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주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를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가 이주민이고 저숙련자인 이들이 부실 시공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사장에서 건설 중이던 고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실종됐으며 수색을 통해 1명을 구조했으나 사망했다.

세계일보는 19일 기사 <검증 안된 외국인 인부 8명이 ‘묻지마 타설’… 사고 후 종적 감춰>에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콘크리트 타설에는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국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여했다”며 “특히 콘크리트 타설 근로자의 작업능력이 부실시공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사고 발생 전 39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근로자들은 모두 8명이며 레미콘 장비업체가 현장에 투입한 중국 국적 외국인들로 조사됐고, 이들은 사고 직후 종적을 감춰 정확한 신분과 보유기술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세계일보는 “외국인 건설 근로자들 상당수는 한국어로 잘 소통하지 못한 데다 숙련도 등 기능도 검증하지 못하다 보니 시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라며 “업계에 따르면 과거 건설 현장 단순 시공 인력은 인력사무소 소개로 현장 경험이 많은 내국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50∼90% 가량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는 관련 비자가 없거나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신축 중 붕괴한 아파트(사진=연합뉴스)

국민일보는 19일 기사 <[단독] 미숙련 외국인들 타설 사고직후 자취 감췄다>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골조·타설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상당수가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속도전’이 생명인 지상부 작업에 주로 외국인들이 투입됐는데, 공사비 감축을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이들이 주로 지상부 작업을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고 직후 대부분 잠적했다”며 “이들은 실제 공정 속도 등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이지만, 다수가 체류 자격 문제를 우려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201동 콘크리트 타설일지’를 보면 35층부터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는 곳)까지 5개 층이 6∼10일 만에 타설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붕괴 사고 원인으로 '불량' 콘크리트 사용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20일 기사 <[단독] ‘광주 붕괴’ 콘트리트 납품사 10곳 중 8곳 ‘부적합’ 받았다>에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상당수가 콘크리트 재료 관리 미흡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적발 시기가 화정아이파크 공사 기간과 겹쳐 불량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동아일보는 “사고가 일어난 201동 골조 공사는 지난달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고 당시 여전히 골조 공사 중으로 공사 일정이 최소 한 달 늦어진 셈이어서 현대산업개발의 공사 독촉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조선비즈는 20일 기사 <현대산업개발, 슬라브 두께 약 2배로 늘려 무단 변경… 승인도 안 받았다>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의 일부 슬라브 두께를 당국의 승인 없이 두 배 이상 두껍게 설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콘크리트 두께가 늘어나면 하중도 늘어날 수밖에 없이 무단 설계변경이 붕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조선비즈는 “아울러 현대산업개발은 해당 현장 공사 방식도 승인 절차 없이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39층 바닥면을 재래식 거푸집(유로폼)으로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하기로 계획을 승인받았다”면서 “그러나 실제 39층 슬라브는 승인받은 공법이 아닌 ‘무지보’(데크 플레이트·Deck plate) 공법을 사용해 공사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이었어도 사고는 못 막는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현재 국내 건설업·제조업 현장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의 숙련도 지적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이주노동자 중 불법체류자 신분이 많은 것은 ‘고용허가제’로 인해 3년 근무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본국에 갔다 다시 돌아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허가 문제, 코로나로 인한 재입국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탁 소장은 “작년 이주노조 위원장에게 들은 바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40만 명’으로 굉장히 숫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는 국내 사업자가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관리하는 제도다. 고용 허가 기간은 최장 3년이기 때문에 기간이 지난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 남아 일을 계속하고 있다.

탁 소장은 “경찰 수사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전문가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숙련도를 문제 삼는 것도 엉뚱하다”며 “이주노동자가 광주에서 집중적으로 일한 것도 아니고, 유독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현장에서만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이주노동자에게 언론이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현장 노동자가 이주민이 아닌 한국인이었어도 사고는 못 막는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굉장한 혐오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자가 쓴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보도는 이주민과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혐오와 차별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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