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은 K팝스타에서 가장 튀는 사람이다. 도전자, 심사위원 통틀어 그렇다. 그것이 K팝스타 흥행에 적어도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계의 이단아 박진영을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톡톡 튀는 박진영의 심사평이 흥미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가 아무리 뛰어난 프로듀서라 할지라도 아홉 명을 심사하다보면 앞에 한 말을 잊고 모순된 잣대를 들킬 수도 있다는 맹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박진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K팝스타 2차 생방송에서의 심사는 도무지 곱게 넘어가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SM, YG 그리고 JYP의 회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이승훈에 대한 평가는 납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승훈은 생방송 이전부터 노래로 어필해온 도전자는 아니다. 춤과 랩이 그가 보여준 것이고, 그 중에서도 안무에 대한 출중한 실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양현석은 아티스트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이승훈의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농담으로도 잘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두 번의 생방송에서 이승훈은 랩과 노래 그리고 춤을 모두 다했다. 천재 프로듀서의 눈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승훈의 무대에서 아티스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진영과 보아에게 아부하는 듯한 랩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단발머리라는 가왕 조용필의 노래와도 연관이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숨이 차서 노래를 포기하고 건너뛰기까지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학예회라며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누리꾼들의 평가가 후한 적은 드물지만 이번 경우에는 악성댓글이라고 폄하하기 어려웠다. 누가 봐도 이승훈의 노래는 한국 최고의 기획사 3사가 힘을 합친 오디션 결선무대로 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양현석과 보아의 의견도 그러했다. 양현석은 “오늘 무대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기발한 아이디어는 없었다”며 80점의 낮은 점수를 주었다. 보아 역시 “무대 구성과 안무 자체가 승훈 군 몸에 배어 있지 않다”면서 82점을 냈다. 총점이 250점으로 지난주보다 다소 오른 점수인데, 과연 이승훈이 그럴 만한 무대를 보였다고 공감하기는 힘든 결과였다. 반면 박진영은 “너무 좋았다. 매번 기발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완성도인데 가사, 옷, 춤이 정말 잘 맞았다”면서 88점이라는 대단히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박진영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박진영이 심지어 의상까지도 칭찬했다는 것은 오디션 무대의 모든 것은 심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승훈은 대단히 중요한 노래를 엉망으로 불렀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차피 노래하려고도 잘 부르려고도 안 했고”라면서 어물쩍 넘어갔다. 의상도 평을 하면서 노래는 심사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다. 심사계의 이단아 박진영의 독특함은 존중해야겠지만 적어도 자기모순을 들키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승훈에게 8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박진영이 박지민에게는 86점, 이미쉘에게는 84점의 박한 점수를 주었던 것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음치에 가까운 아이돌 멤버를 둔 박진영이 스스로 찔려서 그런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여 실소를 짓게 하고 있다. 결국 이승훈에 대한 과대평가가 자기 약점을 감추기 위함 꼼수라는 반응인 것이다.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이승훈에 대한 평가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박지민, 이미쉘에 대한 저평가는 정말 납득할 수 없다. 자사에서 여는 오디션이라면 박진영 마음대로 해도 무관한 일이겠지만 방송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는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평과 점수를 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박진영의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방송 두 번째 미션은 밀리언셀러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팝송과 뒤섞였는데 다분히 해외파들을 배려한 느슨한 미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나윤은 무리수 선곡이었다는 혹평과 함께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이승훈은 원조 국민가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형편없이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톱8에 안착할 수 있었다.

김나윤이 지난주만큼의 점수를 받았더라면 누가 탈락자가 됐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어쨌든 김나윤이 심사위원 최저점을 받음으로 해서 더 큰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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