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촌철살인의 풍자 캐리커처로 사랑받는 아트만두 작가가 지난 1월 <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防口)다>라는 제목의 첫 작품집을 출간했다. 아트만두 작가가 그동안 그린 캐리커처 작품 중 120편을 선별해 맛깔난 글솜씨로 익살스러운 설명을 더했다.

국내 최초 시사 캐리커처 모음집 <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防口)다> 출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아트만두 작가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아트만두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1월 11일 책을 출간하셨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된 시사 캐리커처 모음집이라서 영광스럽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고급예술과 저급예술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캐리커처라는 장르 자체가 회화와 같은 소위 메이저 장르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게 현실입니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 캐리커처는 대학로나 행사장 같은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그려주는 만화의 장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캐리커처의 형식을 시사만평으로 끌어와 작업하게 됐고, 언젠가부터 ‘아트만두’ 하면 한국에서 ‘정치’와 ‘시사’를 소재로 그리는 유일한 캐리커처 작가가 된 것이죠. 작년 8월에 <조국의 시간> 펴낸 한길사의 제안을 받아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 가운데 120컷을 선별해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시사 캐리커처 모음집 <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防口)다> 표지 (이미지 제공=아트만두)

출간 제안이 어떻게 왔나요?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저와 페이스북 친구였는데 평소 제 작품을 좋게 보고 계셨나 보더라고요. 작년 8월 초 김언호 대표님께서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한길사로 한번 와서 만나자고 해서 보게 됐고,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

제안받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한길사는 1976년도에 해직 기자 출신인 김언호 대표님이 설립한, 아주 오래된 출판사예요. 특히 작년에 우리나라 출판 사상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스테디셀러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 최고의 출판사이죠. 한길사가 책을 내자고 해주셨으니 너무 감사하죠.”

한 진영에 갇힐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했나요?

“시사만화가는 어느 한쪽 진영에 치우쳐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캐리커처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야당인 국민의힘 쪽에 많이 편중돼 있다 보니까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의 입장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책의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일부러 국민의힘을 콕 집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입각해서 봤을 때 과연 어느 쪽 사람들이 공정과 상식에 더 어긋나는 언행을 하는지 보편적인 사고를 가진 시민이라면 다 느낄 거예요. 제 캐리커처를 오랫동안 봐주신 분들은 제가 민주당 의원들도 여러 차례 같은 비중으로 풍자해왔다는 것을 알고 계세요.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중복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계적 중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계적 중립은 반대하는 편입니다. 기계적 중립이라는 건 말 그대로 5 대 5, 이쪽을 5를 비판했으면 저쪽도 5를 비판해야 되고 저쪽을 5 칭찬했으면 이쪽도 5를 칭찬해야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나요? 같은 사안 놓고서도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리는 집단이 있고,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조직이 있는데 기계적 중립에 매몰된다고 하면 그 자체가 불공정한 것 아닐까요?”

아트만두의 시사 캐리커처 작품 (이미지 제공=아트만두)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소개된 작품 중 120점을 선별하셨는데, 기준이 있나요?

“지난번 총선과 보궐 선거 앞두고 벌어졌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었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촉발된 검찰과 언론과 관련 일들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었습니다. 그다음 고위 공직자들, 종교인들, 경제인들 또 정치인들이 얽힌 부정부패 사례를 묶었고, 조국 사태로 불거진 검찰개혁 사안을 하나로 묶었어요. 그리고 정치 시사적인 부분을 떠나 우리 사회에서 잘 알려진 유명 인사라든가, 아니면 일반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마다의 역사를 써 내려온 평범하지만 비범한 분들도 수록했습니다.”

책에 캐리커처 작가로 변신한 계기가 2018년 YTN 파업 때라고 나와요.

“지난 2018년 1월 초 제가 근무하고 있는 YTN에서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이 시작됐고, 당시 회사 홍보팀에서 실무자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었죠. 왜냐하면 노조원이지만, 회사의 입장을 알리는 부서 소속 실무자였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에 참여하기 곤란한 상황이었거든요. 마음은 당연히 사장 퇴진 운동에 동참하고 있었지만, 저만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게 있잖아요. 때문에 저는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엄청나게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죠.

그런데 저만 아는 작은 에피소드가 생겼어요. 파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선배를 마주친 거예요. 그 선배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에게 ‘옛날에는 파업도 같이하던데 홍보팀에 있으니까 편한가 봐? 이제 파업 안 하네’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부서로 가서 팀장한테 ‘저 지금부터 파업 동참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 파업에 참여했죠.

파업에 동참하게 됐는데 나도 나만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들었던 게 뒤집힌 YTN 취재 차량 위에 드러누운 사장이 마치 ‘배 째라, 너희가 아무리 떠들어도 나는 절대 안 나갈 거야’라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캐리커처였죠. 그것을 당시 디자인 센터에 있던 선배한테 보냈더니 그 선배가 노조 집행부에 전달한 거예요. 그 다음 날 농성하러 회사에 갔더니 사회자 옆에 있는 스크린에 그 이미지가 올라와 있었죠. 그러면서 ‘이 작품을 만든 분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더니 저를 딱 불러낸 거예요. 얼떨결에 앞으로 불려 나가서 캐리커처 작가로 첫 데뷔를 당하게(?) 된 거죠.

마음속에만 있던 꿈이 시사만화가였는데, 파업으로 시간이 많이 남는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 오전 농성이 끝나면 집에 가서 그동안 머릿속으로 구상했지만 한 번도 실현하지 못했던 캐리커처를 페이스북에 올리게 됐어요. 그때 처음 올린 게 김성태, 장제원 그리고 홍준표 의원을 풍자한 캐리커처였죠. 그걸 올리니 유령계정에 가깝던 제 페이스북에 갑자기 ‘좋아요’가 100개 이상 달린 거예요. 거기에 고무돼서 그때부터 틈만 나면 캐리커처를 올리기 시작했죠.”

