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SBS가 일주일이 미뤄진 해품달 종영으로 웃지 못할 몸개그를 계속하고 있다. 해품달의 종영이 김도훈 PD의 파업동참으로 한 주 미뤄졌고, 이에 따라 KBS와 SBS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새 드라마 출범을 슬그머니 늦추고 있다.

말로는 스페셜이라고는 하지만 종영 후 시간이 한참 지난 성균관 스캔들 스페셜과 월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수목 방영은 누가 봐도 억지 춘향격의 땜질에 불과하다.

이렇듯 해품달 망령에 시달리는 KBS와 SBS의 태도가 눈치 보기를 넘어 시청자를 우롱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대단히 불쾌한 일이다. 물론 시청률 40%를 넘긴 2012년 상반기 최고 인기 드라마의 막방과 아직 사활이 결정되지 않은 새 드라마를 맞붙게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KBS는 20부작 해품달과 달리 16부작 편성이었던 난폭한 로맨스가 종영되자 이례적으로 KBS 드라마 스페셜 <보통의 연애>를 파격 편성했다. 땜방편성, 패전처리용 등 말이 많았지만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의 우수성으로 인해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SBS의 경우는 <부탁해요 캡틴>이 20부작으로 해품달과 같은 일정을 가졌지만 해품달의 한 주 결방으로 결국 <샐러리맨 초한지> 스페셜을 통해 마지막 소나기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성균관스캔들은 해품달의 작가 정은궐의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청률은 떨어질지라도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오히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또한 시청률 40%가 경이적인 기록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 국민이 다 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난폭한 로맨스를 봤고, 또 부탁해요 캡틴을 시청했다.

성균관 스캔들과 샐러리맨 초한지 스페셜 역시 누군가는 해품달 대신 선택할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고, 충분히 관심이 갈 만한 편성인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3월 14일로 예정되었던 적도의 남자와 옥탑방 왕세자의 약속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한 주씩 밀렸다는 사실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3월 14일로 예정된 드라마를 순전히 방송사의 눈치작전에 의해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하고도 당당한 방송사들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시청자에게 오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해품달에 오금 저려 벌벌 떠는 방송사치고는 너무 뻔뻔한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무리수를 마다않는 것이 KBS와 SBS가 새 드라마에 대단한 각오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것은 아닌가 싶은 의심도 갖게 한다. 그러나 1박2일의 순둥이 이전의 엄포스로 돌아오는 엄태웅과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성공시키고 있는 JYJ 박유천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몸사리기가 아닐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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