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토요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우고 공동 공약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민주통합당은 16곳 선거구를 무공천하며 통합진보당에 양보하게 되었고, 76개 선거구에서 경선을 실시하게 되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11개의 선거구를 무공천하며 56명의 후보를 사퇴시켜야 하기에 민주통합당에 67곳의 선거구를 양보한 셈이 되었다. 총 159곳 선거구에서 양당합의가 이루어졌으며, 호남 지역구에선 통합진보당의 정당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동시 출마하기로 하기로 했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 되었다.

12일 월요일자 신문의 이른바 ‘야권연대 타결’ 보도를 보면 각 신문사의 정치성향 및 선거전략의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새누리당과 야권연대의 총선 경쟁이 어떻게 될 것인가만을 신경쓰는 언론이 있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협상결과가 양당에 어떤 이해득실을 줬는지까지 분석하는 언론이 있다. ‘사실상의 야권연대’에서 소외된 진보신당 같은 소수정파의 존재를 기억해준 언론은 소수였다.

▲ 12일자 동아일보 1면
통합진보당이 모든 것을 삼키리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는 야권은 연대하는데 보수는 분열하는 상황을 대조적으로 비교하는 편집을 선보였다(조선일보 4,5면,동아일보 1면). 야권연대 기사를 국민생각 등 보수분열을 보여주는 상황과 함께 묶어 기사로 쓰거나 연이어 배치하여 보수진영에 경고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연대 내부의 이해득실엔 관심이 없었고 야권연대의 파워를 조명하고 정책합의가 지나치게 좌클릭했다고 비판하는 길을 택했다. 새누리당 지지자의 시선과 관심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야권연대를 통해 생긴 공동정책합의문 내용을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3%당(통합진보당)의 정책이 국정의 중심이 될 거라고 우려했다(1면). 20개 정책 약속의 초안을 잡은 백낙청 등이 참여한 원탁회의에 대해서도 주요언론사 중 유일하게 기사 한 꼭지를 할애했다(4면). 전반적으로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그들이 내세운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보수유권자들에게 묻는 형식이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보수에 뿌리를 뒀던 야당과 범(汎)좌파가 결집한 정당이 전국적으로 단일 후보를 내고 정책을 공유하는 선거 연대를 이룬 것”에 우려를 드러냈는데, 걸핏하면 친북좌파로 몰던 민주당을 ‘보수에 뿌리를 뒀’다는 사실을 인정했단 사실이 참신했다. 동아일보 사설도 야권정책합의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 오히려 서민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담았다. 조선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이 비상(非常)한 사태를 맞아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에 대한 예상이 나오기는 했는데 의도가 좀 의심스러웠다. “진보당은 이번 야권 연대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너끈히 넘기고 민주당은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당의 도움이 더 절실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진보당의 요구는 더 많아지고 거세질 게 분명하다. 대선 승리 후 핵심 각료 자리 보장과 공동 정부 구성을 요구하고, 민주당도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정권의 청와대와 내각 회의에 한미 동맹 해체 같은 진보당 주요 정책이 현안으로 오를 날이 다가온다는 말이다.”로 이어지는 정세분석은 통합진보당 당직자의 희망사항이라도 되는 듯 통합진보당의 미래에 장밋빛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세분석이나 예측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이 사실상 좌파들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과장된 선동으로 보인다. 양보 받은 지역구와 경선지역의 현황을 챙겨볼 때 통합진보당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부터가 희망은 가져볼만 할지언정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12일자 조선일보 3면
협상의 이해득실을 상세하게 보도한 신문들

이와는 구별되게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통합진보당의 협상과정과 이해득실에 대해서도 담았다. 중앙일보는 통합진보당이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등 간판인사들이 민주통합당 후보와 경선을 치르겠다는 배수진을 쳐 민주당 무공천 지역과 경선지역을 더 받아냈다고 전했다. 양당의 이해득실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희망이 생겼지만, 민주통합당 역시 비교적 적은 지역구를 내주고 박빙지역의 승리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고 평가했다(5면). 한국일보의 경우에는 기사를 나누어 좀 더 자세한 분석기사를 썼다. 전체적인 효과를 다룬 기사에서는 시너지가 있지만 민주당 내부반발, 정책 좌클릭으로 인한 중도층 이탈 우려, 진보신당의 독자행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4면). 보수언론으로서 진보신당의 이름을 언급한 흔치 않은 사례였다(조선일보 등은 10일 토요일자 신문에서 진보신당의 이정희 대표 고발 건에 대해서만 기사를 냈다). 한편 같은 면에 별도의 기사로 통합진보당의 협상전략을 설명하고, 이번 협상으로 각 계파의 이익을 관철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희망할 수 있게 되었다고 썼다.

한겨레는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선거구 159곳을 지역별로 표로 정리할 만큼 야권연대 결과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5면). 분석기사에서는 민주당이 ‘통큰 양보’를 했다는 제목을 달았고, 1면에선 총선 1대 1 대결이 이루어졌다 보도하여 민주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야권연대 결과에 희망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1면과 5면의 기사에서 모두 진보신당의 참여가 없었다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진보신당과의 추가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여 다른 언론에 비해 진보신당의 역할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책연대 내용을 다룬 기사제목으로 <한미FTA 시행반대·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달았는데, 실제 기사내용을 보면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한 민주통합당과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한 통합진보당의 협상 끝에 “독일식을 포함한 선거제도 혁신”이란 용어로 정리된 것으로 나와 있어서 제목과는 거리가 있었다. 공동정책 합의문 내용이나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실제보다 더 진보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 12일자 한겨레 5면
나홀로 경향, 우린 정책에만 신경쓴다?

한편 경향신문의 경우 한겨레는 물론 보수언론들에 비해서도 야권연대 타결에 대한 기사의 비중이 적어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야권 단일화와 보수 분열을 함께 다뤘다는 점에선 동아일보와 흡사한 편집을 보였고, 3면에 실린 분석기사는 중앙일보나 한국일보의 보도와 비슷한 정도의 정보를 담고 있었다. 경향신문의 의도는 사설에서 드러났다. 사설은 “야권연대는 후보단일화 전략 수준을 넘어 더 멀고 높은 곳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민주진보진영이 수권능력을 입증하려면 민생을 살리는 정책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그런 의도였다면 사설에서도 주목한다고 말한 공동정책합의문에 대해 조선일보와는 다른 시선에서 집중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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