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선수를 잃은 유일무이한 구단은 LG입니다. 지난 시즌 13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거둔 에이스 박현준과 선발 로테이션의 일익을 담당하던 김성현을 잃었습니다.

애당초 박현준과 김성현 모두 승부조작에 연루되었음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렴치범이라는 비난을 샀습니다. 언론에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며 두 선수를 옹호했던 LG 역시 빗발치는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LG가 유일한 승부조작 구단은 아닙니다. 작년 7월 31일 LG가 영입한 김성현은 트레이드 이전인 넥센 시절 승부조작을 자행했음이 밝혀졌습니다. 박현준의 승부조작으로 인해 LG가 여론에 하소연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성현의 승부조작에 대해서만큼은 LG에 책임이 없으며 억울한 것이 사실입니다. 유달리 트레이드에 불운했던 LG는 또 다시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 격’입니다.

김성현의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넥센에 책임이 있습니다. 만일 김성현이 LG로 트레이드되지 않고 여전히 넥센 소속 선수인 가운데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면 비난 여론은 LG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LG와 넥센으로 양분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LG가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승부조작으로 인해 퇴단시킨 김성현에 대해 넥센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LG에 보상 트레이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부에서는 넥센이 김성현의 승부조작 사실을 간파하고 LG로 트레이드했다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코 음모론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어차피 퇴출시켜야 할 선수 대신 즉시 전력감의 선수를 LG로부터 얻고 구단의 이미지 실추도 막았다는 점에서 넥센으로서는 속된 말로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인 것은 사실입니다.

▲ 넥센 시절의 김성현. 퇴출된 김성현이 LG로 트레이드되기 전 넥센 소속 당시 승부조작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LG는 억울한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작년 7월 31일 트레이드 당시 송신영은 30대 중반이며 FA를 코앞에 두고 있었기에 힘겨운 4강 싸움을 벌여나가던 LG로서는 마무리 투수로 즉시 활용하기 위해 영입한 것이지만 김성현은 고졸 프로 4년차로 당장의 4강 싸움보다는 미래의 선발 에이스로 육성하기 위한 의도로 영입했습니다. 따라서 10년을 내다보고 영입한 선발 투수인 김성현을 넥센 시절의 잘못으로 인해 단 9경기만을 출장시킨 LG가 잃은 것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상점에서 ‘불량품’을 구입했다면 상인이 의도적으로 불량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해도 정상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상식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를 상품에 비유하는 것이 어색할지 몰라도 성적과 인기에 따라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는 점에서 상품에 가까운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프로야구 선수의 계약금과 연봉 계약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또한 그들의 상품성을 입증합니다.

그렇다고 넥센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 중인 심수창이나 중심 타자로 자리 잡은 박병호를 LG로 돌려보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김성현과 비슷한 수준의 유망주를 LG에 보상한다면 적절할 것입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구성하고 있는 9개 구단은 서로가 적이지만 동시에 동업자이기도 합니다. 상대가 없다면 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성현의 퇴출과 관련해 넥센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LG와 보상 트레이드를 상식선에서 의논하는 것은 넥센 프런트의 동업자 의식을, LG 프런트의 수완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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