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17일 조선일보가 <정치인 비판, 악의 입증 안되면 명예훼손 아냐> 기사를 통해 2008년 美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뉴욕타임즈(NYT)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1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소송 결과를 보도하면서 “‘NYT 대 페일린’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잠정 중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물론 조선일보의 기사만 가지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주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NYT의 사설이고 ▲팩트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자 NYT가 정정보도를 했고 ▲사설을 쓴 NYT 제임스 베넷 논설위원이 사과했으며 ▲법원은 ‘실질적인 악의’를 가지고 사설을 썼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7일 조선일보 <정치인 비판, 악의 입증 안되면 명예훼손 아냐> 기사 캡처

세계일보는 판결 이후 NYT가 성명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오류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수정하는 언론사를 처벌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성명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선일보는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사실관계가 일부 틀렸더라도 이를 ‘악의(惡意)’로 확대 해석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미국에서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다만, 최근 중앙일보의 한 사설과 비교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비정규직 제로'로 청년 일자리만 줄었다"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예로 들며 “정규직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채용 기회를 잃었다”며 공기업 직원 수와 총액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보니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언론 보도 설명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팩트를 제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인국공 논란 이후 같은 주장을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해 수차례 반복했고, 그때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사실이 아니다’는 반박 자료를 냈지만 단 한번도 정정보도나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앙일보의 이번 사설이 명예훼손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현 정부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사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페일린 전 주지사가 NYT를 대상으로한 이번 소송은 한화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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