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가 보험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 개인정보를 유용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EBS는 보험대리업체와 협찬계약을 체결했으며 개인정보처리 위탁계약도 맺었다. 이렇게 보험대리업체에 넘어간 시청자 정보는 3만여건에 달했다.

23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상담 프로그램 '돈이 되는 토크쇼-머니톡'을 통해 시청자 정보를 협찬사에 유용한 EBS에 대해 과징금 247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EBS에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EBS 홈페이지·모바일 첫 화면과 1TV)하고, 업무처리 절차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시정조치도 함께 의결했다.

지난 2020년 EBS '머니톡'은 사설 보험대리업체 키움에셋플래너에 개인정보를 넘겼다. 키움에셋플래너는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해당 개인정보들을 건당 7~8만원에 판매했다. EBS '머니톡'은 키움에셋플래너의 협찬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으며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키움에셋플래너 직원들이었다. 당시 EBS는 국회의 협찬·외주 계약 자료 요구를 거부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 EBS는 2020년 2월 19일 '머니톡' 제작을 위해 키움에셋플래너와 총 52편의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을 위한 협찬계약을 체결했다. EBS는 '프로그램 전화상담 및 민원처리'를 위해 개인정보처리 위탁계약도 맺었다. 키움에셋플래너는 EBS에 협찬금 26억원을 지급했다.

'머니톡'이 방송된 2020년 4월 27일~10월 27일까지 콜센터를 통해 2만 101건의 전화상담 접수가 이뤄졌으며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1만 280건의 상담신청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총 3만 381건의 시청자 정보가 수집돼 키움에셋플래너로 넘어갔다.

EBS는 키움에셋플래너가 개설·운영한 상담전화를 EBS '머니톡' 콜센터로 안내했다. 방송사가 직접 운영하는 콜센터로 오인할 수 있도록 시청자를 기망한 것이다. 또 EBS는 시청자가 상담신청을 접수할 때 개인정보가 보험대리점에 제공된다는 사실, 개인정보 이용목적과 관련한 사실 등을 시청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또한 EBS는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시청자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목적을 모호하게 설명하거나, 보험대리점에서 직접 수집·관리하는 화면을 EBS에서 운영하는 화면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EBS의 행위를 방송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알게 된 시청자 정보를 부당하게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BS '돈이 되는 토크쇼-머니톡' 방송화면 갈무리

아울러 EBS는 '상담DB 확보 등 협찬사가 요청하는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제작비 협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는 EBS가 협찬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머니톡'을 통해 보험상담을 유도, 협찬주가 영업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시청자 정보를 협찬주와 함께 수집해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보험과 관련된 상식을 제공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도 일부 있으나 구성 전반을 살펴볼 때 시청자 DB 수집이라는 협찬사 영업활동을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구성·제작하고 대가로 협찬비를 수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일제히 EBS가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시청자 기망행위를 했고, 방통위 사무처의 조치가 늦었다고 비판했다. 김효재 위원은 "국민의 시청료를 받는 EBS가 설립 목적에 심대하게 위배될 뿐 아니라 과감한 행위를 해 EBS 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본다"며 "EBS가 이런 일을 할 정도로 누군가에 의해 기획돼 중간결재와 최종결정을 거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김효재 위원은 "재작년 10월에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1년동안 방통위는 뭘 했냐는 질책을 들었다"며 "최종 책임자인 EBS 사장은 아무런 지적 없이 무사히 임기 마치고 나가게 됐다.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위원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EBS가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우리의 귀책사유다.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사무처에서 사실관계 조사해 위원들에게 보고해달라"고 지적했다.

김현 위원은 "국회 지적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전수조사하고 결과 처분이 늦었다고 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2020년도에 지적된 내용을 이제 결과처분하는 일이 재발하면 안 된다. 사무처장은 프로세스 관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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