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강택 TBS 대표가 서울시의 출연금 삭감(55억 원)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절감과 재원 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디지털 퍼스트' 콘텐츠 생산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재원 다각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사를 통해 "주지하듯이 지난 연말 예산 심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며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는 노력은 잘 쓰고, 더 벌고, 재발을 방지하는 3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 (사진=TBS)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 44조 원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역대 최대규모의 서울시 예산안이지만 TBS 출연금은 전년 대비 55억 원 줄어든 320억 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 출연금 삭감으로 TBS는 전체 사업비의 16%, 라디오 제작비의 25% 가량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명목으로 TBS 출연금 123억 원을 삭감하려 했지만 서울시의회의 막판 조율 끝에 삭감액이 조정됐다. 황규복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최대한 지난해 수준으로 출연금을 편성하려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며 "추경을 통해 출연금을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신년사에서 "가용 재원이 줄어든 만큼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잘 써야 한다"며 총제적 예산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구조를 진단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하게 잘라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협찬사업 적극 유치 ▲우수 기획을 통한 제작비 외부조달 비율 제고 등을 통해 회사를 '잘 버는' 체질로 개선하고, 시민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말했다. 시민후원을 통한 프로그램 제작이 예상된다.

또 이 대표는 "이번처럼 재난에 가까운 예산안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재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시민사회·학계와 함께 공영방송 TBS의 안정성 보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라디오 상업광고 허용은 물론 국고지원,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역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재원들로 바람직한 재원 구조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자"고 설명했다.

TBS는 지난 2020년 공영미디어를 표방하며 미디어재단 형태로 서울시로부터 독립했지만 수입의 70% 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TBS 재단법인화를 허가한 방송통신위원회는 TBS가 요청한 상업광고를 공공성 저해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라디오제작 외부협력 다각화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OTT 진입을 위한 방송 콘텐츠 제작 ▲온라인 보도 콘텐츠 제작 등을 강조했다. 라디오·TV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수준을 넘어 부문별로 디지털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TV제작본부는 '제작본부'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 대표는 "TBS는 독립적이고 선명한 언론사가 될 것인지 관의 부속기관으로 도태할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며 "우리 구성원들은 '시민의 방송'의 주체적인 수임자로서 TBS의 변화를 주도하고 위기에 응전해야 한다.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독립적인 언론사 TBS로 나아가는 길, 그 맨 앞에 제가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TBS는 재단 전환 전 18% 수준이었던 재정자립도를 지난해 27%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TV와 유튜브,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게 재정자립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재단 전환 이후 TBS의 TV 시청률 순위는 200위 대에서 60위 대로 상승했고, 유튜브채널 구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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