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월 25일 제12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으로 양만희 SBS 논설위원이 취임했다. 1995년 SBS에 기자로 입사한 양만희 회장은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선거방송기획팀 등을 거쳤다.

방송기자연합회장 취임 전후 과정과 현재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월 21일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양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방송기자연합회장 취임 한 달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나요?

“2월 1일 자로 임기가 시작됐고요. 올해 방송기자연합회가 해야 할 사업들과 지금 계획이 잡혀 있는 부분을 점검했습니다. 또 일부 사업들은 외부 기관과 논의해서 사업을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진행했고요. 최근 대선 정국에서 언론에 대한 일부 여야 정치권의 잘못된 시각이 반영된 언행에 대해서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같은 현업 언론인 단체들과 연대해서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 내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업무 파악을 큰 틀에서는 좀 했고요. 세부적인 부분은 일을 진행하면서 계속 파악해야죠. 완전히 다 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2021년 2월 24일 SBS <오뉴스>에 출연중인 양만희 SBS 논설위원 (사진=SBS)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어떻게 출마하게 됐나요?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지상파 3사가 돌아가면서 회장 직을 맡고 있거든요. 올해 SBS 순서가 되었고 동료 기자들이 저에게 제안을 했고 숙고 끝에 동의해서 연합회장이 되었습니다.”

제안이 왔을 때 어떠셨어요?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시간을 두고 생각을 했어요. 전에는 항상 묻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인터뷰이가 된 것처럼,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직능단체인 방송기자연합회의 대표라 내외부에 얘기해야 하는 일이 많은 자리고, 또 제가 소속된 회사와 다른 틀에서 방송기자 관련 업무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방송기자연합회장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결심이 서서 나서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결심 배경은요?

“방송기자연합회의 일은 특정사의 일이 아니고 방송기자 전체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일보다 큰 틀에서, 큰 범주에서 일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하나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제가 95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서 27년이 되는데 그간 경험한 것을 방송기자 동료들하고 공유하고, 또 방송 저널리즘이 새롭게 발전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같이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겠다고 생각돼서 결심하게 됐습니다.”

연합회장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일단 임기가 2년이고 그동안에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하겠습니다만, 당장 떠오르는 부분은 언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 것 같고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방송기자연합회라는 큰 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작년에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취재 보도에 관한 네 가지 강령과 취재보도 준칙, 행동 준칙을 만들었거든요.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서 이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방송기자들이 이렇게 취재하고 이렇게 보도하면 잘하는 것이고 맞는 것이고 바람직한 거라는 기준이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통의 기준을 가지고 취재 보도에 임하면 올바른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이렇게 하는 게 옳다는, 자기 확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강령과 준칙을 만든 거거든요.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실제 취재보도 과정에서 적용함으로써 언론의 신뢰 확충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일부터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

현재 언론, 특히 방송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먼저 취재보도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본령에 어긋나는 잘못들이 있었고 그것이 일차적인 이유가 되겠죠. 아울러, 어떤 교수님이 ‘한국의 언론은 정치 언론이고, 한국의 정치는 언론 정치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서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정치의 관계에서, 언론을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태도와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취재 보도를 하면서 생겨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언론 보도는 백안시하고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태도가 맞물리면서 지속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생각하시는 해법이 있을까요?

“금방 될 것 같지는 않고요. 일차적인 원인이 언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저널리즘 측면에서 바른 방향으로 취재보도를 해나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아울러 정치와 언론의 관계도 바르게 정립돼 가야 언론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 정립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작년부터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이 있잖아요.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됐는데, 정치권이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 같아요. 언론이 역할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되느냐는 문제인데요. 언론이 시장에서 평가받고 선택되는데,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언론계 안팎과 외국에서도 나왔습니다. 지난해의 경험이 정치와 언론의 관계 정립이라는 큰 틀의 화두를 제시해준 것이라고 본다면, 올해 5월 말까지 국회 미디어 특위 논의를 어떻게 진행해 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중재법 (PG) Ⓒ연합뉴스

요즘 뉴스를 접할 매체가 많다 보니 시청자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사안의 해석 과정에서 어느 정도 편향성은 피할 수 없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지경까지 가면 안 되고,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적정한 수준에서 담겨야 하는데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요. 유튜브 등 저널리즘적 책임을 지지 않는 1인 미디어 같은 채널에서 그런 콘텐츠들을 자꾸 생산하다 보니까, 그런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만 찾아보는 일종의 ‘확증 편향’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널리즘을 구현한다는 언론 매체라고 한다면 해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겠고, 저널리즘의 틀 안에서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언론도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나요?

“어떤 매체가 생산하는 보도물에 대한 소비자들이 있고, 그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언론 매체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해석의 시각을 적절히 담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의 시각을 담아 전달하는 건 문제 없을까요?

“기자는 1인 미디어가 아닌 이상 언론사에 속해 있는 것이고, 사안에 대한 기자 개인의 시각이 게이트 키핑을 거쳐 드러나게 되잖아요. 기자가 AI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각 언론사가 자신의 논조에 기반해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고,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각 언론사가 사안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죠.”

기계적 중립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여야 정치권에서 입장을 전달받게 되는 언론 매체들이 기계적 중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저는 기계적 중립이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계적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거거든요. 언론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모든 언론이 모든 사안을 5대 5로 쓴다면 다양한 해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요. 정치적 중립의 입장에 서되, 사안을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하느냐 하는 것은 각 매체의 입장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적 중립은 지향해야 할 바가 전혀 아닌 것이죠.”

방송계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가 진전 없이 멈춰선 상황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현 정부에서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보는데요. 정치권에서 늘상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도 정권을 잡게 되면 등한시하는 과정이 반복돼왔습니다. 그걸 권력의 속성이라고 해석하지만, 그렇게 인정하고 넘어간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에요.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쪽이 인수위를 구성하고 방송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이 부분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언론단체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압력과 겁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언론단체가 국회 앞에서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잖아요.

“기자회견은 대선이 30일 정도 남은 시점, 여야 경쟁이 격화되면서 언론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이 양쪽 진영에서 모두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지적하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고요. 그 후에도 후보에 대한 검증보도를 두고 부당한 공세인 것처럼 비난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론관이 잘못돼 있으면 언제든 문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업 단체로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밖에 없고, 지난번 기자회견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대선 기간 ‘방송 보도’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보도가 되는 것 같고요. 다만 현재 대선정국이 네거티브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분석 등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들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동안에라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정책 공약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주력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기 2년 동안 방송기자연합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생각이세요?

“방송기자연합회는 기본적으로 방송 기자들의 모임이죠. 방송 기자들이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서로가 도움이 될 일들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일일 거고요. 또한 언론계 안팎에서 보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는 일들이 왕왕 벌어지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뜻과 생각을 모아서 대응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들을 계속 진행하고 또 개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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