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에겐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도입이 공약집에 없다며 관련 입장을 물었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야할 과제"라며 "공개적으로 수차례 확인해왔다"고 답했다. 다만 비동의강간죄에 대해 이 후보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곤란한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명백하면 합의가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심상정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감세하는 복지는 사기"

이날 사회분야 토론의 주요 의제는 복지정책과 재원조달 방안이었다. 심 후보는 공약집에 재정계획을 적시한 후보가 없다며 전방위로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과거 후보들은 부실해도 공약집에 재정계획을 다 냈다"며 "그런데 그것도 안 내고 공약을 판다. 내일모레가 투표인데 아직까지 공약집에 재정추계도 안 낸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우선 '부자 감세' 비판을 받는 윤 후보를 직격했다. 심 후보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씀 들어보셨나"라며 "메니페스토에 답한 걸 보니 5년 간 266조원이고 이것도 과소추계다. 지방공약 예산과 감세를 뺐는데, 얼추 총 400조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종부세, 주식양도세 5년간 60조원 감소하는데 복지를 늘리겠다고 한다. 감세하는 복지는 사기"라며 "어려운 재난의 시기에 부유층에게 고통분담을 해달라 요청하는 게 책임정치"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자연세수 증가와 지출구조조정, 국채발행 등을 내세워 사실상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후보는 "제가 잡은 건 266조원"이라고 하자 심 후보는 "그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윤 후보가 "자료 없이 와서 아무말 하는데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심 후보는 "(재정추계)자료는 후보님이 내야지 왜 저더러 내라고 하냐. 자료를 내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 질의에 이 후보는 "증세 자체를 할 계획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박았다. 심 후보는 "코로나, 기후위기, 불평등 등 오만 복지개혁을 다 얘기하면서 증세계획이 없다면 채무로 하겠다는 건가"라며 "이 후보가 증세를 얘기하는 저에게 좌파적 관념이라고 하고, 증세는 자폭행위라고 말해 놀랐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삼프로TV'에서 "증세는 정권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자폭행위"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후보는 "심 후보가 '증세가 정의다' 이런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밝힌 네 후보의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심 후보 외에 증세를 얘기한 후보는 없다. 세수확보 방안의 경우 이 후보는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과 탄소배당(탄소세), 안 후보는 외국인 투기세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탄소세 도입 ▲종부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폐지 ▲법인세 최고구간 상향 ▲2억원 이상 고소득자 공제 축소 ▲주식양도세 공제 축소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세수확보 방안이 없다.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탄소중립 방안' 질문에 윤석열 "알려달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 후보에게 탄소중립 방안을 물었다. 윤 후보는 에너지믹스를 거론했다. 안 후보는 "제일 우려스러운 게 이런 것이다. 많은 정치인이 탄소발생하는 곳이 전기 생산에만 있다고 잘못 알고 있다"며 탄소가 발생하는 곳으로 제조업, 에너지산업, 목축업, 운송수단, 냉난방 등을 꼽았다.

안 후보는 이 중 철강산업과 관련한 탄소중립 방안을 다시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철강생산 때에도 주로 석탄이나 코크스 들어간다. 공학적 프로세스는 모르지만 안 후보가 잘 알면 저와 시청자 분들께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안 후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산업 중 하나가 철강 산업"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탄소포집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안 후보는 "포집하지 않는다. 포집기술 완성되지 않았다"며 "또 수소환원 방식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크게 어떤 방향으로 기술이 진행되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하는지 여쭤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마지막 토론까지 '대장동'… "특검 동의하냐" 질문에 즉답 회피

윤 후보는 주도권 토론 시간을 대장동 공세에 할애했다. 윤 후보는 돌연 "대장동 사건을 시장으로서 설계하고 이 후보가 승인을 했음에도 검찰은 수사를 덮었다"며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벌써 몇 번째 울궈먹는지 모르겠다"며 대장동 특검을 윤 후보에게 요구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이 끝나도 반드시 특검하자는 데에 동의해달라. 문제가 드러나면 당선되어도 책임지자는 것에 동의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이거 보세요"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동의하나. 동의하나"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다수당으로서 수사를 피했는데, 대선이 반장선가인가"라며 "정확하게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덮었지 않나"라고 했다. 다시 이 후보는 "그래서 특검하자는 것"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답은 안 한다"며 "국민여러분 한 번 보시라. 누가 진짜 몸통인지"라고 했다.

윤 후보는 TV토론 종료 후 기자들 질문에 "이 후보가 특검 얘기를 하길래 어이가 없었다"며 "어떤 형식이든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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