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후보자는 5일 청문회를 통해 스스로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부적격 인사라는 점만 확인시켰다.

이계철 후보자는 방송 문외한이라는 점을 청문회에서 드러냈으며 KT ‘로비의혹’ 역시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또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 “임명되면 추후 검토하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해 질타받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계철 후보자가 정보통신부 차관과 KT사장을 역임한 뒤, 관련 민간업체의 고문 등을 다수 맡아왔다는 점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이 아니냐’는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이 후보가 인사청문회 요청안에 고문 및 사외이사로 있던 경력을 첨부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혹을 키웠다.

▲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문방위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계철 후보는 2000년 12월 KT 사장을 그만둔 이후, KT 고문(2001년 2월~6월, 2002년 12월~2005년 1월), 애니유저넷 고문(2002년 5월~12월), 에이스앤파트너스 고문(2005년 1월~2006년 3월), 에이스테크 고문 및 에이스안테나 사외이사(2006년 3월~6월), 글로발테크 고문(2006년 6월~2009년 12월) 등을 맡았다. 정보통신 및 KT와 관련된 민간업체들이다.

또 이 후보는 2002년 5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인터넷진흥원 이사장을 지냈고, 2006년 1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전파진흥원 이사장까지 겸임했다.

‘로비’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계철 후보가 고문직을 맡았던 기간 동안 해당 업체들이 KT와 자회사로부터 입찰을 통해 수주를 받거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등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계철 후보에 대해 “로비스트가 아니라면 최소한 로비의 통로였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니유저넷은 2002년 이계철 후보가 고문을 맡은 후, KT의 중소기업기술혁신프로젝트 공개입찰을 수주 받았다. 같은 해 7월 KT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화 도입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KT로부터 7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에이스 파트너스도 이계철 후보가 고문을 맡은 2005년 1월, 직후 해당 업체 또한 KT의 와이브로 사업협력업체로 선정됐다.

글로발테크 역시 이계철 후보가 고문을 맡았던 2006년, 첫해 KT 자회사였던 KTF로부터 200억 원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이 후보가 고문으로 있는 동안 글로발테크는 KTF와 총 540억 원의 납품을 체결한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던 비씨엔이글로발(글로발테크와 동명) 유기석 전 대표이사는 “전용곤 회장이 KT 사장 출신의 외부인사 등 인력보완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계철 후보는 이러한 '로비의혹'에 대해 “40년 동안 정보통신 쪽 경륜으로 고문으로 위촉됐다”, “정당하게 고문료를 수령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2006년 글로발테크 총 인건비의 20%에 해당하는 8000만원을 고문료로 수령한 점에서 후보자의 답변으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문회장에서는 방통위의 방송관련 업무에 대해 이계철 후보의 무지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KBS 사장과 관련해 “KBS 이사들이 위촉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답한 이 후보는 ‘KBS 이사들은 누가 임명하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뒤에 앉아있던 방통위 직원들이 “방통위”라고 고쳐줄 정도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과정의 문제점과 무죄판결에 대해 몰랐으다. 또 MBC 노조파업과 KBS, YTN의 문제에 대해 견해를 묻는 질문에 “방송사 내부의 문제”라며 “시청권이 훼손되는지 여부에 대해 추후 검토하겠다”고 답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국통신 사장 재직시절 경영혁신을 통해 민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 이계철 후보자가 내세운 공적이지만 청문회에서는 논란이 됐다.

정부관계부처의 ‘9000여명을 해고하라’고 지시에도 이계철 후보는 1만 5000여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그로 인해 이 후보자의 사장 재직 중 2차례의 총파업이 일어났다. 이 후보는 “정리해고에 노조가 협조했다”고 해명했으나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후보 KT 사장 재직 당시 노조 대의원)은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었다”고 일축했다.

이계철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끝났다. 문방위는 오늘(6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 예정이다. 그러나 청문회를 지켜본 입장에서 이 후보가 과연 방송통신 전체를 아우르는 방통위의 수장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회의감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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