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일부 기자들이 사실관계 파악보다 '제보자X'의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들이 소속된 언론에서 '제보자X' 신상정보와 관련된 기사들이 보도됐다.

2020년 3월 31일 MBC는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강요죄가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야 하는데,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별개로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일부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직후 검찰과 채널A의 입장에 맞춰 '제보자X'의 신원을 캐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중앙일보 A 기자는 2020년 4월 3일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 백승우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지OO(제보자X) 캐보고 있다.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냐"며 "검찰에서도 취재해봐라, (지 씨를)박살내고 싶어하지. 그래서 나도 뒤를 캐볼까 하는데~"라고 말했다. A 기자는 "지 씨는 이철한테 돈을 받고 브로커질 한다는 말이 있어. 검사들 이런 사람들에게 캐보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려고~"라고 덧붙였다.

이에 백 기자는 지 씨의 주소지를 언급하며 "페북 이름 알고 있죠, 검찰에서 살짝 알려준 건데 조선위에다 알려준 거에요. 대포폰을 쓰는데 그 전화번호를 알려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이날 밤 중앙일보는 <"채널A-검찰 의혹 제보자X, 여당 출마자에 정경심 변호 제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2020년 4월 2일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과 B기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반박하기 위한 논의를 나눴다. 지 씨에 대한 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배 팀장은 "조선이 시작해준다니 너무 감사해요 ㅠㅠ"라고 했다. B 기자는 "부장이 기사와 SNS, 협약식 사진 정도 주셨는데 반박 기사 준비하자며요. 제가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사전 취재 내용이 있으면 공유해주시면 좋을 듯도요"라고 했다. 배 전 팀장은 지 씨의 전과와 관련한 보도, 페이스북, 지 씨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미친X들로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

이후 배 전 팀장은 4월 3일 새벽 백 기자로부터 "조선 내일 아침자 1면이래요"라는 카카오톡 보고를 받았다. 배 전 팀장은 "굿굿"이라고 답했고, 백 기자는 "이제 반격을...!"이라고 반응했다.

백 기자는 2020년 4월 8일 한 채널A 영상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OO일보 등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기자가 "조선이 지원사격 해주는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백 기자는 "예, 조선, 중앙, OO랑 도와주고 있어요. 조선은 많이 해주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2020년 4월 3일 <사기전과 MBC 제보자, 뉴스타파·김어준 방송서도 활약>

4월 3일 조선일보 1면에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 9일뒤 MBC '檢·言 유착' 보도>가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채널A 법조팀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제보를 압박했다고 MBC에 폭로했던 인사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을 신랄히 비난해 온 현 정권 골수 지지자 지모(55)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 12면에 <사기전과 MBC 제보자, 뉴스타파·김어준 방송서도 활약>, <최경환 신라젠 65억 투자 보도 MBC 내부서도 "검증없이 보도"> 등의 기사가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지 씨는 지난 2월 16일 페이스북에 '개검총장 윤석열아 오늘 개꿈 꾸면 내덕인 줄 알아라'라고 썼는데, 다음 날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윤 총장 아내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며 "보도가 나오자 그는 '그거 봐야 제 말이 맞져? 윤석열이 어제 개꿈 꿀 거라고'라고 썼다. 해당 의혹의 뉴스타파 제보자 역시 지 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날 문화일보 기사 <이철 대리인' 지씨는 전과자-언론 연결 브로커>에 따르면, 검사들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고교 동창생 스폰서 뇌물수수 의혹',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관련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 주가 조작 의혹' 등을 지 씨가 제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앞서 미디어스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백승우 기자 강요미수 사건 1심 재판 증거목록을 입수해 법원에서 채택된 증거들을 보도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 중에 '검언유착' 의혹 당시 채널A 관계자들이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 지 모씨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을 확인했으며 녹음파일 대화 상대방을 한동훈 검사라고 특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관련기사▶채널A '검언유착' 의혹, 법원 증거 채택에서 '그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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