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라디오스타>에서는 예능돌이라 할 수 있는 2AM이 출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2PM, 2AM은 상대적으로 예능감이 약한 JYP에서 예능돌로 내세울 수 있는, 아니 생각해보면 아이돌계에서 가장 예능을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들의 방송을 지켜봤는데 역시나 재미있었습니다.

조권은 여전히 조권이었고, 창민도 뒤지지 않는 입담을 가지고 있었고, 멤버들이 가장 물어뜯기 좋아하는 슬옹이는 이번에는 MC들의 밥(?)이 되어 물어뜯기는 장면들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슬옹이는 문근영 이후에 한참 없다가 생겨난 "국민 여동생" 타이틀의 주인공인 소희와, 그 뒤를 이은 국민 여동생 아이유와의 친분을 보여주며 패널들과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기도 했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 가지 관심을 갖게 된 말이 있었습니다. 사실 방송에서는 그다지 길지 않았던 내용인데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바로 CL, 아이유, 그리고 효린이를 놓친 JYP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유는 오디션에서 떨어트렸고, CL은 연습생인데도 내보냈으며, 효린도 마찬가지로 그냥 묻혀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감성보컬, 걸그룹 대표 래퍼, 걸그룹 파워보컬로서 현재 최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데, JYP는 왜 이 실력파 아이돌들을 그냥 내보냈을까요?

일단 JYP 소속 아이돌의 특징 중 한 가지는 바로 대부분이 JYP식으로 길들여졌다는 것입니다. 3대 기획사 가운데 JYP 연습생들이 유난히 연습기간이 길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철저하게 박진영화 시켜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JYP 아이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법과 느낌에서 박진영 느낌이 납니다. 비슷한 창법, 비슷한 호흡법, 그리고 찍고 빠지기 등은 다 박진영이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해준 방법이지요.

실제 이 이야기는 원조 아이돌인 지오디와 2AM, 2PM, 원더걸스, 미스에이 등 JYP 아이돌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박진영이 연습을 시킬 때 한 부분, 예를 들어 지난번에 민이 나왔을 때는 "이 런~"에 감정을 넣어주지 못해서 몇 시간 연습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지요.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JYP 아이돌의 기본 조건은 바로 JYP처럼 노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JYP처럼 노래를 할 줄 아는 아이돌이 되면 데뷔하는 것이지요. 실제 박진영이 조권에게 "네가 그래서 여태 데뷔를 못했던 것이야"라고 지적한 바 있듯, JYP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리틀 박진영이 되지 못하면 데뷔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동안 박진영은 자신에게 맞는 보컬들을 선호해왔습니다. 예전에 박진영은 어딘가에서 말하기를 자신은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고, 작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나네요. 윤종신이 말한 대로 기획사마다 보는 게 다르고 제작자마다 추구하는 게 다른데, 박진영은 본인 스타일에 가수를 맞추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JYP에서 아이유, CL, 효린을 놓친 건 실수도 아니고 미스테리도 아닙니다. 이 세 사람은 확고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가수입니다. 때문에 박진영의 스타일과 안 맞았고, 아마 이들을 JYP 기준에 맞추려고 했다면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네요.

이를테면 아이유 같은 경우는 데뷔 때부터 자기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돌들은 여러 가지 노래와 더불어 춤까지 준비해왔지만 아이유는 단지 노래 하나만을 준비해왔습니다. 오디션을 보던 심사위원이 아이유에게 "노래만 준비했어요?"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지요. 거기서부터 벌써 JYP하고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또한 과연 박진영의 치고빠지는 방법을 아이유가 습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것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물론 시키면 하긴 하겠지만 아이유하고는 기본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유는 어울리지 않는 섹시컨셉을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CL은 기본적으로 래핑스타일부터가 JYP하고 상당히 다릅니다. CL은 약간 자신만의 특유의 방식을 넣어서 하는 스타일이고, JYP측이 추구하는 래핑스타일은 내레이션 방식의 빨리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조권이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지요.

실제로 JYP에서 산이를 제외하면 god때부터 멤버들의 래핑스타일이 다 "빠르게 말하기"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JYP에서 CL이 2NE1에서 하는 것처럼 쿨한 래핑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산이는 솔로이까 본인이 원하는 래핑스타일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고, JYP에서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 언더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자기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연습생부터 활동한 CL이라면 아마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었던 CL이 나갔던지 아니면 CL의 스타일을 JYP 스타일로 바꿀 수 없었던 JYP측에서 CL을 그냥 내려놨던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네요. 게다가 CL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섹시미를 앞세운 스타일이 아닌 어떤 보이시함, 쿨함을 강조한 스타일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CL과도 안 맞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효린의 스타일은 어쩌면 셋 중에서는 JYP와 가장 잘 맞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JYP가 선호하는 섹시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멤버가 효린이니까요. 하지만 효린의 창법 역시 JYP와 기본적으로 잘 맞지 않습니다. JYP의 창법은 지르는 창법이 아니라, 찍고 빠지기 창법입니다.

실제로 예은같은 경우는 오히려 효린에 더 가까운 스타일입니다. 사실 예은은 연습과정이 아예 없었지요. 데뷔하자마자 원걸로 데뷔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텔미 때 가장 삑사리를 많이 낸 게 예은입니다. JYP 창법에 익숙해진 선예, 선미, 소희 등은 그나마 적게 삑사리를 냈지만 기본적으로 질러야 되는 예은이의 창법은 텔미의 쌩목창법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팝송 등에서 더 높은 고음을 부르고도 삑사리가 나지 않았던 예은이 텔미만 나오면 삑사리가 나는 건 바로 그 이유입니다.

파워풀하게 고음을 지르는 효린에게 그 고음을 지르지 말고 "아원 노 바디 노바디 바디 벗 츄~"의 찍고 빠지는 창법을 하라는 것은 노래를 그만하라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효린이도 결과적으로 JYP하고는 맞지 않았던 것 같네요.

때문에 이들이 JYP와 함께할 수 없었던 건 미스테리한 이유가 아닌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이유가 대세가 되니 사람들은 박진영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고 농담하지만 실제로 박진영이 그다지 후회할 건 없을 것 같네요.

아마 계속 JYP에 있었다면 맞지 않는 창법 때문에 데뷔를 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데뷔했어도 지금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JYP에서는 아이유의 가장 큰 장점인 소녀스러움을 살려주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CL이나 효린도 마찬가지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CL도 JYP에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쿨한 랩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효린이도 지금과 같이 시원한 창법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결국 아이유-효린-CL 모두 다 JYP 연습생이었다면 그래서 데뷔했다면 지금과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결국 이들이 다 JYP에서 뿔뿔이 흩어져 맞는 데로 간 건 아닐까요? CL-아이유-효린은 JYP와 맞지 않아서 각자 갈 길을 찾아갔고, 2AM, 2PM, 원더걸스, 미스에이 등은 JYP하고 잘 맞았기에 그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스테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JYP라는 그룹에 들어가서 성공하려면 제작자 박진영의 의도대로 리틀 박진영이 되어 그의 창법, 춤, 표현방식을 익혀야 하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JYP에서 있기 힘들지요. 만약 있는다 해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방시혁이 프로듀싱하는 2AM마저도 JYP의 영향이 상당히 크니까요.

예전에 아이유가 JYP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는 단지 "춤도 준비하지 않았고, 섹시미를 살리기 힘든 아이라서 그렇게 탈락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효린, CL의 이야기까지 나오니 JYP는 JYP 스타일을 익히지 못하면 안 되는구나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JYP가 CL-효린-아이유를 놓친 건 미스테리한 게 아닌 것 같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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