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18년 10월부터 2021년 연말까지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로드맨’ 코너에서 활약한 염규현 기자가 MBC 사내 스타트업 ‘딩딩대학’을 창업했다. ‘초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을 모토로 내건 딩딩대학은 문해력 저하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체계적인 지식과 교양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유튜브 학교다.

‘지식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스타트업을 창업한 염규현 기자와 지난 17일 전화 연결해 ‘딩딩대학’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염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022년 ‘딩딩대학’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상황은?

“저희가 1월 17일에 채널을 처음 개설해서 한 달 정도 됐거든요. 근데 구독자분들이 기대보다 많이 와주셨어요. 2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팀원 충원을 마쳤고, 필요한 제작 장비나 편집기 같은 것들도 완비했어요. 이렇듯 한 달은 준비 기간이었고요. 비로소 2월 둘째 주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분들이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힘내서 열심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딩딩대학 총장 양효걸, 염규현 (사진=딩딩대학 유튜브 채널)

관심 많이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공동 창업자인 양효걸 기자가 저와 함께 <굿모닝 FM 장성규입니다>에 출연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들으신 청취자분들이 건너건너 많이 와주신 것 같고요. 또 저희가 ‘로드맨’이나 ‘거리의 경제’ 제작진이다 보니 그때 재미있게 봐주셨던 분들도 구독해주시고 ‘딩딩대학’ 콘텐츠를 기다려 주시는 것 같습니다.”

‘딩딩대학’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채널 소개에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라고 써 있어요. 교육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독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문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유튜브라든지 스마트폰 콘텐츠가 워낙 많아지니 책보다는 모바일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한 건데요. 이분들이 책이 싫고 배우는 데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냐 하면, 그렇진 않다는 거예요.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또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 그런 불균형이 생겼다는 보고서가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우리가 책을 대신 읽어주면 되지 않겠느냐. 어려운 내용도 쉽게 영상으로 전달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이고요. 그걸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딩딩대학’이라는 가상의 유튜브 학교를 세운 겁니다.”

MBC에서 유튜브 채널 몇 개 운영하잖아요. 그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콘텐츠로 시작해 구독자를 모은 뒤에는 ‘지식 플랫폼’으로 키워보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계획은 저희가 사내 벤처 공모할 때 단계별 로드맵으로 발표한 바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플랫폼을 구축할 순 없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로 먼저 인정받고 어느 정도의 사람을 모은 다음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하반기쯤에는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좋은 콘텐츠에 집중해 유튜브 내에서 충분히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게 목표고요. 이어 별도의 사업 모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MBC 소속 기자로 정해진 월급 받을 텐데, 왜 이걸 하게 됐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오래 출연했던 MBC <뉴스데스크> ‘로드맨’도 틀은 뉴스였기 때문에 당연히 현재 벌어지는 일들, 아니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의제들을 발굴해야 했고요. 저희 제작진이 만들었던 ‘거리의 경제’ 같은 코너도, 경제 현안을 풀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포맷이긴 했지만 주말 <뉴스데스크> 속 하나의 코너라는 점은 같았거든요. 아무래도 뉴스다 보니, 시의성이 있고 꼭 필요한 주제들을 뉴스와 함께 엮어서 전달해야 된다는 제약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스와 지식을 결합한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다 보니 아쉬움도 많이 남았어요. 지식 같은 분야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뉴스를 벗어나면 지식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겠고, 또한 지식을 원하는 시민이나 구독자들이 볼 때는 훨씬 더 와닿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사실 기자로서도 굉장히 보람되고 뿌듯한 경험을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뉴스를 전한다는 제약에서 벗어나, ‘지식’ 분야에 좀 더 특화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선택을 하게 됐어요.”

2021 MBC 사내벤처 경영협약식 (사진제공=MBC)

벤처기업 오너가 된 건데 어떠세요?

“오너는 아니고요(웃음). 방송사에 있으면 다양한 동료들이랑 자유롭게 협업하고 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하거든요. 예를 들면, ‘거리의 경제’도 버추얼 스튜디오 같은 데 가서 촬영하고 이런저런 내용도 써보고 아이템만 생각하면서 자유롭게 제작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 하나하나가 다 엄청난 자산이더라고요. 그동안 그 모든 것들을 공기처럼 누리면서 좋은 제작 환경에서 지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힘들지 않아요? 괜히 나왔다는 생각은 안 하셨는지.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는 있는데, 저는 그래도 안 해본 일 하는 건 항상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거든요. 사실 처음에 나와서 많이 헤맸는데 그러면서 배운 것들도 굉장히 많아요. 앞으로 더 많이 헤매겠지만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고 잠을 줄여서라도 부족한 건 채워야 되지 않나란 생각으로 즐겁고 또 긴장되게 일하고 있습니다.”

양효걸 기자와 같이하는데 어떤가요?

