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은 <PD수첩>의 '한미FTA' 제작 중단 압력 의혹과 관련해 "파업 중이라서 <PD수첩> 자체가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MBC < PD수첩> 홈페이지 캡처

12일 발행된 MBC노조 특보에 따르면, 비조합원인 <PD수첩>의 김영호 PD는 한미FTA 아이템과 관련해 촬영까지 모두 마쳤으나 김철진 시사교양2부 부장의 반대로 인해 방송이 무기한 보류됐다.

김영호 PD는 한미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 멕시코 현지 취재까지 마쳤지만 김철진 부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총선 전에 이 아이템은 방송될 수 없다"며 방송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철진 부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도를 막은 적이 없다"며 제작 중단 압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부장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PD수첩> '한미FTA'편이 방송되지 못한 이유는 'MBC노조의 파업' 때문이다. PD들의 파업 참여로 <PD수첩> 자체가 방송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한미FTA 아이템 뿐만 아니라 론스타, 재외국민 참정권 아이템 역시 파업으로 인해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김 부장은 <PD수첩> '한미FTA' 불방의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MBC노조의 파업 때문에 <PD수첩> 자체가 불방되고 있는 상황"을 내걸면서도, "한미FTA가 총선을 앞두고 큰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았느냐. 어떻게 방송을 하더라도 시비의 여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총선 지난 후에 방송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FTA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것이 '방송 보류'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 "저널리즘으로서 가치 없는 프로그램" 주장

이진숙 MBC 홍보국장 역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이 시작돼 어차피 방송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진숙 국장은 "총선의 최대 쟁점인 이슈를 방송해봤자 회사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며 "한미FTA 편만 나가고 다시 프로그램을 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한미FTA가)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팽팽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론낼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봤자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PD수첩> '한미FTA' 편을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 사측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큰 화제를 모았던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의 경우 MBC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던 2010년 4월 당시 비조합원 신분이었던 최승호 PD가 제작, 방송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 재외국민 참정권 아이템의 경우에도 담당 PD가 MBC노조 조합원 신분으로 총파업에 동참하느라 제작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FTA 아이템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사와 스폰서' 편을 제작했던 최승호 PD는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영호 PD가 비조합원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하는데도 오히려 회사측이 이를 못하게 막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행태"이라며 "회사측은 <해품달> PD 등에게 정상적으로 방송을 내라고 엄청 압박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거꾸로가 돼버렸다"라고 비판했다.

담당 김영호 PD, " 취재한 내용을 알지도 못하면서 저널리즘 가치 없다니" 반박

이어 최승호 PD는 "만약 한미FTA 아이템이 아니었더라면 (제작 중단)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아이템이었다면 즉각 <PD수첩>을 방송하게 하고, '(MBC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PD수첩> 조차 정상방송되고 있다'고 홍보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미FTA 편을 담당한 김영호 PD 역시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FTA가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면 국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그만큼 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나는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PD수첩 한미FTA편을 제작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사측이) 제작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호 PD는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 사안에 대해 더욱 더 차분하고 집중력있게 다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PD는 이진숙 국장이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하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진숙 국장은 내가 취재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널리즘적으로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언론인으로서 살아오면서 다른 누군가가 취재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저널리즘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본적이 없다"며 "방송을 내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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