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인터넷 기자협회, 환경운동연합 등 24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를 지난 1월 25일 발족했다. 1992년 총선 당시 최초 결성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에 뿌리를 둔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주요 미디어의 선거보도를 감시‧비판하는 활동을 한다.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의 발족 과정과 활동 계획을 들어보고자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과 지난 4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신 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발족 열흘 정도 지났는데, 활동 상황은?

“제20대 대선을 맞아 결성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1월 25일 발족했습니다.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각 지역을 맡아줄 지부와 실질적인 모니터링 계획 논의였어요. 구체적인 역할 분담 등을 협의하지 못한 채 발족식을 하게 됐거든요. 이번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지역 민언련을 중심으로 경기, 경남, 광주전남, 부산, 전북, 충북 등에 지부를 결성했습니다. 아쉽게도 강원, 대구·경북, 대전·충남은 아직 활동 주체를 찾지 못했습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엔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등 기성 언론 모니터링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엔 포털과 유튜브에 대한 모니터링을 좀 더 강화하고자 합니다. 선거일까지 주중엔 매일 1회 이상 기성 언론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고, 포털뉴스와 유튜브에 대한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표하려고 합니다. 특히 포털과 유튜브를 통한 정보 및 뉴스 유통이 기성 언론의 의제 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데요. 한편으론 기성 언론 보도가 유튜브나 포털을 통해 어떻게 확산되고 전파되는지, 그리고 선거 보도 의제와 뉴스 프레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해볼 예정입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사진제공=신미희)

예년에 비해 발족 시기가 늦은 거 아닌가요?

“다소 늦었죠. 이번엔 선거일 43일을 앞두고 발족했는데 시민언론단체와 언론 현업단체가 기존처럼 연대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것인지, 아니면 민언련이 지역 민언련과 함께 자체 활동으로 할 것인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왜요?

“아무래도 각 단체가 대선 앞두고 각자 주력한 사업이나 고유 활동이 있어서 미디어감시연대 구성에 관한 협의가 늦어진 측면도 있고요. 무엇보다 선거 시기 미디어 감시 활동에 대한 방향과 방법을 놓고 각자 고민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30년 간 선거 미디어 감시 활동이 지속된 것은 언론개혁 운동에서 놀라운 성과입니다. 그런데 선거마다 미디어 감시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선거 보도 개선에 실제 영향을 줬느냐는 고민이 있습니다. 고착화된 선거 보도 관행을 벗어나 유권자 중심의 정책·의제 보도로 바꿔보자는 선거 미디어 감시 활동이 언론 보도 문제점을 알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기자·PD 등 보도·제작을 주도하는 언론 내부와 원활한 소통 또는 생산적 변화를 이끌어냈느냐에 대해선 여러 숙제를 안고 있거든요.”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992년 총선 당시 최초 결성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초기 언론·여성·종교·학술 등 시민단체가 중심이었고, 1996년부터 언론노조 전신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언론 현업단체로서는 처음 결합하면서 언론단체로 확대됐습니다. 2016년 총선까지 선거보도감시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2018년 지방선거부터 미디어 감시연대로 바뀌었고요.

기성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과 포털뉴스로 감시대상을 확대했습니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주요 선거마다 한시적으로 연대기구를 구성해 언론 보도를 포함한 주요 미디어의 선거 보도(콘텐츠)를 감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튜브 모니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유튜브 채널은 너무 많아서 어렵지 않을까요?

“유튜브는 대상과 내용이 아주 광범위합니다. 기성 언론 모니터링하듯 분석하기엔 방법도 맞지 않고요. 2020년 총선 당시 5명의 담당자가 구독자 상위 10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선정해 일일 모니터링을 했는데, 편성 시간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채널은 몇 시간씩 방송합니다. 방송 내용을 하나하나 검증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유튜브 모니터링을 시도한 것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유권자들이 선거 정보와 관련 뉴스를 유튜브를 통해 얻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에요.

이번 대선에서도 유튜브 포함 여부를 놓고 고심이 컸습니다. 더 방대해진 규모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거죠. 그런데 유튜브 영향력은 그사이 더욱 높아졌어요. 유튜브가 좌우하는 최초의 대선이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유튜브를 분석하기로 결정은 했는데, 대상 채널 정하는 문제가 정말 어려웠어요.

우선 구독자 수, 조회 수, 업로드 동영상 수, 업로드 주기 등을 종합해 정치·시사·뉴스 유튜브채널 24개로 좁혔습니다. 거대양당 공식 채널과 소속정당 채널 포함해서요.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채널별 이슈와 콘텐츠 품질 지수 등을 산출해볼 예정입니다. 허위조작정보 유통 여부도 점검하고, 유튜브 영향력 지수도 추출해보자는 건데요.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기성 언론의 의제 설정과 프레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분석해보자, 이런 목표로 유튜브 모니터링을 하려고 합니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출범 기자회견' (사진=민언련 유튜브 채널)

미디어감시연대에 참여하는 단체가 대부분 진보진영이라 편향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부 보수진영에서 편향성 등을 문제삼은 건 이미 여러 번이죠. 미디어감시연대에 참여하는 민언련,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에 정파성 딱지를 붙여서 편향성 시비 거는 행태는 참으로 유치하다고 보는데요. 미디어감시연대는 발족할 때마다 선거보도준칙을 공표하고,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언론 보도를 감시하겠다고 밝히고 활동합니다. 그에 따른 모니터보고서 등 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이 편향적인지 아닌지는 유권자와 국민들이 판단할 사안입니다.”

