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라운드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강원 FC 스트라이커 '샤프' 김은중이었습니다. 올 시즌, 강원의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된 김은중은 팀의 기대에 부응하듯 홈 개막전에서 깔끔한 멀티골로 2-0 완승을 안겨주며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습니다. 2010년 제주의 준우승을 이끌고 리그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던 면모를 강원이라는 새 둥지에서 다시 보여줄 가능성을 높였던 김은중이었습니다.

개막전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전북 현대 골잡이 '라이언킹' 이동국이었습니다. 이동국은 성남 일화와의 홈 개막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K리그 개인 통산 최다 골 기록을 세우고 팀의 3-2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A매치 2연전에 이어 개막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동국의 활약상은 한동안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역시 이동국도 활약상을 인정받고 1라운드 최우수선수에 뽑혔습니다.

▲ K리그 최다골 타이기록 세운 이동국 ⓒ연합뉴스
더욱 두드러지는 베테랑 활약, 좋은 일이다

김은중과 이동국, 두 선수의 공통점은 이제 서른을 훌쩍 넘긴 베테랑 선수들이라는 것입니다. 1990년대 후반 K리그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두 선수가 10여년이 훌쩍 지나 베테랑이 됐다는 것을 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만, 어쨌든 두 선수가 나란히 1,2라운드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것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동안 묻힐 뻔한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져다줬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감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기량 좋고 빠르고 패기 있는 젊은 선수들의 중용이 많아지고 그에 비해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줄어들면서 벌어진 결과였습니다. 프로 세계가 냉정하다고 해도 베테랑 선수들의 감소는 뭔가 모를 씁쓸함을 가져다 줬습니다. 팀에 인상적인 공을 세웠다 해도 소리 소문 없이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조용히 은퇴를 한 경우가 많았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 소식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의미가 큽니다. 팀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베테랑 선수의 활약이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이 몸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많아지면 후배 선수들에도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며, 더욱 든든한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서른이 훨씬 넘은 순간에도 꾸준하게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목표를 갖는 계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팀의 레전드, 간판으로도 이 베테랑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베테랑이 주는 효과는 그만큼 어마어마합니다.

K리그를 빛내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대표적인 베테랑급 선수들을 살펴보면 먼저 골키퍼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최다 출전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경남 FC 골키퍼 김병지를 비롯해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전남 드래곤즈 이운재, 이들에 비해 출전 기회는 많지 잡지 못했지만 광주 FC 주전 골키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박호진 등이 있습니다.

필드 플레이어 쪽으로 가면 최근 국가대표에 모처럼 발탁돼 활약했던 전북 현대 김상식, 부산 아이파크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한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에 들어가 마지막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내려 하는 김남일 등이 눈에 띄는 베테랑들입니다. 여기에 2006년부터 줄곧 FC 서울 한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37살의 아디도 베테랑 외국인 선수로 꼽을 자격을 갖춘 선수입니다. 아쉽게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어 은퇴하는 케이스는 아디를 빼고는 없지만 프로 무대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맹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플레이는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합니다.

베테랑의 힘으로 K리그를 빛나게

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정도라면 베테랑 선수들이 갖고 있는 힘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 베테랑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만 이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입니다. 전성기 못지않은 꾸준함을 이들은 보여주려 하고, 그것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에 동료 선수들과 팬들은 힘을 얻습니다. 이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K리그를 빛나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욱 멋지게 장식할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 앞으로 꾸준하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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