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김태희를 일본이라고 반드시 좋아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배우가 한국인으로서 당연하게 취한 행동 때문에 일본에서 배척당한다면 우리로서는 기분이 언짢게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했다가 일본 내 혐한류 우익들의 공격을 받아 방송까지 보류한 로토제약 앞에서 김태희 퇴출 시위 중인 혐한류파들을 취재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그 시위대를 분석해갔다. 거기에는 중요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네트우익의 지도자급인 사쿠라이 마코토(재특회 회장)였다. 로토제약 앞에서 그는 대단히 과격한 구호로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었다. 한국인을 때려 죽여라.

먼저 사쿠라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재특회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으로 특히 재일한국인들이 그들의 주된 표적이다. 그러나 본래 재특회는 인터넷상에서만 활동할 뿐 오프라인 활동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네트우익 재특회가 혐한류 시위의 선봉에 서게 됐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한때 재특회와 연대했던 또 다른 우익은 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같은 우익단체의 대표인 니시무라는 재특회에 대해서 “시위의 본질을 모른다”고 한 뒤 재특회를 비롯한 네트우익과의 인연을 끊었음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리고는 재특회에 대한 의미심장한 단서를 내놓았다.

재특회는 어리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주축이며, 말만 과격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싫증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일본정쟁증오범죄 연구가 마에다 교수의 말로 좀 더 구체화됐다. 마에다 교수는 “자신들이 패자층으로 전락한다는 공포에 계속 직면해있다. 취직이 안 되거나 파견직인 사람들이 니트족이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 사람들이 재특회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두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장기 경제침체 속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젊은 층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그 두려움이 재특회 등의 과격행동으로 취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빠진 일본인이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는 관동대지진 학살이 이미 역사적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특회 등 네트우익을 일본인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닐 것이다.

노동잡지 기자 야스다 고이치의 토로는 이들의 본질에 냉정하다. “외로웠던 떠돌이 뭔가 그도 사회와 접속하고 싶었다. 그 가운데 적을 부추기거나 적을 발견하거나 또는 없는 적을 발견하거나 그런 것에 그는 노력했을 것이다. 그것은 사쿠라이 뿐 아니라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같은 사정이다”라고 했다.

한국의 시각에서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이나 단체가 이들을 지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그래서 이들이 더 두렵다는 말이 의미심장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사회와 현실에서 소외된 이들이 그 불안과 분노를 외국인들을 향해 쏟아내는 것은 절망의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쉽게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다.

한류가 존재하기에 혐한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한일 간의 특수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전통적인 우익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크기가 더 커지고, 언젠가 기존 극우와 결합하게 된다면 일본의 대외 적대성은 더욱 위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재일한국인이 될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들 재특회가 주로 하는 짓이 재일한국인 괴롭히는 것이다. 조선초등학교 습격, 우토로 습격 등 국내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김태희 배척에는 분노를 느끼는 한국 언론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리가 K-POP, 김태희에 반대하는 혐한류에 갖는 관심만큼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들에 고충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재특회에 대한 진정한 대응이 시작될 것이다. 40만 재일한국인은 독도 만큼이나 소중한 우리 핏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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