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공공기관이 동아일보·경향신문에 의뢰한 6억 원에 달하는 정부광고가 지면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른바 정부광고 판갈이 의혹이다.

이에 대해 정부광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보완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식 수사를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와 책임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정부광고 검증 시스템도 없는데 무슨 정부광고 지표를 이야기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언론재단에 제출한 2019년 9월 30일 LH 광고 증빙자료와 실제 발행 신문

미디어스가 정부·공공기관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일보·경향신문에 의뢰한 4천만 원 이상 광고를 조사한 결과 12건의 광고를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미디어스가 신문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 동아일보·경향신문 홈페이지 내 지면 서비스, 종이신문 등을 살펴본 결과 정부광고가 있어야 할 곳에서 삼성·현대·LG·SK 등 대기업 광고가 확인됐다.

동아일보에서 확인 안 되는 정부광고는 ▲2018년 3월 27일 인천공항(광고비 5천만 원, SK 광고 게재) ▲2018년 4월 28일 LH(광고비 5천 5백만 원, LG 광고 게재) ▲2018년 5월 31일 LH(광고비 4천 7백만 원, SK 광고 게재) ▲2018년 6월 29일 LH, 인천공항(광고비 각각 5천 5백만 원, 명인제약·삼성전자 광고 게재) ▲2018년 9월 28일·29일 LH(광고비 각각 5천 5백만 원, LG전자·씨엘바이오 광고 게재) ▲2019년 9월 27일·28일·30일 LH(광고비 각각 5천만 원, 현대자동차·삼성전자 광고 게재) 등이다. 총 광고비는 5억 2천 2백만 원이다.

경향신문에 실리지 않은 정부광고는 2건, 총 광고비는 8천만 원이다. ▲2020년 10월 28일 LH(광고비 4천만 원, 신한은행 광고 게재) ▲2021년 10월 30일 LH(광고비 4천만 원, 전주페이퍼 광고 게재) 등이다. 동아일보·경향신문은 언론재단에 공공기관 광고가 게재된 지면 PDF 파일을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앞서 미디어스는 정부·공공기관 광고가 있어야 할 조선일보 지면에 대기업·아파트 분양광고가 게재된 것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경향신문이 언론재단에 제출한 2020년 10월 28일 LH 광고 증빙자료와 실제 발행 신문

또한 LH가 2019년 9월(동아일보) 의뢰한 광고와 2020년 10월(경향신문) 의뢰한 광고 이미지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광고에는 "정부경영평가 2년연속 A등급"이라는 문구가 있다. LH는 2020년 7월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경향신문 광고에는 "정부경영평가 3년 연속 A등급"이라는 문구가 있어야 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영덕군청에 “지방 발행 신문에만 광고가 실렸다”고 해명했지만 조선일보의 지방판 전면 광고비는 2천 775만 원이다. 동아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광고 요금표에 따르면 지방판 전면 광고비는 2천 775만 원이다. 동아일보 지방판에 공공기관 광고가 실렸다고 해도 광고비 과다청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미디어스는 동아일보에 정부광고가 실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초판만 요청해서 광고가 나갔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요청은 누가 했는가. 또 4천 만 원짜리 광고가 초판에 실리는 것은 이례적인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지역에서 광고주 요청으로 그렇게(초판에만 광고 게재) 할 순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CI, 한국언론진흥재단

"검증 절차도 없는데 무슨 정부광고 지표 이야기를 하는가"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신문사 지면에 정부광고가 실리지 않는 일이 반복된 것에 대해 “지면에 광고가 실리지 않은 것을 ‘계약 불이행’으로 봐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재단에 현황 검토, 제도 보완을 요청했다”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배경록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은 “문체부와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며 “제도적·관행적 문제가 혼재돼 있다. 이를 아울러 개선책, 대책을 문체부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했다. 배 본부장은 “문체부와 조율을 통해 큰 틀의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경록 본부장은 ‘수천만 원 규모의 정부광고가 초판에만 실리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광고주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론재단은 대행 기관이어서 일일이 체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정부·공공기관이 이런 식으로 돈을 쓰는 게 맞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상임이사는 “최근 문체부가 정부광고 지표를 개발했는데, 그전에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공공기관이 언론사에 돈을 주기 위해 광고를 의뢰하는 게 아니라면, 정부광고가 제대로 집행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검증 시스템도 없는데 무슨 지표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밝혔다. 또한 윤 상임이사는 문체부·언론재단 차원의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문제가 사실이라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광고주 역시 자신들이 속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제도개선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있어 문제가 발견되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재단에 정부광고 내역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정부광고 집행을 하는 언론재단과 광고주인 정부·공공기관의 방만한 행정, 이를 이용한 언론들의 광고 사기”라면서 “큰 규모의 혈세가 낭비된 사건이다.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책임지고 전수조사를 통해 광고 사기를 벌인 언론을 밝혀내고, 상당 기간 또는 경우에 따라 영구적으로 정부광고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퇴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성국 활동가는 “언론이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정식 수사를 통해 광고 사기가 벌어지게 된 이유와 책임이 정확하게 누구에게 있는지, 또 유착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국민 혈세 정부광고, 조선일보에선 지면 따로 증빙 따로)

(관련기사 ▶ 조선일보 정부광고 사기 의혹 “전면적 수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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