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대영 전 KBS 사장이 추진한 ‘미래방송센터 설립안’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KBS 이사회에서 ‘미래방송센터 설계용역계약 해지'와 관련해 사후 추인하는 성격의 논의가 진행됐다. KBS 미래방송센터 건립사업은 고대영 전 KBS 사장이 2017년 신년사에서 ‘KBS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밝힌 신사옥 추진사업으로 연구동 부지(연면적 66.115㎡)에 지상 9층, 지하 3층 건물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2835억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16년 10월 19일 이사회에서 건립안이 의결됐으며 당시 경영진은 예산 조달 방법으로 유휴부동산과 보유주식 매각, 정부의 KBS 미납자본금 확충 등을 들었다. 2018년 착공해 2020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였다. 당시 경영진은 설계사와 설계용역을 체결했으며 내부 설계자문위원회와 함께 세부 설계를 진행했다.

KBS 미래방송센터 (사진제공=KBS)

하지만 양승동 전 KBS 사장 집행부에서 미래방송센터 건립안이 폐기됐다. 국회 세종시 이전에 따른 KBS 본사 이전 계획이 주요하게 고려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19일 미래방송센터 설계·인허가 용역계약이 종료됐으며 설계용역비로는 약 77억 원이 소요됐다.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미래방송센터 건립안이 아예 폐기된 건 아니고, 미래방송센터를 연구동에 짓는 건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9일 전임 사장이 설계용역 관련 계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중단 이유로 국회 이전에 따른 세종청사 설립, 연구동 변경, 재원조달 용이성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수신료 조정안에 본사 세종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일단 설계용역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11월 24일 이사회 회의록을 보니 설계는 취소했지만 미래방송센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이사회에 보고하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현재 상황을 설계 취소라고 봐야할지 미디어 방송센터 건립 자체가 유보된 상태라고 보는게 맞는지 오히려 이사회에 여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래방송센터 설계용역계약 해지 건은 양승동 사장 집행부가 결정한 사안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김의철 사장 집행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은 2016년부터 추진된 사업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마무리된 것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류일형 이사는 “정치적 상황이든 코로나든 일을 추진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은 사전에 예상했어야 한다”며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사전 연구가 선행되지 않아 70억이라는 돈을 고스란히 날린 데 대해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조숙현 이사는 “애초에 2016년 미래방송센터 건립에 대한 이사회 의결 당시 계획안이 부실했던 것인지 아니면 추진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건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루어 짐작건대 미래방송센터 설립이 더 큰 손해를 입기 전에 포기하기로 결정된 거 같은데 결정과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요 이사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래방송센터 건립 관련 사업을 진행한 건 전 전 사장(고대영 사장) 시절이었고 설계용역으로 70억 정도 예산이 배정돼 55억 정도가 집행됐고 용역계약이 해지됐다”며 “사업 시행은 고대영 사장, 폐지 결정은 양승동 사장으로, 현 사장 체제에서 이 사업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을 내야한다”고 당부했다.

정재권 이사는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으니 경영진들은 미래방송센터계획을 다시 세우며 연구동 변경 필요성 등을 제대로 따져보고 이사회에 일찍 보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석래 이사는 “이사들이 결정 과정을 모르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지금 와서 이사회에서 얘기하는 건 지나간 버스를 쳐다보는 것과 같다”며 “55억에 대해 이미 손실처리를 해놓고 이사회에 보고할 거면 보고를 왜 하는 거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철 사장은 “미래방송센터 이슈는 단순히 연구동 교체 이슈가 아니라 별관, 본관, 연구동, 부산-강릉 네트워크 등 종합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내부 논의를 시작한 상태로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대로 이사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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