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파업 도중 채용한 북한, 환경 등 분야별 전문기자들이 정작 해당 분야와 관련이 없어 '불법 채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MBC 사측이 2월 13일 공고한 1년 계약직 전문기자 채용 공고 캡처.

MBC 사측은 MBC노조의 총파업이 3주째를 접어든 2월 13일 북한, 환경 등의 분야에서 1년 계약직 전문기자를 채용하겠다고 공고한 뒤 한 달만에 신속히 채용 절차를 거쳐 총 4명의 전문기자를 채용했다. 해당 기자들은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곧바로 뉴스 리포트에 투입된 상황이다.

당시 채용공고에는 '해당 분야 만 2년 이상 근무 경력'이 명시돼 있었으나, 정작 뽑힌 기자들은 관련 분야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불법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첫 번째 사례가, 한미FTA에 대한 일방적 찬양만을 다뤄 논란이 된 '한미FTA 15일 0시 전격 발효'(14일 <뉴스데스크> 톱) 리포트의 박 아무개 기자다.

경제전문채널인 SBS CNBC 출신인 박 아무개 기자는 '북한전문기자'로 채용됐으나 대학원에서 북한 관련학을 수료한 것 외에는 정작 북한 분야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MBC노조는 자료를 내어 "대체 산업 소식이나 증권시황 등 경제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북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편파보도 전문시키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전문기자'를 급히 뽑았느냐"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MBC내부에는) 북한학과 국제정치를 전공한 기자들이 숱하게 많지만 그들 누구도 북한 전문기자의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며 "20년 이상 북한문제만을 취재해온, 그리고 북한학 학위가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북한전문가인 김현경 기자조차도 MBC 내에서는 북한 전문기자로 불러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1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기자는 대학원에서 (북한 관련) 전공을 했다"며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해명했다.

'MBC 내부에 북한학 전공자들이 많지만, 그들이 전부 북한 전문기자는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진숙 국장은 "한쪽면만 부각시켜서, 부당성만 부각시키려는 그룹들이 있다"며 "파업이 끝나고 MBC가 정상화된 이후에 그 문제를 이야기하자"고 답했다.

'전문성이 없는 전문기자'의 두 번째 사례는 환경전문기자로 채용된 김 아무개 기자다.

김 아무개 기자는 TBS교통방송에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뉴스를 전하는 일을 해 왔기 때문에, 환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지적이다.

MBC노조는 "교통정보를 전했다면 차라리 자동차와 환경의 연관성을 상상해 볼 수라도 있겠다. 도대체 서울시 시정뉴스가 지구온난화나 멸종위기종 등 환경문제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이쯤 되면 MBC가 구직자와 시청자를 우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결국 이들 전문기자의 채용은 애초에 사측이 채용공고에 내건 자격요건을 무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의 소송까지 부를 수 있는 불법채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김 아무개 환경전문기자와 관련해서도 "현재는 비상상황"이라며 "정상화된 뒤에 모든 것을 이야기하자"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