타이틀이 ‘대선미디어감시연대’입니다. 대선 이후 활동이 끝나는 건가요?

“3월 9일 선거일까지 일일 모니터링 및 모니터보고서 발표 체계 중심으로 활동하고요. 이후 평가토론회와 활동백서 발간 등 후속 활동도 하게 됩니다. 올해는 6월 지방선거가 바로 이어지는 일정이어서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이 마무리되는 대로 3월 말부터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 구성을 위한 논의가 될 듯합니다.”

사실상 지방선거까지 하는 거죠?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물론 지방선거는 대선과 또 다른 특성이 있어요. 우선 지방선거에 맞게 조직체계를 보완해야 할 것이고요. 지역거점 모니터링을 위한 대상 매체 선정, 모니터링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보완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편부당하고 객관적 선거 보도를 한다 ▲적극적인 검증 보도를 한다 ▲유권자 중심, 정책의제 중심의 선거 보도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거 보도를 한다 ▲폭로성 주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증하고 보도한다 ▲선거 여론조사 준칙을 숙지하고 부합하는 보도를 한다 ▲언론윤리에 부합하는 선거 보도를 한다 ▲경마식 보도, 지역주의·정치혐오 조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어떻게 나온 기준인가요?

“현재 선거보도준칙은 2016년 총선에서 출발이 됐어요. 그런데 어떤 준칙이든 ‘이런 보도만은 해주세요’라거나 ‘이런 보도만은 하지 맙시다’ 등 기자·PD 등 언론인에게 제안 또는 당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결국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유권자 중심의 정책·의제 선거 보도로 발전하기 위해선 ‘보도준칙’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데 그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죠. 따라서 유권자의 눈으로, 유권자에게 이익이 되는 보도를 하는 것이 올바른 선거 보도의 핵심입니다. 또한 유권자 중심 보도는 언론이 정책·의제 및 공약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후보나 캠프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지 말고 제대로 검증하라는 것이고요.”

'대선 보도, 저널리즘 본령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바람직한 선거 보도를 견인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던데, 바람직한 선거 보도는 어떤 걸까요?

“‘바람직한 선거 보도’를 강조할 때마다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하는데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선거 보도에 대해 교과서적인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먼저 강조하고 싶고요.

바람직한 선거 보도의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유권자 중심 보도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선거 보도는 정치인과 정당 위주였습니다. 이른바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정치와 선거 보도가 이뤄졌는데, 시민과 유권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왜냐면 그들의 정치와 선거의 주인이니까요. 어느 후보가 나와서 정책·공약을 발표하면 이게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 현실 가능성 있느냐 등을 언론이 따져달라는 요구입니다.

두 번째는 인물 위주로, 정당 위주로, 당락 위주로 보도하지 말고 정책·의제와 공약 중심으로 하라는 겁니다. 언론은 후보자에 대해 어떤 지역 출신이냐, 어느 학교 출신이냐, 어느 정당 출신이냐, 어느 계파냐를 놓고 많은 보도를 쏟아냅니다. 그리고 선호도와 지지도를 묻고, 그 결과를 대서특필합니다. 그 후보가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놨는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의제를 다루고는 있는지, 그럴 비전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관심 없죠. 역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등이 인물 중심으로 인기 투표하는 듯하게 흘러온 데는 언론의 책임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정치의 사회적, 국가적 책임의 막대함을 고려할 때 인물만 남고 정책은 실종되는 선거 보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합니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출범 기자회견' (사진=민언련 유튜브 채널)

현재까지 20대 대선 보도를 평가하신다면?

“기성 언론의 선거 보도는 예전에 지적된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따옴표 보도’만 보더라도 후보 또는 캠프, 정당의 발언과 주장을 여과 없이 언론이 취사선택해 따옴표 쳐서 그대로 중계하고 있고요. 적극적인 검증 보도를 하고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후보 또는 후보 배우자를 비롯한 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비리 논란 등이 여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있는데, 언론은 의혹과 논란 자체만 보도하고 있어요. 근거가 있는 의혹인지, 논란의 실체가 무엇인지 적극 취재하거나 추적하는 언론이 매우 적어요. 그 과정에서 아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이나 발언을 부각해 오히려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요. 현재 후보와 후보 배우자 등에 관한 의혹은 후보 자질과 도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안이 많습니다. 언론이 이를 검증하지 않는다면 언론으로서 스스로 역할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일부 유튜브 채널과 인터넷매체에 언론의 검증 역할을 내주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어느 선거 때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언론의 총체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까지 한달 여 남았는데 앞으로 계획은?

“2월 7일부터 대선미디어감시연대에서 평일마다 보고서가 1회 이상 발표돼 선거 보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데, 시민들이 모니터링 결과와 보고서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데 도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한편으로는 좋은 선거 보도, 좋은 지면과 방송이 있는데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좋은 보도를 더 많은 시민이 접할 수 있도록 알려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민언련은 30여 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중요한 선거마다 미디어 감시를 해왔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적은 인원의 활동가들이 방대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언론은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느냐고 한탄하는데, 그 어떤 개혁보다 언론개혁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개혁의 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동행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언론을 포기하게 되면, 더 이상 어떤 대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힘을 모아주셔야 민언련이 선거 보도를 비롯한 언론 권력 감시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민언련 많이 후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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