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는 2006년부터 K리그와 줄곧 인연을 맺은 외국인 공격수입니다. 어느덧 그가 K리그에서 활약한지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뛴 경기만 통산 134경기에 달했습니다. 활약상도 대단했습니다. 첫 팀이었던 대전 시티즌에서 슈바는 팀 역사상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낸 주인공이었습니다. 2007 시즌, 수원 블루윙즈와의 마지막 한 경기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운명이 걸려있던 때에 슈바는 결승골을 집어넣으며 극적으로 6강 막차를 타는데 기여했습니다. 이어 2009 시즌에 30경기 출전, 16골-4도움이라는 괄목할 만 한 기록을 세우며, 전남 드래곤즈의 6강 진출에 역시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우승권이 아닌 팀에서 줄곧 뛰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그저 아까웠을 정도로 슈바의 K리그에서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랬던 슈바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입니다. 우승 전력을 갖춘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해서 비중 있는 공격진을 맡아 나름대로 각오도 남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릎 부상 때문에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15경기 출장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6골-3도움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었습니다.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있었지만 포항은 새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평범한 1년'을 보냈던 슈바를 포기하고 계약해지했습니다. 슈바 역시 쿨하게 받아 넘겼습니다.

▲ 제주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딸을 안고 울고 있는 광주 FC 슈바 아빠에게 안겨 울고 있는 딸의 모습도 가슴 뭉클하게 한다. (사진=광주 FC)
기회를 준 팀을 위해 '큰 일'을 해낸 슈바

하지만 곧바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쉽지 않아 슈바 입장에서는 당장에 정들었던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저 기다려야 했던 상황이었고, 개막 전까지 제의가 없었다면 브라질로 아예 돌아갈 뻔했습니다. 그랬다가 마지막에 러브콜을 보낸 곳은 바로 작년 신생팀 광주 FC였습니다. 기회를 준 만큼 열심히 뛰고 싶어 했고, 광주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자 했습니다. 광주는 기존의 주앙 파울로, 슈바보다 일찍 광주에 합류한 복이(보그단 밀리치)와 함께 복을 준다는 의미의 '복주슈 외국인 트리오'를 구축해 이를 적극 알렸습니다. 그만큼 슈바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 기대를 슈바는 결코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출전 단 2경기 만에, 그것도 가장 극적인 종료 직전 골을 터트리며 승점 3점을 안겨줬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종료 직전에 주앙 파울로의 패스를 받아 통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로 광주는 개막 후 3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습니다. 슈바에게는 2007 시즌 대전의 6강 진출 결승골보다 더 짜릿했던 멋진 골이었습니다.

이후 골을 성공하고 선보인 슈바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언더셔츠에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써서 자신의 당당함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에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부진, 계약해지 등 온갖 아픔, 고생한 것들이 생각난 듯 했습니다. 때마침 이 모습을 지켜본 슈바의 딸은 관중석에서 내려와 아빠를 껴안았고, 부녀는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뭉클함을 느꼈고, 슈바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슈바의 눈물이 감동적인 이유

슈바는 누구보다 K리그에서 뛰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내가 어디 있어야 하는지를 제시해준 곳이고, 도움을 준 나라"라면서 기회를 준 광주에 대해 감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한국에서 뛰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를 펼쳤고,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 그가 흘린 눈물은 진정성이 묻어났고, 누구든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슈바의 어린 딸도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경기 후에 함께 눈물을 흘린 모습은 더욱 마음을 짠하게 했습니다. 운동선수 아빠를 둔 딸의 순수한 마음을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감동의 그라운드' K리그,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슈바 외에도 유독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3라운드에는 가슴 뭉클하게 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골을 넣은 뒤 스승에게 달려가 스승이 사용하는 언어로 '감사합니다'고 말한 대구 FC 이진호, 역시 골을 넣고는 태어난 지 2달가량밖에 안 된 아이를 위한 세레모니를 펼친 상주 상무 김형일, 2골을 넣은 뒤에 관중석 한쪽에 자리한 가족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골맛의 기쁨을 함께 나눈 FC 서울 몰리나 등이 그랬습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골들, 많은 이들의 미소를 짓게 만든 장면들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최고의 순간에 이렇게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K리그 선수들의 모습은 따뜻함과 감동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는 '열정 놀이터'라는 K리그 슬로건만큼이나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K리그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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