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은 깡패인가? 좀 된다 하니까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얼마나 더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날 것인가. 원조격인 슈퍼스타K 외에도 위대한 탄생, 톱 밴드, K팝스타, 보이스 오브 코리아가 연이어 생겨났다. 이는 가수 오디션에 국한했을 때 그럴 뿐 범위를 넓힌다면 코리아갓탤런트, 기적의 오디션 등이 더 있다.

여기에 KBS JOY가 티아라 소속사 코언콘텐츠미디와 손잡고 1등 상금 10억을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발표했다. 제2의 티아라를 찾는다고 한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은 지치고 짜증이 난다. 지금 있는 오디션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판인데, 여기에 또 하나를 얹는다니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이제 음악의 악이란 글자가 락(樂)이 아니라 악(惡)으로 여겨질까 두려워진다.

도대체 한국의 방송 제작자들은 그렇게도 아이디어가 없는가? 남이 잘 되면 그것은 남의 밥그릇으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지 안타깝다. 참신한 아이템을 만들어낼 연구와 고민 대신에 잘 되는 아이템을 그저 공짜로 챙기려는 하이에나 습성만 보일 뿐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는 모두 망한다.

그래도 차별성을 둔다는 것이 10억 원이라는 억 소리 나는 상금이다. 이 글로벌 슈퍼 아이돌이라는 오디션은 한국을 비롯해 태국, 중국 등에서 4,700여 명이 참가해서 30명이 추려졌다고 한다. 얼핏 봐도 상금에 비해 참가자의 수는 다른 오디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참 초라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슈퍼스타K를 비롯한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휩쓸고 지난 자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슈퍼 아이돌의 다른 점이 더 있기는 하다. 상금은 최종 1인에게 돌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룹을 만들 인원을 뽑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티아라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와 전속계약을 맺는다. 제2의 티아라를 뽑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속에 이 오디션의 본질이 담겨 있다.

글로벌 슈퍼 아이돌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였지만 내용은 그저 아이돌 그룹 하나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대충 봐도 무리수가 분명하다. 우선 K팝스타가 SM, YG, JYP 3사가 중심으로 끌어가는 것에 코어콘텐츠가 울컥했던 것이 이 오디션의 동기였을까 싶어진다.

그러나 글로벌 슈퍼 아이돌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은 데는 댄스 아이돌에 대한 반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놀러와의 세시봉 신드롬과 나가수 열풍이 일조한 바 있다. 하다못해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SM, YG, JYP가 모여서 만든 K팝스타조차 아이돌을 뽑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 과연 아이돌 그룹을 뽑겠다는 취지로 다른 오디션들처럼 시청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또한 제2의 티아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주는 인상에 왠지 최고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이 오디션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오디션은 과감하게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엠넷의 보이스 오브 코리아와 동시간대에 편성됐다고 한다. 23일 첫방을 앞두고 있다. 누가 이길지는 대충 견적이 나오는 대결 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누가 이기고 지고는 그다지 관심도 가지 않는다. 그저 또 오디션이야? 하는 짜증스러운 반응이 나올 뿐이다.

위대한 탄생은 퇴조하고 있고, K팝스타도 용두사미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오디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이는 현상이다. 글로벌 슈퍼 아이돌은 오디션이 열광에서 짜증으로 넘어가는 위기의 순간을 선택했다. 결과가 궁금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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