아트만두의 시사 캐리커처 작품 (이미지 제공=아트만두)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어요?

“유치원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었어요. 만화 그리는 게 너무 좋았고 만화를 그릴 때 친구들한테 부러움도 많이 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장남이다 보니 당연히 집에서 반대가 심했고 결국 만화가의 꿈을 접었어요. 하지만 집에서는 아무리 그림 못 그리게 해도 워낙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대를 가게 됐죠.

판화과에 입학했는데 돌이켜보면 저는 뭐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학생이었어요. 남들 가고싶어 하는 미술대학교에 입학했는데도,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판화가 성격 급한 저와 맞지 않아서 학과에서도 겉돌다가 영화 동아리에 가입해서 영화를 많이 봤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놀기 바빴죠. 졸업하고 같은 작업실에 있던 선배의 강력한 권유로 YTN 공채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88학번 최초로 취업을 한 사례가 됐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작가의 길을 버리고 회사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몰래 회사 생활을 했죠. 하지만 작년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그룹전 또 개인전을 했어요. 물론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에는 역량이 부족하지만 저의 정체성은 ‘작가’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거든요. 그리고 2018년도의 YTN 파업을 계기로 시사만화가가 되었죠.”

지금은 꿈을 이룬 건데 어떠세요?

“꿈을 이뤘다기보다 지금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 목표가 생겼죠. 대학교 입학했을 때 창간한 한겨레신문 박재동 화백님의 만평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시사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는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시사 캐리커처라는 장르로 데뷔를 했어요. 제가 속해있는 전국 시사만화협회 소속 작가들은 대부분 20년 넘게 활동해왔는데 그 작가들에 비하면 저는 시작한 지 고작 4년밖에 안 됐거든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는데 그래도 시사만화가로서 이름을 올렸단 점을 놓고 보면 꿈을 이뤘다고도 볼 수는 있죠.

지금은 남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만큼 머릿속에서 영감이 사라지지 않는 그 순간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리고 박재동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던 박재동 키즈로서, 언젠가는 시사 캐리커처를 하는 저의 뒤를 잇는 아트만두 키즈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캐리커처마다 글이 있잖아요. 글 쓰는 작업이 어려웠을 거 같아요.

“당연히 쉽지 않았죠. 처음 한길사와 책 계약을 했을 때는 당연히 캐리커처로만 다 채울 생각이었어요. 제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지면에 공식적으로 글을 한 번도 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으로만 채우는 것보다는 캐리커처마다 글을 하나씩 넣어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쓰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이 옳았고요.

그런데 생각처럼 원하는 글이 나오지 않았고 마감 시간을 몇 번 넘기면서 결단을 내렸죠. 마감을 늦추더라도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동안 썼던 글을 다 지워버리고 다시 썼어요, 그랬더니 편집 주간님이 그 글을 몇 개 보고 캐리커처보다 글이 더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번 흐름을 타니까 그다음부터는 큰 어려움 없이 글이 써졌습니다.”

어떤 작품에 가장 애정이 가는지요?

“시사 캐리커처라는 것이 권력 쥔 기득권 세력을 풍자하는 건데, 그 대상이 된 주인공들은 인간적으로 불쾌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그들이 공인이라 풍자의 대상이 된 것이지 제가 그들 자체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에요. 그래서 애정을 갖는다는 표현보다는 특별히 의미를 두고 만든 캐리커처가 무엇인지 말하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의미 두는 작품은 시대에 역행하는 소위 검언유착, 고발사주 문제, 그리고 그것들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검찰의 조국 전 장관 멸문지화 사건’을 주제로 한 캐리커처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나경원 의원과 관련된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의 곽상도 의원 관련 의혹, 윤석열 후보의 본·부·장 의혹 등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해 인정사정없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검찰과 언론이 한 몸인 거북이로 표현한 캐리커처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 초대전 포스터 (이미지 제공=아트만두)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검찰개혁의 선두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최강욱 의원이 책에 나옵니다. 검찰을 상징하는 맹견의 입을 틀어막고 발톱을 테이프로 둘둘 감싸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최강욱 의원의 캐리커처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 정치검찰을 비롯해 소위 수구 언론과 정치 권력자들이 세상을 자기들 발아래로 보고,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국민들이 바보가 되길 바라는 거거든요. 그저 정치에 관심 끄고 귀 막고 눈 가리고 '입 막고' 살라는 거죠.

지난주에 개인전 <눈깔아>가 끝났는데 우리 국민들도, 국민을 향해 눈 깔라고 겁박하는 무리에 당당하게 맞서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모 후보자의 배우자는 ‘우리가 정권 잡으면 너네들 다 각오해라’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잖아요. 그야말로 찍소리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면 먹고살게는 해줄게, 그런 거 아닌가요? 이 책 제목 <목표는 방구(防口)다>는 그런 의미에서 반어적인 표현이죠.”

앞으로 계획은?

“대부분 시사만화가들이 빠르면 20대 후반에서 늦어도 서른 즈음에 시작하거든요. 저는 그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시작했습니다. 일본에 1970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40년간 빅코믹스라고 하는 만화잡지 표지에 유명 인사들의 캐리커처를 그렸던 히구라시 슈이치(日暮修一)라는 캐리커처 만화가가 있어요. 엄청난 내공이고 끈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일본인들 특유의 집요함과 끈기, 장인정신은 충분히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내 안의 총기가 사라지기 전까지, 손끝에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이 사회를 향해서 저의 목소리를 내는 장수하는 캐리커처 작가로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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