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JTBC 이정헌 기자와 YTN 안귀령 앵커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로 또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 '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가 논란이다. 언론계 전체의 신뢰성을 갉아먹는 '권언유착' 행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사례는 쌓여가고 있다. 언론인의 정치권행이 잦은 탓에 이젠 비판조차 무디다는 자조섞인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향신문은 사설 <현직 앵커들의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도는 안중에 없나>에서 "권력견제와 비판에 힘써야 할 현직 언론인들이 사직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유력 대선 후보의 입으로 변신하다니, 직업윤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언론 국가인재 영입을 발표한 뒤 이정헌 전 JTBC 기자(왼쪽)와 안귀령 전 YTN 앵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단=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자신들이 뉴스에서 했던 발언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언론계 전체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의 정치참여'를 강조한 이 전 기자, '비정규직의 벽'을 거론한 안 전 앵커에 대해 "바른 정신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캠프로 직행하진 않을 것이다.(중략)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 안 전 앵커의 행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두 언론인을 영입한 민주당에 대해 "이러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야당 시절 보수정권의 언론인 영입을 '권·언유착' '언론윤리 위반'이라며 비판하더니, 집권 후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언론이 자신들만 탓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더니 뒤에선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를 접촉해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행위인지 자문해보라'는 YTN노조의 비판을 민주당은 새겨야 할 것"이라고 썼다.

같은 날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칼럼 <선수가 된 언론인>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현직 기자의 정계 직행 사례는 오전에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 민경욱 전 의원이 꼽힌다. 현 정부에서는 강민석·윤도한·여현호 전 기자가 청와대로 직행했고, 조수진 의원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며 국민의힘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며 "기자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일이 잦아선지 비판조차 무디다"고 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언론의 편파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부실하다"며 "정치권이 정말 원하는 것은 중립 아닌 내 편 언론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논설위원은 ▲비판적 언론보도에 대한 '입막음' 소송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모르쇠 ▲국민의힘 '공영방송 정상화' 공약(사극 제작·국제뉴스 30% 편성) 등을 정치권의 부적절한 행태로 꼽았다.

1월 19일 경향신문 사설 <현직 앵커들의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도는 안중에 없나>, 한국일보 <[지평선]선수가 된 언론인>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현직 언론인의 정치권행이 반복됐다.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 여현호 전 한겨레 기자,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기흥 전 KBS 기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등이 청와대로, 국회로, 여야 대선캠프로 향했다. 때마다 정치권행 인사가 소속된 언론사 구성원들과 시민사회 등에서 비판이 일었다.

지난 2014년 민주당은 민경욱 KBS 문화부장의 청와대 대변인 행에 대해 "권언유착 정도가 아니라 공영방송에 소속된 언론인을 청와대 직원쯤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박근혜 정권의 언론정책을 엿볼 수 있다. 언론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일 민주당 선대위 기자회견에서 이 전 기자는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에 대해 "30년 가까이 방송하면서 제 모든 말과 글의 중심에는 팩트가 있었다"며 "우려는 알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정치영역에서 바르고 올바른 소식을 전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 지켜봐달라. 지나친 기우였음을 알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JTBC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이 전 기자가 재보궐 선거 출마를 위해 정치권 직행을 택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전북 전주시을)에 전주 출신인 이 전 기자가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다. JTBC는 2020년 6~7월 스무 차례 넘게 '이상직 국회의원 일가의 편법 증여와 조세 포탈 의혹' 연속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안 전 앵커는 자신의 민주당 선대위 직행으로 '뉴있저'의 신뢰성과 YTN 반박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단 한번도 뉴스를 준비하면서 개인적 목적을 가진 적 없다"며 "YTN 구성원 모두가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 중인데 그런 의혹 제기는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민경욱 KBS 문화부장 청와대 직행 당시 자당의 비판 등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민경욱 앵커가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을 두고 어떤 논조와 내용으로 비판했는지 지금 인지하고 있지 못해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권 부단장은 "다니던 언론사를 정리하고 정당인으로 새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행보와 활동은 유권자인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며 "언론은 정부·입법부·선대위 등이 하고 있는 공공의 역할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언론인은 인재로 당연히 모실 수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