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난 박현준과 김성현에 대해 KBO가 3월 5일부로 야구 활동 정지를 발표했습니다. 실전 경기는 물론 팀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날인 6일에는 소속 구단 LG가 퇴단 조치를 내리며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KBO에 영구 제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성현이 승부조작을 감행했을 당시 소속 구단인 넥센도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애당초 완강히 부인하던 두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고 KBO와 LG가 선수를 퇴출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는 이대로 파장 분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대구지검은 14일에 중간 혹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수사가 이대로 종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7일부터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하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대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4월 7일로 다가온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의 페넌트레이스 개막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예우’로 보입니다.

만일 14일 대구지검의 발표가 최종 수사 결과가 된다면 프로야구 승부조작 가담 선수는 단 2명에 그치는 것이 됩니다. 프로축구가 40여 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해 처벌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인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야구의 승부조작 가담 선수가 프로축구의 1/20에 그친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믿고 프로야구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여기는 이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을 자행했을 때의 소속 구단은 각각 LG와 넥센으로 달랐고 넥센 문성현도 승부조작에 대한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했다고 밝혀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을 자행한 시점은 지난 시즌 초반부터 후반까지로 사실상 시즌 전체를 통틀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승부조작은 고작 두 명의 선수에 국한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작년이 아니라 훨씬 이전 시점부터 다양한 방식의 승부조작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8월 7일 잠실 한화전에서 1.1이닝만에 4실점으로 강판되는 박현준. 이날 박현준은 1회초 선두 타자 강동우에게 1구 파울 이후 볼 4개를 연속 투구하며 볼넷을 내줘 승부조작 경기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박현준은 마운드에서 영원히 내려갔습니다.
프로야구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프로축구과 프로배구의 승부조작이 밝혀졌을 때만 해도 ‘야구는 복잡한 스포츠라 승부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브로커와 선수가 결탁해 ‘첫 회 볼넷’과 같은 기상천외한 조작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졌습니다. 프로야구의 승부조작이 조직적이며 치밀하게 이루어진 범죄임이 입증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와 같이 투수가 아니라 브로커가 타자를 유혹해 볼에 마구 휘두르게 하는 ‘첫 삼진’ 같은 것에 베팅하는 불법 도박이 자행되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프로야구 승부조작 논란이 불거진 최초의 시점에서 이니셜을 양산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로 폭로전을 불사했던 언론들이 실제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프로야구 개막 시점이 가까워오자 하나같이 입을 봉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보다 앞서 승부조작이 만연한 것처럼 의문을 증폭시켰던 언론들이 ‘이니셜 놀이’를 중단하고 시즌 예상과 전망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들은 최근 승부조작에 가담해 퇴출된 박현준과 김성현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 애쓰는 모습입니다. ‘운동밖에 할 줄 몰라서(범행에 가담했다)’라든가 ‘10년 간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선수’였다든가 하는 감상적인 논조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비판적인 여론과는 거리가 먼 일부 네티즌의 구명 운동도 적극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진정한 피해자는 승부를 조작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철썩 같이 믿고 시간, 비용, 열정을 아낌없이 투자한 팬들임에도 언론은 범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돌변한 언론의 이중적 태도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이 자신들의 ‘밥줄’에 치명타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인기를 얻은 프로야구 덕분에 짭짤한 재미를 본 언론이 승부조작으로 찬바람을 맞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승부조작 가담자가 고작 2명뿐이라고 검찰이 발표하고 언론이 거들어도 이를 온전히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프로야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즌에 돌입해 경기 중 투수가 제구력 난조로 1회에 볼넷을 내주기만 해도 ‘승부조작’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프로야구를 한두 해만 더 할 것이 아니라면 승부조작에 대한 수사는 의혹의 소지 없이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뿌리를 뽑아 모든 것을 털어내야만 합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의 보다 강력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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