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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승부조작,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2.03.12 10:01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다투어 폭로전을 일삼던 언론이 입을 봉하고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이 17일로 다가오면서 대구지검의 14일로 예정된 발표가 최종 수사 결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프로야구 승부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엄청난 숫자의 선수들이 연루되어 있는 것처럼 의혹이 불어났지만 고작 2명의 선수가 연루된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대다수 야구팬들은 야구가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하다고 안도하기보다 검찰의 수사가 변죽만 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관련되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승부조작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KBO와 LG, 넥센의 행보입니다.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던 김성현과 박현준이 검찰의 조사 결과 승부조작을 인정하자 KBO는 5일 사무총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며 두 선수에 활동 정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다음 날인 6일 김성현과 박현준의 소속 구단 LG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퇴단 조치를 취했으며 7일에는 김성현이 승부조작을 저질렀을 때 소속 구단이었던 넥센이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KBO와 LG, 넥센은 승부조작의 책임을 선수 개인에게만 전가한 채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승부조작에 대해 사과문과 선수 퇴출로 자신들은 책임을 다했다는 논리입니다. 리그의 근간을 뒤흔드는 한국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대 오점을 남긴 사건에 대해 참으로 안이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입니다.

   
▲ 서울 도곡동 KBO 건물 ⓒ연합뉴스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대해 KBO는 사전 교육 및 감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매년 신인 선수들을 상대로 소양 교육을 실시해왔다고 하지만 예비군 훈련처럼 수박 겉핥기에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승부조작을 저지른 김성현이 프로 4년차, 박현준이 3년차였음을 감안하면 신인급도 아니기에 신인에 한정된 교육은 별무효과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선수 관리에 책임이 있는 LG와 넥센, 두 구단의 태도 또한 미온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LG 백순길 단장은 승부조작 혐의가 불거지자 소속 선수들의 무혐의를 자신하며 ‘구단 해체까지 불사’하겠다며 호언장담하던 배포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이 단장으로 재임했던 기간 중 박현준이 승부 조작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모 기업과 구단의 이미지 실추보다는 본인의 자리보전이 더욱 중요한 듯합니다. 작년 7월 31일 넥센과의 2:2 트레이드에서 FA 송신영의 보상 선수 나성용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으며 LG가 또 다시 호구로 전락했다는 점 역시 백순길 단장이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넥센은 어차피 검찰 수사를 통해 퇴출해야 할 선수를 일찌감치 비싼 값에 팔아치워 타 팀 선수도 얻고 구단의 이미지 실추도 막아 손 안대고 코 풀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할 듯합니다. 양 팀 모두 단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도 성난 여론이 납득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판국인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습니다.

KBO와 LG, 넥센의 안일한 태도는 승부조작에 대해 싸늘한 여론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선수 개인 외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승부조작이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리그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의 오점을 남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이 유야무야된다면 불미스런 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을 KBO와 LG, 넥센은 모르고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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