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이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43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MBC 사측이 <PD수첩> 제작진 측에게 '한미FTA' 제작을 중단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MBC < PD수첩> 홈페이지 캡처

12일 발행된 MBC노조 특보에 따르면, 비조합원인 <PD수첩>의 김영호 PD는 한미FTA 아이템과 관련해 촬영까지 모두 마쳤지만 김철진 시사교양2부 부장의 반대로 인해 방송이 무기한 보류됐다.

김영호 PD는 한미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 멕시코 현지 취재까지 마쳤지만 김철진 부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총선 전에 이 아이템은 방송될 수 없다"며 방송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당초 방송 예정일은 2월 28일이었음에도, 벌써 3주째 제작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김영호 PD는 이날 특보를 통해 "국장도 (김철진 부장과) 같은 반응이었다"며 "사실상 불방 통보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PD는 "(캐나다, 멕시코 등을) 취재해본 결과, FTA가 가져올 파장은 IMF를 능가할 것이다. (15일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이런 중요한 사안을 아직까지 어떤 방송사에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며 "FTA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안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호 PD는 "캐나다에서 만난 보수적 성향의 법률가 한 사람이 '왜 당신들이 와, 정부가 와야지. 정부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인데'라고 말했다"며 "왜 이것이 정치적 문제인가. 방송을 막는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FTA는 취재조차 허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라는 MBC 노조 측의 질문에는 "올 초 신년특집기획을 할 때 자영업자의 몰락을 다루면서 부수적으로 FTA를 취재했다.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이 FTA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구성안을 본 김철진 부장이 자영업자들의 개별적 사례를 다루다가 갑자기 FTA가 나오는 것이 너무 뜬금없고, FTA처럼 복잡한 사안을 다루기엔 분량이 너무 짧다며 뺄 것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김영호 PD는 이어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는 부장의 지시대로 FTA 관련 내용을 빼는 대신, 다음에 FTA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했고, 부장도 당시에는 별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을 막은 당사자로 지목당한 김철진 시사교양2부 부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도를 막은 적이 없다"며 "파업 중이라서 <PD수첩> 자체가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김 부장은 "한미FTA가 총선을 앞두고 큰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어떻게 방송을 하더라도 시비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총선 지난 후에 방송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FTA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것이 '방송 보류'의 한 원인임을 인정했다.

김 부장은 '한미FTA 아이템에 대해 촬영까지 모두 마쳤고, 2월 28일 방송할 예정이었다'는 제작진의 주장과 관련해는 "한미FTA 뿐만 아니라 론스타, 재외국민 참정권 아이템 역시 제작이 모두 완료됐으나 파업으로 인해 방송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한미FTA편의 방송 날짜가 확정되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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