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상운 위원장은 조민제 국민일보 당시 사장이 미국 국적자임을 폭로하며, 이는 신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노조 제공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던 지난해 12월 23일 시작된 국민일보 노동조합의 파업이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훌쩍 넘기며 15일로 벌써 84일째 진행되고 있으나 좀처럼 '싸움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일보 노조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국민일보 사유화를 막기 위해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미국 국적자 조민제 사장 체제의 국민일보는 '신문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으나 국민일보 사측은 오히려 '회장' 승진이란 의외의 방법으로 대응했다.

13일 조민제 사장을 퇴진시키되, '대리인'으로 불리는 김성기 논설위원 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고 조민제 사장을 대신 회장으로 '승진' 시킨 것이다. 사장하지 말랬더니, 도리어 회장으로 승진시킨 이 황당한 인사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14일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많이 참았다"며 이제 국민일보 사유화의 핵심에 있는 '조용기 목사'를 직접 겨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대주주인) 국민문화재단 이사들도 이번 인사를 결정하면서 '꼼수인데, 노조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이사들 본인들도 인정했듯이, 꼼수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조용기 목사로 인해 지금의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제 저희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서 도려내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조용기 목사의 비리, 추문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겁니다."

'조용기 목사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상운 위원장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있다. 구체적 방법과 시기, 절차는 집행부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조용기 비리 폭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사측에게 대화 의지를 기대했었지만, 이제는 접었습니다.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없고, 설령 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된 거죠."

파업 장기화로 지칠 법도 하건만 사측의 소송, 편법 인사가 이어지면서 도리어 '투쟁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일보 사측은 파업을 전후로 해서 조상운 위원장을 포함한 23명의 조합원에 대해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총 7건의 민형사상 소송을 걸었다. 민사 소송 액수만 3억3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조상운 위원장은 이를 '불이 사그러들 때마다 사측이 기름을 뿌려서 불을 지펴주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국민일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총 107명의 조합원 가운데 무려 99명이 기자직군이다. 현장 취재 기자들이 거의 대부분 빠지면서, 국민일보는 기존의 40면에서 32면으로 감면되는 등 파행 발행되고 있는 상황.

"저는 파업 돌입 이후 국민일보 지면을 보지 않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다더군요. 간부급들이 연합뉴스를 참고해서 겨우겨우 지면을 메워가고 있는데, 온전한 신문이라고 볼 수는 없죠."

그러나 연합뉴스 노동조합까지 15일부터 '박정찬 현 사장 연임저지'를 내걸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국민일보 사측은 '지면 메우기'를 위해 대신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과 발빠르게 기사제공서비스 계약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국민일보 노조의 투쟁은 그 대상이 종교 단체와 그 수장의 가족 문제가 얽혀 좀처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싸움은 언론이 사유화돼선 안 된다'는 기본 상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말하는 조상운 위원장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회사측은) 조용기 목사를 국민일보 설립자라고 표현하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마치 국민일보가 자기 가족 것인 양 동생, 가족, 큰 아들, 작은 아들에게 사장직을 맡기면서 23년간 뒷걸음치게 만들었는데 이런 설립자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그동안에는 (조용기 목사 관련 부분을) 일종의 '성역'인 것처럼 인식하고, '건드리지 말자'는 이들이 다수 있었는데 이제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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