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가 지난 1월 21일 국민의힘과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3명을 방송법 위반 및 강요미수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건희 7시간 녹취’ 보도 관련해 1월 14일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들이 MBC 상암 사옥에 항의 방문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1월 28일 최성혁 언론노조 MBC 본부장과 전화 연결해 그날 MBC 사옥 상황과 국민의힘 의원 고발, 방송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최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사진제공=최성혁)

MBC 노조가 21일 국민의힘과 소속 국회의원 13명을 방송법 위반 및 강요미수죄로 고발했잖아요. 고발까지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녹취록 보도가 아직 방송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 불법방송이라 단정 짓고, 언론사 대표에게 ‘방송을 하지 마라’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특정 내용을 방송하라’라고 강요한 행위를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수석부대표, 박성중 국회 과방위 간사는 박성제 사장과 박준우 보도본부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아무 근거도 없이 보도의 불법성 운운하며 방송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특정 녹취 파일이 담긴 USB를 건네면서 방송 편성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행위를 명백한 불법이며 항의로 포장된 협박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항의로 포장된 ‘협박’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핵심은 언론사로 몰려온 인물들이 가진 지위입니다. 국회 과방위나 문체위는 방송 및 신문 등 언론 관련 정책과 입법을 담당하므로, MBC엔 소위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국회 상임위원회입니다. 또한 국민의힘 원내대표단과 과방위 간사 등은 관행적으로 방통위 위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 관여해왔고, MBC 사장과 경영진 인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이 방송사에 떼로 몰려와서 MBC 사장과 보도 책임자에게 본인들의 요구를 강요했기 때문에 저희는 협박성과 불법성이 있다고 보고 고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법성이 있어 보이는 내용을 보도한다면 항의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문제는 그날 국민의힘 항의의 행태가 심각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방송금지 가처분 심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점에, 방송도 되지 않은 보도 내용을 불법방송이라며 몰려와서 MBC 사장에게 편성권을 간섭하며 협박이나 다름없는 강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 내용에 관해 사후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주장에 동의하냐 안 하냐의 문제는 별개로요. 보도 내용에 관한 항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방송사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보도 내용에 대해 간섭했고, 그 자체가 현행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그렇게 한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이트> 보도 내용이 자당 후보에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만으로 방송법 4조에 독립이 보장된 편성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사옥에 왔던 14일 당시 상황은?

“대형 버스까지 대절해 MBC로 몰려온 국민의힘 의원이 저희가 영상으로 확인한 인원만도 13명에 이릅니다. 당직자들과 함께 떼로 몰려 MBC 사옥에 진입하려다 거세게 막아서는 시민들과 과격한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결국은 인원을 줄여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준 국회 과방위 간사 3명만 MBC 사옥으로 들어왔습니다. 저희 MBC 본부 조합원들은 로비로 들어온 이들 원내대표단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당한 방송장악 시도이고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어이 사장실로 올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14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방문을 막아서고 있는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들 (사진제공=언론노조)

<스트레이트> 방송 후 국민의힘은 MBC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는데?

“사후 비평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방송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론사는 당연히 ‘보도 가치’를 판단해서 보도합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겉으로는 언론 자유를 내세우면서,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재갈물리기를 넘어 협박을 일삼는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많은 유권자가 국민의힘의 삐뚤어진 언론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요?

“14일 MBC로 떼로 몰려와서 방송 불가와 방송 편성을 강요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 13명을 지난 21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 MBC의 의무가 아닌 일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강요미수죄도 포함시켜 고발하였습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사법부의 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3월이면 MBC 본부 위원장으로 선출된 지 1년이 되잖아요. 소회는 어떠세요?

“언론노조 MBC 본부는 35년의 역사가 있고 늘 한결같았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공영방송’ MBC를 지키고자 책임의식을 갖고 있고, 제가 맡은 기간 역시 집행부와 함께 긴장감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단결이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취임하실 때 방송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하셨는데?

“MBC 본부는 KBS 본부, EBS 지부 그리고 언론노조와 함께 오랜 기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투쟁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 권력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방송 언론의 독립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근간임을 돌이켜본다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의 결론을 끝맺게 해야만 합니다. 지난 1년간의 투쟁 끝에 만들어낸 ‘국회 언론미디어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이 올해 5월까지입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을 배제하고 시민참여 방식을 도입하는 소위 ‘이용마법’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MBC본부는 21일 3시 대검찰청 민원실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진제공=언론노조MBC본부)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논의 진척이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언론특위 내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는 데 합의한 것 외에 여야 간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관련이나 언론중재법 등에 입장차가 여전합니다.”

3월에 대선이 있고 곧바로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지배구조개선 논의가 가능할까요?

“분명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 언론특위의 활동 기한인 5월 말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러나 특위 내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원회에서 성실한 논의가 진행되고, 최선의 합의점을 제시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에 법 개정이 안 된다면?

“5월 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 최적의 시간을 놓친다면 5년 간 반복해서 경험했던, 기득권이 우선되는 상황이 또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공영방송의 사장을 시민이 직접 뽑을 수 있는 소위 ‘이용마법’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출마 당시 “조합원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MBC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활기차고 희망찬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지난 1년간 본부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조합원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여러 해 지상파 방송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공영방송 MBC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조합은 회사를 상대로 여러 가지 의제를 던졌고, 노사 간 성실한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전국 17개 MBC 지부의 공통 기본급 인상을 이루었고 서울의 경우 성과공유,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 경력 사다리 제도 상설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조합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MBC 여러 곳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지역 MBC뿐만 아니라 서울도 해당되는 ‘방송 작가’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지상파 3사 차원에서 시정 조치에 따른 제도적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 작가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논의는 별도로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언론노조 산별 협약에 따른 방송작가 특별협의체를 재가동해서 진행해야 하고, 이 협의체가 재가동된다면 MBC 본부는 사측이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파견 노동이나 도급의 문제, 특히 드라마 제작 스태프의 노동조건 등 방송산업에서의 비정규직 문제는 특정 사업장의 개별적인 사안으로 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신자유주의가 들어온 이후 20년 넘게 누적된 방송산업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더 큰 협상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는 거죠. 언론노조 산별 협의체를 통한 핵심 방송사들과의 공동 노사협상, 그리고 언론노조와 방통위‧문체부 등 정부와의 노정 협상 등의 큰 테이블이 우선 활성화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산별노조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제 사장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경영진 평가는 조합원 전체의 평가를 정리해서 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개인적인 촌평을 해보자면, 심각한 경영 위기에서 MBC의 대표를 맡아 구성원‧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내고 지난 연말 10여 년 만에 큰 경영 성과를 이룬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아직 공영방송으로서 미래비전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고 조직문화의 혁신 역시 미진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합도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에 올해도 경영진과의 협력,견제의 자세를 놓치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사진=미디어스)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는데 계획은?

“MBC 본부의 목표는 늘 분명하죠.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올해도 최선을 다해서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용마법 입법 투쟁, 3월 대선-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보도 감시 활동, 차기 정부에서 이루어질 미디어법 관련 대응 그리고 올해 만료되는 단체협약 노사협상 등 해야 할 일이 넘칩니다. 조합이 이 여러 과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늘 그렇듯 조합원들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죠. 올해 조합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 MBC 본부가 더욱 단단하게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MBC 제3노조에서 JTBC 손석희 사장 아들의 경력기자 채용을 문제삼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기자 중심의 면접위원들이 진행한 실무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좋은 성적임에도 부모가 누구냐로 인해 채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은 결국 방송언론의 정치 권력,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방송 독립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언론노동자들의 대원칙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여야 막론하고 정치 권력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현 상황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바꾸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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