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옥천FM 공동체라디오 OBN이 지난해 12월 21일 첫 전파를 송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신규 허가한 20개 공동체라디오 중 첫 번째로 개국이다.

OBN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 참여’다. 방송국 개국부터 주민들이 함께했다. 송건호 기념사업회가 주민 성금을 모금해 총 1억 원이 모였다. 프로그램 진행자, 출연진은 대부분 옥천군 주민들이다. 옥천여중 학생들이 평일 골든타임(저녁 8시~9시) 청소년 프로그램을 맡았고, 옥천군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오한흥 대표와 이해수 편성국장에게 OBN 개국 과정과 현실적인 어려움, 앞으로의 목표 등을 물었다. 오한흥 대표는 옥천신문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인터뷰는 3일부터 4일까지 서면·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래는 오한흥 대표, 이해수 편성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OBN 개국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오한흥 –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언론자치가 우선해야 한다. 공동체라디오 선정 전부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황민호 추진위원장이 박진감 있게 준비했다. 기부금은 1억 원 이상 모였다. 사실 지역에서 이러한 기부문화가 형성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옥천군은 시골이라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첫 번째 개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싶어 서둘렀다.

이해수 - 실무자들이 법인을 만들고 다른 법인과 협약을 맺는 동안 마을 활동을 하며 방송을 함께 만들 주체들을 섭외했다. 또한 관악, 성서, 금강 등 기존 공동체라디오를 견학해 방송 제작 과정을 공부했다. 한국공동체라디오협회가 도와준 것도 있다. 협회 주도하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편성 시 주의점, 재난방송 대비, 관련 법 등을 공부했다.

Q. 옥천군에는 옥천신문이라는 걸출한 지역언론이 있다. 옥천신문이 개국 과정에서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오한흥 – 옥천신문이 없었다면 OBN이 이 자리까진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옥천신문 구성원들의 이해가 바닥에 깔리면서 힘이 됐다. 앞으로도 많은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옥천신문이 옥천군의 문자를 담당하고 있고, ‘옥이네’라는 월간지도 발행 중이다. 이제는 글과 말이 융합되는 단계다. 개국을 계기로 옥천신문과 함께 옥천군을 ‘언론의 마을’로 가꿔보고 싶다.

OBN 청소년 프로그램 '인초틴' 방송 현장 (사진=OBN 페이스북 갈무리)

Q. OBN 프로그램을 보면 ‘옥천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주민들이 프로그램 제작·진행에 참여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편성·기획 과정에서 주안점에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해수 - ‘세대‧분야별 옥천주민들이 빠지지 않고 방송에 참여할 것’, ‘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고, 읍‧면별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할 것’을 중점에 두고 있다. 특히 황금시간대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분야의 주민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담고 있다. 현재는 청소년 방송활동 프로그램 4개가 송출되고 있다. 이 밖에 이주민 이야기, 장애인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형태·기획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정규프로그램인 만큼 PD들이 기획·대본작성을 하고 있다. PD들도 공동체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처음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만, 주민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옥천에 살어리랏다’라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 주민들이 직접 동네를 다니며 이웃의 사연을 모집하고, 방송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형태를 구상 중이다. 현재는 청년 PD만 있지만, 다양한 세대‧분야의 PD가 나오길 희망한다.

Q. 재원 확보 방안은 있는가

오한흥 –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공동체라디오를 만든 것을 넘어, 풀뿌리 지역언론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가 어려운 언론을 돌아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광고는 고민하고 있다. 주민을 위해 열심히 방송하다 보면 광고가 따라오리라 믿는다.

Q. OBN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인력확보 방안은 있는가

오한흥 – 인력 충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방송의 질을 도모할 수 없다. 공동체라디오는 결국 방송의 질에서 승부가 나는데, 이를 위해선 인력이 필요하다. 우선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공모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정기후원자도 늘어나고 있다. 무모한 상황은 맞지만, 초창기 옥천신문을 생각해본다면 그때보다 상황이 좋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Q. 라디오 특성상 전파를 계속 송신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이해수 – 전파 송신 자체는 기계가 해주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다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물리적 한계가 있다. 또 전파 송출 범위가 실제 허가받은 범위보다 적다. 안테나가 산이 아니라 평지에 위치해 있다. 이전이나 확장을 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OBN은 옥천읍, 군서면, 군북면, 동이면 등에서만 청취할 수 있다. 옥천군 인구는 5만 명이지만 청취권에 3만 명 안팎이 살고 있다)

오한흥 OBN 대표(왼쪽)와 이해수 편성국장(오른쪽)

Q. 공동체라디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 있을까

오한흥 – 법이 만들어지면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이를 실행한다. 그런데 지자체가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못 깨어나고 있다. 지자체가 종합편성채널에 광고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 지자체가 공동체라디오, 지역언론 등과 함께 살길을 찾아갔으면 한다. 방통위도 지원사업을 실시할 때 지역언론을 더 많이 배려해줬으면 한다.

이해수 – 재난재해 상황에서 소식을 빠르게 전달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대응 방법은 없다. 옥천의 경우 지난해 용담댐에서 갑작스레 방류를 결정했지만, 문자를 받고도 미처 대비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다. 또한 코로나19 정보가 지역별로 너무 상이해 방송사에서 옥천군 소식을 세세하게 전달해주긴 어렵다. 또한 세대 분야별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지역성을 구현하는 점, 방송의 소유 및 편성 규제에 따라 시장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는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라디오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주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고, 주민들이 라디오를 통해 문화를 향유하기도 한다. 국지적 재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다.

공익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상시적 운영이 필요한 공동체라디오의 기능과 달리 공동체라디오 자체는 비영리 법인이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 운영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재난재해시 즉각적으로 대응해 방송을 하려면 운영이 원활하게 되어야 해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어진 방송의 공적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어도 재난재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방송에 참여해 공익적 기능을 이어가려면 이를 위한 전담기구나 기금 등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동체라디오가 지역 곳곳에 확산되어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처음 공동체라디오를 시작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기술적인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공동체라디오의 공익적 기능을 살리고 지역 곳곳에서 이 기능이 실현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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