“일단 양효걸 기자와는 ‘거리의 경제’ ‘로드맨’ 통해서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지만, 과거 경제부나 사회부 등 같은 부서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익숙하게 지냈어요. 저는 성급하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향이 강한데, 양효걸 기자는 신중하며 분석적이라 제가 놓치는 부분도 잘 봐주시죠. 제게 없는 부분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또 양효걸 기자는 유학파에 경제학에 대한 전문성도 있죠. 지식 채널은 확실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학문적인 기여도 저보다 훨씬 많이 하고 계시고요. 좋은 동료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딩딩대학’은 몇 명이 만드는 건가요?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양효걸 기자와 저를 ‘총장’이라고 불렀는데, 어쨌든 저희도 대학이니까 진짜 총장으로 부르고는 있어요. 지금 총장 2명 포함해서 총 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딩딩대학 유튜브 채널

‘초딩 중딩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을 모토로 내걸었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뉴스를 많이 제작해봤잖아요. 뉴스 보면, 앞부분에서 화면과 함께 ‘오늘 서울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상황을 스케치해 보여주거나 때로는 문제를 드러내주고, 마지막에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시사점을 짚어주잖아요. 그런 것들은 보통 전문가 인터뷰로 대체하지요.

그런데 가만 보면 현상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물가가 비싸다고 하면 물가 비싼 건 체감적으로 알잖아요. 때문에 시사점이 더 중요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오히려 한 줄로 설명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반대로, 전문가가 한 줄짜리로 압축해서 말하는 시사점을 길게 풀어서 설명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저희가 ‘거리의 경제’를 처음 만들었던 동기고 그 동기는 변함이 없거든요.

처음에 ‘거리의 경제’를 만들 때는 경제 분야 용어나 생소한 개념을 알고 싶은 분들 대상으로 막연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교재로 쓰고 중학생들도 댓글 달아서 이해된다고 하니까, 이럴 거면 대상을 꼭 누구로 한정할 게 아니라, 진짜 ‘초딩 중딩’도 다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각오로 정말 쉽게 만들어보자고 했죠.”

헷갈리기 쉬운 단어 의미 알려주는 쇼츠 콘텐츠도 있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는 콘텐츠도 있던데요?

“저희가 방송사 제작진이라면 좋은 콘텐츠만 공급해도 되겠지만 이제는 기업으로 독립해서 나온 상황이니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의 수익성까지도 생각해서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것도 해야 되거든요. 그게 투자해 주신 분들에 대한 일종의 기본적인 의무 같은 거고요. 그러려면 스타트업 같은 경우, 초기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계속 검증하면서 나가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획해둔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실험도 병행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최근 많이 유통되는 게 어떤 콘텐츠인지도 보고, 맞춤법 관련 콘텐츠도 내보고 경제 기사 용어 설명도 해보는 식으로 형태나 길이 등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실험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3분 요리에 착안에서 3분 안에 모든 걸 설명해보는 콘텐츠도 만들었어요. 사업 초기 말고는 테스트해 볼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고, 테스트를 거쳐서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면 저희가 그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딩딩3분] 싸우면 누가 이겨요?ㅠ '여당 야당' 3분 완벽정리-! 선거 대비 꿀강 (딩딩대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콘텐츠에 대한 반응 올라오는 게 있나요?

“아직은 조회 수가 많지는 않아서 콘텐츠를 좀 더 올리며 판단하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쉽게 설명해주니 좋다는 반응이 보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하다가 와주셔서 익숙하다고 좋은 취지로 평가해 주신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 판단으로는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브런치엔 ‘딩딩 리포트’도 올리던데 뭔가요?

“‘딩딩대학’이 아직 커 가는 채널이라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구독해 달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가치 있는 정보를 드리고 구독을 부탁드리고 싶었던 거죠. ‘우리 앞으로 이런 거 계속 만들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라 콘텐츠가 많이 없으니까 우선 글로 좀 보여드릴게요’란 차원에서 저희가 매일 매일 정리를 하고 있어요.

채널이 좀 더 자리잡히면 양효걸 총장과 제가 라이브 방송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라이브 방송 때 이런 콘텐츠가 나온다는 걸 미리 보여드린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딩딩 리포트’가 지금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지난 주말에는 어디 포털 사이트에서 꽤 상단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저희가 현안을 파악해야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드릴 수 있으니까 매일매일 상황을 체크한다는 의미로 밤사이 정리해 올리면서 홍보도 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뉴스 제작하다가 나오게 된 건 뉴스 안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다양하게 실현해 보자는 의미가 컸거든요. 뉴스 안에서도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뉴스 밖에서 지식 교양 분야에 집중해 좀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널리 보급하기 위한 노력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어요. 그런 전략을 실현하려면 일단은 구독자 수가 좀 늘어야 됩니다. 그래야 저희가 나중에 추가 투자를 받든 혹은 다른 기업이랑 협업하든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에 초반에는 구독자 수를 늘려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 이후에는 단순히 유튜브 채널로만 남는 게 아니라 ‘지식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방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추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좀더 구체화 되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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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있다면?

“일단 10만 구독자를 목표로 삼았어요. 잘되는 지식 채널들이 단기간에 그 정도는 달성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2천 명 중반 정도 왔는데, 그래프 살펴보니 콘텐츠가 올라갈 때마다 점점 가파른 형태는 띠고 있더라고요. 구독자분들은 냉정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한테 도움이 될 때만 구독하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서 그래프를 점점 더 가파르게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매일매일 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당장 구독해 달라는 말씀은 안 드릴 테니 한번 오셔서 청강해보시길 바랍니다. 한 번 보고 마음에 들면 그때 구독해 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딩딩대학’ 입학금 등록금은 0원입니다. 철저하게 콘텐츠로 시작해서 콘텐츠로 승부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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