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대 대통령 선거 100일 전부터 60일 전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살펴본 결과, 후보별 지지율과 선호도를 다룬 보도가 가장 많았다. 민언련은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유난히 ‘호감도’를 묻는 여론조사와 이를 전하는 여론조사 보도가 많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25일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출범을 맞아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월 8일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토대로 제작한 보고서 3편을 공개했다. 여론조사 보도를 호감도, 당선가능성, 지지율, 정책 등 12개 항목으로 분류해 살펴본 결과, 신문의 경우 '지지율' 관련 보도가 평균 46.1%로 가장 많았다.

중앙일보, 한국경제, 한겨레의 지지율 보도는 각각 57.9%(33회), 56.7%(17회), 50.0%(16회)에 달했으며 경향신문은 48.1%, 매일경제는 46.7%로 절반에 근접했다. 동아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는 평균에 못 미쳤지만 다른 내용에 비해 지지율 보도가 많았다.

정책 관련 여론조사 보도는 평균 1~2회에 머물렀다. 한겨레 12.5%(4회), 조선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각각 6.7%(2회)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보도내용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언급비율(2021/11/29~2022/1/8)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와 채널A, 선호도·지지율 보도 압도적

호감도와 지지율, 당선 가능성, 정권교체, 이미지·느낌 등을 후보 선호도나 지지율 관련 항목으로 모으고 이를 의혹 보도, 기타 등 3가지로 분류하면 중앙일보의 선호도·지지율 보도는 82.5%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방송사에서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보도는 평균 35.9%로 가장 많았다. TV조선·채널A·MBN은 각각 48.6%, 44.9%, 39.1%로 평균을 웃돌았다. KBS·JTBC는 평균에 못 미쳤지만 지지율 여론조사 보도가 다른 내용에 비해 많았다. 채널A는 선호도·지지율 여론조사 보도비율이 69.4%로 가장 높았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22조는 “선거 기간 중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지율과 선호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책 및 공약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보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의 주체를 선정할 때도 정당 및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이 있다.

민언련은 “신문과 방송 모두 여론조사 보도에서 선호도와 지지율 인용에 편중돼 있으며 정책과 공약에 대한 유권자 평가 관련 여론조사 보도는 찾기 어렵다”며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2016년 마련된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차범위 내 수치를 제목에 쓴 방송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2021/11/29), 채널A(2021/12/1), MBN(1/6), MBC(2021/12/13)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수치만 나열하는 기사 제목

민언련은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으로 오차범위 내 수치를 서열화하는 점을 꼽았다. 민언련은 “오차범위 내 수치를 비교하거나 그 변동에 주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조사결과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6조는 지지율 등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표본오차를 감안해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22건의 여론조사 보도 중 절반이 오차범위 내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앞섰다’거나 ‘이겼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뒤이어 중앙일보가 33%, 매일경제가 32%로 집계됐다. 방송사 중 SBS가 25%(14건 중 4건)으로 서열화 표현이 가장 많았다. KBS, JTBC, TV조선은 서열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수치만 나열해 순위를 오인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SBS <이재명 32.7% vs 윤석열 34.4%>(2021년 11월 29일), <이재명 40.7 vs 윤석열 37.4>(2021년11월 29일), MBC <이 34.5 윤 38.7 심 4.5 안 5.9>(2021년 12월 13일) 등이다. 민언련은 “모바일 등을 통해 제목만 보는 뉴스 소비자가 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신중한 제목 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차범위 내 수치에 과도한 의미부여

중앙일보는 지난해 11월 29일 <부동산 실패에 돌아선 여성층, 이재명 32.9% 윤석열 40.8%>보도에서 “대선후보 선호도가 남녀로 갈렸다”고 표현했다. 중앙일보는 “조사결과 여성층에선 윤 후보가 40.8%로 32.9%에 그친 이 후보와 격차를 제법 냈다”며 “두 후보의 전체 격차에 성별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층의 경우 오차범위 밖이지만 남성층의 경우 두 후보 차이는 2.2%로 오차범위 내로 비교우위를 평가하기 어렵다.

조선희 민언련 미디어팀장은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출범 기자회견에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경마 저널리즘, 수치를 서열화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오차 범위 안에 있는 수치에 대해 서열화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로 ‘오차범위 내 이겼다’, ‘골든크로스’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며 “특히 방송뉴스는 지지율을 제목에 그대로 적는 경향이 많았는데 모바일에서 읽게 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밝혔다.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언련 등 24개 단체가 함께 출범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신문·방송·종편·보도채널과 포털·유튜브 등을 대상으로 대선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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