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칩거 닷새 만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대국민 사과문을 들고 등장했다. 심상정 후보는 "저는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라고 대국민 사과했다. 심상정 후보는 노동·여성·기후위기 등 이번 대선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선언했다.

심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며칠 동안 갑작스런 선거운동 중단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저를 위해 귀중한 시간 할애해 주셨는데 일정차질로 혼란을 겪으셨을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 후보는 "대선 일정을 멈춘 것은 단순한 지지율 때문이 아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저와 정의당이 손 잡아야 할 분들과의 거리가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저는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이다.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더 큰 힘을 가지고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 소명을 이루고자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그 과정에서 진보의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며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입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이른바 '조국 사태'로 사회적 논란이 극심했던 시기다.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공조 차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했다.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이어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훼손됐고 교섭단체를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의석 수 6석을 지키는 데 그쳤다.

심 후보는 "선거제도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진보의 가치만 흔들면서 진보정치가 성장하길 바랐던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는데,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이분들의 마음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다음세대의 진보가 당당하게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며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앞으로 해야할 것을 약속했다. 심 후보는 "남탓하지 않겠다"며 거대양당의 횡포나 당의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심 후보는 노동·여성·기휘위기 등 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목소리를 더 크게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의제들이 곧 시대정신이다. 여성·노동·기후위기가 그렇다"며 "3대 시대적 과제가 호명되지 않거나 공격당하고, 외면받는 현실이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키워내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심 후보는 "먼저 진보진영에서 금기처럼 성역화되어왔던 주요 의제들을 논의하겠다"며 "생각이 다른 분들과 적극 대화하겠다"며 "진영을 넘어 우리사회 공통의 가치를 복원하는 대선을 치르겠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진보진영에서 금기시된 의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를 들어 정년연장 문제, 연금개혁 논의 등이 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자 사이 연대를 가로막는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런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선거운동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심 후보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선거를 어떻게 치룰 것인가에 대해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만 앞세우고 뒤따르지 못하면 실망을 드릴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심 후보는 자신과 당이 성찰한 결과를 종합해 선거운동을 구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선거대책위원회 운영과 외부인사 영입 관련 질문에 심 후보는 "현재 당 공식 선대위는 해산했다. 집행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해 갈 것"이라며 "외부인사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런 퍼포먼스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양자TV토론에 대해 심 후보는 "학교에서 키 작다고 시험장에서 내쫓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건 선거운동 담합"라며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말살하는 민주주의 폭거다. 이런 TV토론이 이뤄진다면 두 후보는 공정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7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면담을 갖고 다자토론 개최를 촉구했다. 정의당 의원단은 18일 지상파 3사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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