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OTT 전성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시장에 거대 공룡들이 시장 지배자를 따라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 한국 시장은 격전지가 됐다.

한국 인구를 보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가까운 동북아인 일본은 인구수로 2배가 넘고,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우리보다 시장 자체는 더 크다. 그럼에도 거대 OTT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임의 테스트베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영화가 공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고전하다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하며 로컬 작품 제작은 활기를 띠게 됐다. 그리고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한국 콘텐츠들이 서구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며, 분위기는 급반등하고 있다.

해외 OTT (PG) (이미지=연합뉴스)

팬데믹 시대 OTT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최대 수혜자는 넷플릭스였다. 그런 넷플릭스의 목을 잡고 끌어올린 것이 바로 한국 콘텐츠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는 서비스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도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기록도 경신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넷플릭스의 효자가 된 대한민국 콘텐츠 전성시대는 흥미롭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서비스가 되면 바로 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 콘텐츠들이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말 그대로 서구 시장에도 통하는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OTT 사업자 역시 한국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돈은 많은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좀처럼 모르는 것 같은 디즈니 플러스마저 한국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애플 TV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이선균, 박휘순, 이유영, 서지혜를 앞세운 <닥터 브레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상대적인 물량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는 물론 아직 국내 서비스가 되지 않는 HBO맥스와도 물량 면에서 절대적 약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사진제공=Apple TV+)

그럼에도 애플 TV 플러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콘텐츠의 질 때문이다.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만든 작품들의 퀄리티는 그 어떤 작품들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니 말이다. 여기에 매달 새로운 작품들을 내놓으며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6,900원이 아깝지는 않다.

M. 나이트 샤말란이 제작한 <서번트>는 심리적 서스펜스의 정점을 느끼게 한다. 시즌 3까지 제작되며 대표작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SF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SF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은 필견의 드라마다. 오락용 우주 배경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철학을 담은 아시모프 원작의 이 작품은 SF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시리즈다. 외계인 침공을 다룬 <인베이션> 역시 몰입감을 놓여주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획기적인 실험작인 <콜>은 애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필버그가 제작해 새롭게 내놓은 <어메이징 스토리>도 흥미를 끈다. 애플 TV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씨> 역시 필견의 드라마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사는 세상에 앞을 볼 수 있는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흥미롭기만 하다.

Apple TV+ 홈페이지 캡처

톰 행크스의 <핀치>나, 빌 머레이의 <온 더 룩스>와 같은 오리지널 영화들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찰리 브라운> 시리즈가 서비스되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 세계나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시 많지는 않지만 접할 수 있다.

아름다운 지구를 엿볼 수도 있고, 오프라 윈프리를 접할 수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 틀은 잘 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들도 꾸준하게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최근에는 <애프터 파티>와 <용의자들>이 서비스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제작 소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파친코>가 3월 25일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민진 작가의 작품으로 미국에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4대에 걸쳐 풀어가는 장대한 서사라는 점에서 과연 어떻게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이민호와 윤여정의 참여로 더 큰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삶을 한인 이민 가족들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파친코' [애플TV+ 제공]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달리 애플은 제작 작품 수가 적다. 국내에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OTT와 비교해도 물량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이들이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애플 TV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하반기 HBO맥스가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국내의 OTT 전쟁은 보다 심화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여전한 시장 지배자가 될지, ‘돈 많은 바보’ 같은 공룡 디즈니 플러스가 각성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여기에 콘텐츠 부자인 HBO맥스가 가격 경쟁력이 되는 시점 반격의 주인공이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틈새에서 애플 TV는 물량 공세가 아닌 작은 틈을 이용한 전략을 이어갈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20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지만, 그건 OTT보다는 아마존 사이트를 위한 서비스 개념이 크다. 그럼에도 걸출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하기도 한다. 대부분 작품들이 한글 자막 서비스가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가격도 애플 TV와 비슷하니 말이다.

전통적인 TV시대는 저물고 있다. 토종 OTT 업체들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외국 OTT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SK와 CJ라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국내 OTT가 올해를 기점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웨이브와 티빙의 기대치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도약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OTT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콘텐츠의 시대다.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 시장을 장악한 한국이 OTT 시장에서는 아직 초보 단계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토종 OTT들의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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