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EBS가 PD 제작비 착복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EBS 이사회는 이와 관련해 EBS 경영진에게 관리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지난해 12월 열린 EBS 이사회 속기록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EBS 이사회 홈페이지에 지난해 11월 18일, 12월 23일 이사회 속기록이 올라왔다. 지난해 9월 28일, 10월 28일 이사회 속기록은 4일 게재됐다. 짧게는 한 달 반, 길게는 4개월 뒤에 속기록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EBS)

미디어스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30일 EBS 이사회에서 EBS·EBS미디어 PD들의 제작비 착복 사건에 대한 부실관리 책임과 관련된 질책이 이어졌다. 앞서 이틀 전 EBS가 자회사 EBS미디어에서 발생한 PD의 제작비 착복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EBS PD A 씨와 EBS미디어 PD B 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EBS미디어에 허위 용역계약서를 제출해 1억 8000만 원 상당을 차명계좌로 돌려받았다. 또한 A 씨는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EBS미디어를 통해 허위 연출자 등에게 제작비를 지급하게 하고 합계 1700만 원을 돌려받은 혐의가 있다. (▶관련기사 : EBS “PD 제작비 3억 원 착복 사건, 사과드린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10일 EBS PD A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EBS미디어 PD B 씨와 프리랜서 PD C 씨를 불구속 기소하자 EBS 이사회에서 수차례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사들은 경영진에게 “어떻게 자회사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2017년부터 이뤄졌는데 인지한 시점이 늦은 건 아닌지”, “왜 반복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회사에서 애초에 걸러낼 수 없는 장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자회사 측에 규정이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며 “즉각적으로 시정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EBS 이사회에 지난해 12월 30일 자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다. EBS 이사회는 “순차적으로 올릴 테니 기다려달라”, “코로나로 인해 줌으로 이사회가 진행되다 보니 회의록 작성이 늦어진다”, “1월에 담당자가 바뀌어 시간이 조금 걸린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EBS 이사회는 14일 미디어스에, 지난해 12월 30일 회의록은 오는 24일 EBS 이사회에서 이사진 서명을 받은 뒤에 게시될 예정이라고 전해 왔다. 코로나 상황이 이유라고 하더라고 두 달이 지나서야 회의록이 공개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EBS이사회 홈페이지 '회의공개' 게시판 화면 (사진=EBS)

공영방송 이사회 속기록은 방송사의 관리감독기구인 이사회가 방송사 내 각종 현안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하는지 알 수 있는 수단이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이사회 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회의가 열리는 날 방청신청을 통해 실시간 중계방송을 듣거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속기록을 열람하는 방식이다.

2014년 5월 28일 방송법이 개정되며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KBS, MBC, EBS는 직접 방청이 아닌 속기록 공개를 부분적으로 허용해 언론시민사회로부터 비판받았다. 2015년 KBS 이사회는 당시 이인호 이사장이 이사회 직접 방청 허용과 속기록 전체 공개 등 ‘회의공개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는 세칙을 만들어 회의와 속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경우, 회의록은 2주일 이내에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을 원칙(제7조)으로 하며 회의록과 속기록은 이사회 확인 절차가 끝난 후 홈페이지에 게재(제8조)하고 있다. 14일 EBS 이사회에 관련 규정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EBS PD 착복 사건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관리감독 기구인 이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사회가 제대로 관리감독의 역할을 했는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과정을 두 달이 지나도 알 수 없다면 시민의 관심이 필요없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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