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작성해 2월 23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문재인 정부와 복지국가’를 주제로 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복지와 노동·민주주의 등 가치를 더욱 증진하는 정책과 논쟁이 대선 국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길 바란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복지 정책의 실현을 지연시키기도 했고 촉진시킨 면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 목표와 실행방안을 지속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전 세계는 ‘불평등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실험과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복지와 세금’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신문은 이와 관련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신문 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며 ‘국민약탈 프레임’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신문의 보도로 이번 대선에서 ‘복지국가와 세금’이라는 담론 형성의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신문의 보도와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 검증되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변질됐습니다.

노동인권저널즘센터는 14일~19일 기간 동안 복지·세금과 관련한 각 후보들의 발언과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대상은 9개 종합일간지(경향, 국민, 서울,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와 2개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3개 지상파(KBS, MBC, SBS)와 연합뉴스입니다.

‘유리지갑 탈탈 털었다’는 언론보도의 문제

지난 14일 서울신문 <‘유리지갑’ 탈탈 턴 文정부…직장인 근소세 13조 더 늘었다>, 중앙일보 <월급 올라봤자네…작년 근로소득세만 47조 떼갔다>, 연합뉴스 <‘유리지갑’ 직장인 근로소득세 4년새 13조원 늘어...38% 증가> 등 다수의 신문은 ‘최근 4년 사이 근로소득세 수입이 38.9%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어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월급쟁이’ 세금만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근로자들만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다는 취지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다음날 15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에서 세금은 오를 대로 오르고 월급봉투는 비었고 나라 빚은 1000조가 넘었다. 그런데 집값, 일자리, 코로나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있느냐”면서 ‘국민약탈론’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약탈 프레임’은 “집 한 채인데 어떻게 갑부냐. 월급 타서 세금내기 바쁘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부자 되느냐. 세금으로 다 뺏긴다”(17일 송파 유세 현장), “민주당이 서울시를 10년 장악하는 동안 어떻게 했나. 세금은 무지하게 또 때린다”(17일 서초 유세 현장)는 발언으로 이어졌습니다.

YTN [뉴있저] '유리지갑'에 세금 급증?...'빈 지갑'이 더 문제 (보도 화면 갈무리)

이 보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13일, 16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해명했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은 <YTN [뉴있저] '유리지갑'에 세금 급증?...'빈 지갑'이 더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근로소득세 수입 증가의 원인은 △‘근로자 수 10.8% 증가’((’17년) 1,343만명 → (’21년) 1,489만명) △‘근로자의 임금 16.8% 상승((’17년 월평균임금) 285만원 → (’21년) 334만원) △고소득층 소득세율 인상(과세표준 3∼5억원 이하 38% → 40%, 5억원 초과 40% → 42%, 10억원 초과 42% → 45%)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신문은 “유리지갑 노동자 버는 만큼 세금 낸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들이 과도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로 근로소득의 약 40%(2018년 기준)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5.3%(2020년 기준)로 미국 10.5%, 영국 9.5%, 프랑스 9.6%, 독일 10.4%, OECD 평균 8.1%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과도한 공제로 인해 면세자 비중이 37%(1,916만 명 중 705만 명의 결정 세액은 0원임, 2018년 기준)로 호주 14.9%, 일본 15.1%, 캐나다 17.6%, 미국 29.3%(이상 2017년 기준)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언론의 보도는 실제에 비해 과장됐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국민약탈’ 발언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서 “조세는 시민의 의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서로 나눔의 정신으로 분담하고 있는 건데 마치 국가가 약탈이라도 하는 것처럼 세금 내는 걸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를 강도짓이나 하는 것처럼 규정하는 게 대선 후보로서 옳은 일인가”라고 반박했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대선 후보를 통해 왜곡된 여론을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언론이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발언을 단순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가 부채 증가율 OECD 1위’ 보도의 문제점

지난 17일 연합뉴스는 <작년 재정적자 30조 원대…총지출 '역대 최대' 600조 원> 기사를, 한국일보는 <3년째 마이너스 재정…나라살림 100조원대 ‘적자의 늪’>, 세계일보는 <空約이 키우는 재정 ‘만성적자’> 등 다수의 신문들은 ‘최근 3년 연속 통합재정 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그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 강화와 코로나19 지원’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국민일보는 <“한국 국가 부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 매일경제는 <4년 뒤 국가부채비율 증가폭 한국, 18%P 뛰어 ‘OECD 1위’> 등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한국의 재정적자가 다른 非 기축통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6년까지 한국의 국가 부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보도입니다.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급속한 고령화와 높은 공기업 부채 등 리스크 요인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17일 서초동 유세에서 “문재인 정권이 지난 정권보다 600조~700조원을 더 썼다. 국가재정과 세금을 이렇게 써서 도대체 뭘 했냐”,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나라 빚은 전 정권보다 수백조 원이나 더 쓰는데,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시절보다 주36시간 이상 일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더 줄었다”고 발언했습니다.

