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3번째 생방송의 탈락자는 사전 인기투표에서 꼴찌를 기록했던 백지웅이었다. 비록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이승훈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지만 인기투표에서 많이 뒤진다는 점에서 탈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물론 사전투표에서 아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심사위원 점수에서 벌어놓은 점수가 너무 적었다.

사전투표에서 이승훈은 4위를 백지웅은 8위를 기록해서 현장 심사위원 점수차 4점은 결코 큰 것이 아니었다. 생방송 당락이 인기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문자투표 비율을 대폭 줄였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갈수록 최악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이승훈은 심사위원들의 이구동성 혹평을 들으며 대단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븐의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들고 나왔다. 제목부터가 자신의 처지를 빗댄 노래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심사위원은 모두 입을 모아 혹평을 했다. 세븐 코스프레나 다름없다, 장기자랑 수준이라는 등의 견디기 힘든 독설을 맨몸으로 견뎌야만 했다.

지난주 불렀던 <단발머리>가 대단히 빠른 곡이어서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었지만, 춤을 대폭 줄이고 템포도 느린 곡마저도 이승훈은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했다. 또한 이승훈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춤과 안무의 기발함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주일 만에 가사와 안무를 매번 기발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그것을 무대에 선보이기 위해 완벽하게 연습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최소한도 못 된다.

그런데 이승훈이 또 다시 꼴찌생존에 성공해 다음 주에도 다시 무대에 서야만 한다. 이승훈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기쁜 일이겠지만 정작 본인에게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이승훈에게 주어지는 일주일은 다른 도전자들과는 다른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도전자들은 그저 있는 노래를 잘 부르기만 하면 되지만, 애초에 이승훈은 그런 것과는 다른 창작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한 번의 생존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닐 것이며, 실제 백지웅이 탈락하고 자신은 생존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기뻐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승훈에게는 일주일 동안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창작의 압박을 벌써 느꼈을 것이며, 꼴찌로 계속 생존하는 것도 마음을 편치 못하게 했을 것이다. 이승훈에게 이 생존이 탈락보다 못할 수도 있다.

이승훈은 분명 매력적인 청년이다. 비록 노래가 아닐지라도 음악과 춤에 타고난 끼와 재주를 갖추었고, 게다가 아주 밝은 에너지를 발산해서 누구라도 매력을 느낄 만한 사람이다. 처음 등장부터 제2의 싸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앞으로 가요계에서의 대단한 활약이 기대가 되는 재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오디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이승훈의 생존이 확인되는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측은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혹평에 시달려야 할 것인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적처럼 불꽃같은 아이디어가 샘솟아 다음 주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안무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승훈을 응원하는 팬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승까지 책임질 정도로 절대적이지는 않다. 아마도 다음 주가 이 질긴 생존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한계가 분명하다면 이번의 생존이 과연 탈락보다 좋은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팬들이야 당연한 사랑이었겠지만 정작 이승훈은 또 한 번의 지옥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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