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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사라진 홈에버와 홈플러스[오늘의 핫이슈] 대형마트는 언론의 새로운 성역인가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8.04.17 08:19

대형마트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또 발생했다. 홈에버와 홈플러스다. 그런데 이 두 대형마트의 이름을 오늘자(17일) 신문에선 찾을 수가 없다. 대다수 언론이 사안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보도를 했다고 해도 ‘익명’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침묵’과 ‘익명처리’ 배경이 석연치 않다. 만약 모든 언론이 ‘침묵’했다면 이 사안 자체가 묻혀질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늘자(17일) 경향신문 사회면을 보면 ‘단서’가 잡힌다. 경향신문 기사는 경찰과 언론이 홈에버·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일정하게 시사하고 있다.

홈에버·홈플러스 “이름 알려질 경우 경찰 상대로 소송 걸겠다”

   
  ▲ 경향신문 4월17일자 10면.  
 
우선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오늘자(17일) 경향신문 10면에 난 기사를 일부 인용한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6일 경품 응모권에 적어 낸 개인정보 3만여건을 고객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겨준 혐의(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형 할인점 홈에버와 홈플러스 2곳과 박모씨(43) 등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건네받은 개인정보를 제휴카드 발급 업무에 이용한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이모씨(39)와 이씨에게 병원의 공인인증서를 내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를 조회토록 한 치과의사 김모씨(39) 등 1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할인점 직원 박씨 등은 지난해 9~10월 서울 강남 일대 대형 할인점에서 고객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가 적힌 경품 응모권을 모아 개인정보 3만여건을 정리한 뒤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이씨에게 넘겨줬다. 이씨는 병원인증서를 갖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고객의 직장을 파악한 뒤 마트 측으로부터 건당 3만~4만원씩 받고 제휴카드를 모집했다 … 경찰은 서울지역 일부 병원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올해 초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지키지 않아 옛 정보통신부로부터 무더기 과태료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경품 응모권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는 고객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인데, 대형마트들이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일각에서 대형마트들과 같은 할인점이 조직적으로 고객정보를 유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경찰 “해당 업체들의 압박 때문에 업체명 밝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죄질’이 좀 나쁜 편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해당업체들이 “과태료를 물면 되는 사안을 왜 형사입건하느냐”며 경찰에 항의까지 했기 때문이다. 좀 거칠게 말하면 ‘돈 내면 되지 않냐’ 이건데, 참 경향신문 기사 제목처럼 ‘어처구니가 없다.’

소비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유출할 때는 언제고, 이름 알려지면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 홈에버와 홈플러스의 안하무인격 태도도 문제지만, 그 ‘압박’ 때문에 16일 오후 6시까지 업체명을 공개할 수 없다며 버틴 경찰은 더 우습다.

   
  ▲ 중앙일보 4월17일자 12면.  
 
불법 시위나 집회에서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대한민국의 공권력 경찰이, 일개(?) 대형마트의 협박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경찰 권위가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추락한 권위’ 세우려고 힘없는 노동자 서민 대학생들 때려잡겠다(?)고 하는 것일까.

사실 문제는 언론이다. 소비자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 때문에 경찰이 결국 업체명을 공개했는데, 웬걸! 이젠 언론이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늘자(17일) 경향신문이 유일하게 ‘사건의 전모’와 업체명을 실명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언론사 입장에서 이들 대형마트들이 새로운 광고주로 등장하고 있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오늘자(17일) 대다수 신문의 침묵과 익명처리 보도를 보면서 “과태료를 물면 되는 사안을 왜 형사입건하느냐”라는 항의가 “광고 주면 되지 왜 굳이 보도하려고 하느냐”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랜드 뉴코아 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300일을 맞는 날인데, 한겨레 정도만이 1면에서 이를 비중있게 전하고 있을 뿐이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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