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내도 북한의 핵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성인지 예산'이란 국가 예산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평가하는 '제도'다.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남초 커뮤니티 주장을 받아 성별 갈라치기에 나섰다.
윤 후보는 27일 경북 포항시 유세 현장에서 "핵탑재가 가능한 (북한)미사일 실험이 올해 들어 8번째다. 이런 도발을 하는데 종전선언을 외치면서 북에 아부하고 김정은 심기만 잘 살피면 대한민국 안전이 보장 되나"라며 대안으로 '성인지 예산' 전용을 꺼내 들었다.
윤 후보는 "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 주장처럼 '성인지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집행하지 않는다. 양성평등기본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사용할 때 각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일종의 정부예산 분류 체계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국 정부 성인지 예산은 약 35조원이다. 37개 정부부처 304개 사업에 쓰인 예산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순으로 성인지 예산이 많다. 4개 부처 성인지 예산은 31조원에 이른다.
윤 후보의 주장은 지난해 남초 커뮤니티와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의 근거로 사용해 여러 언론을 통해 팩트체크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현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해서 시끄러운데, 이 말은 잘했다"며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을 35조나 쓰면서도(국방예산에 맞먹음) 성폭력 피해자마저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여가부가 35조원 규모의 성인지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다. 여가부의 지난해 예산은 1조 2천억원 수준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0.2%에 불과하다. 여가부 예산 중 8천 8백억원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35조원의 성인지 예산 중 2.5%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윤 후보의 가짜뉴스 유포를 비판했다. 28일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국가 예산의 개념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며 "예산의 기본 내역도 모르고 갈리치기에 나서는 윤 후보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막말 유세와 갈라치기를 그만두고 국가예산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라도 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오승재 정의당 선대본 대변인은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존재 자체를 지우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윤 후보의 시도 때도 없는 '성별 갈라치기'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오 대변인은 "성인지 예산의 도입 취지와 예산 운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도대체 어떤 예산을 없애 북핵을 막는 데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윤 후보는 그 내역을 꼭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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