‘국가 부채 1000조원’ 프레임은 재정 용어에 대한 이해 차이도 있지만, 특정한 결론을 정해놓고 일부 자료만 이용해 과장 보도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정적자 30조원대…총지출 '역대 최대' 600조원(CG)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는 기사 제목에서 ‘작년 재정적자 30조’를 강조했지만 2020년의 재정 적자 71조에 비해 크게 개선됐습니다. 매년 경제가 성장하고 GDP가 증가하면 국가의 재정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총지출은 매년 ‘역대 최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20년, 2021년은 전 세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국가의 재정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 국가 재정 지출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보다 더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이후 한국 국가 부채 증가율 OECD 1위>라는 주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OECD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국가 부채 비율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호주는 전년 대비 정부 부채가 19.7% 늘었고, 캐나다는 33.9%, 프랑스 23%, 이탈리아 28.2%, 일본은 14.3% 등으로 정부 부채가 급등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기준으로 6.8% 늘었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49.7%이며 OECD 평균은 135.3%입니다. 우리나라의 2019~2022년 GDP 대비 국가부채 속도는 21.4%로 OECD 평균인 23.5%보다 낮습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나라살림브리핑 183호) 2020년 한국은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8.6%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5.5%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은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4.8%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29.0% 증가하고, 영국은 가계부채가 6.2%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23.9% 증가, 독일은 가계부채 4.5%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11.7% 증가했습니다. 한국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가장 높은 데 반해 정부부채는 낮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계층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복지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가 부채를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매우 오래된 논쟁이며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합니다. 이것이 공론장 형성을 위한 언론의 가장 기본적 역할입니다.

11개 신문에서 고용·노동 정책 소개와 검증 보도는 단 2건

한겨레 기획 보도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다섯 번째,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14일~19일 일주일간 고용·노동 정책을 소개하거나 검증한 기사는 한겨레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과 한국일보의 <안정적 일자리 누가 만들어 줄까>가 유일합니다.

한겨레는 14일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다섯 번째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기획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노인과 환자, 장애인 등 돌봄 대상자와 이들의 가족, 돌봄 종사자 23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정책 공약 질의 10개를 추렸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서 받은 답변을 받아 소개했습니다. 한겨레는 각 호보들의 정책을 소개하면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 요양보호사와 간병노동자등 돌봄노동자들과 턱없이 부족한 공공요양시설의 현실을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돌봄노동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돌봄 공공성 확대, 고용안정 보장, 경력 인정, 임금체계 개선 등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한국일보는 18일 [내 삶의 공약 검증한다] 네 번째로 <안정적 일자리 누가 만들어 줄까>에서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4명 후보의 일자리·노동 공약을 소개하고 전문가의 평가를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기사에서 “디지털·비대면 물결이 가속화되며 일자리 지형도에 큰 변화가 생겼고, 비정규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며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이른바 '비정형 노동자'가 급증하며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고 이번 대선에서 노동 이슈가 중요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일보는 4명 후보들의 일자리·노동 정책에 대해 “일자리 창출 공약의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대책보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일자리 창출로 관심사가 이동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동 공약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주 4일 근무시대’ 주춧돌 놓을까> 기사를 통해 ‘주4일 근무제’에 대한 각 후보의 공약을 별도로 소개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26시간보다 날짜로는 30일 넘게 더 일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휴식권 보장과 일자리 나눔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일자리·노동 분야 정책검증 보도 돋보이는 KBS

KBS, MBC, SBS와 연합뉴스는 20대 대선 특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KBS는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검증합시다>, MBC는 <#대선 알고보니>, SBS는 <사실은>, 연합뉴스는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각 후보의 공약과 발언에 대해 사실 확인과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KBS는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20회(단독 기사, 중복 제외)에 걸쳐 각 후보의 공약과 발언을 검증 보도했습니다. 이 중에서 일자리(고용)·노동과 관련된 검증 보도는 7회(중복 제외)입니다. KBS는 17일 <코로나 한복판의 대선…감염병 대응 체계 공약을 물었습니다>에서 “국내 병원에서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인데 그동안 코로나 환자의 80%를 공공병원이 도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KBS는 이 기사에서 각 후보들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공약을 소개했습니다. KBS는 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공공병원 확충이냐, 민간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우선인지를 놓고는 해법이 갈린다고 보도했습니다. KBS는 “OECD 국가 평균 공공 병상 비중이 72%인데, 우리는 10%”라면서 지난 2년간 공공의료 영역에서 ‘독박 의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MBC와 SBS, 연합뉴스가 토론회나 유세 현장에서 나온 각 후보의 발언을 중심으로 팩트체크하고 검증 보도하는 것에 비해 KBS는 유권자가 꼽은 의제를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면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