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낡은 골목이나 시장을 주로 돌아다니던 다큐멘터리 3일이 이번에는 서울에서도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여의도 KBS를 찾았다. KBS의 그 많고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다큐3일이 방문한 곳은 다름 아닌 개그콘서트의 제작현장.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들을 가장 담담한 사람들이 찾은 것이다.

세상의 낡고 후미진 곳을 누비던 카메라들이 웃음이라는 시대의 첨단언어를 어떻게 다룰지가 무엇보다 궁금했고 또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큐3일은 자신들의 시선을 개그콘서트라고 해서 바꾸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세상이 몰랐던 개그맨들의 새로운 연민을 발견하거나, 가장 슬픈 곳을 건드린 것도 아니다.

먼저 다큐3일은 개그콘서트의 15개 코너 각 5분의 웃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개그맨들은 녹화에 앞서 두 번의 큰 산을 넘어야 했다. 개그콘서트 PD와 작가에게 사전 검사를 맡아서 통과해야 비로소 녹화가 가능한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대본화하고 연습하기에도 일주일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님에도 그들은 혹독한 검증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감수성, 불편한 진실, 애정남 모두 예외는 없었다. 스스로 웃기 위해 못할 짓이 없다는 개그맨들은 개그콘서트 5분을 위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냥 대중 앞에 세워도 좋을 법도 싶지만 개그콘서트는 냉정했다.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도 실제 티비로 내보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개콘 서수민 PD는 이런 혹독한 검증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 밥상”이다. 매주 기대하게 하는 맛있는 밥상이라 해도 그렇지 개그콘서트는 너무 심하게 노력한다.

그리고 다큐3일이 후반부에 집중한 것은 이문재라는 신인 개그맨이었다. 개그맨 시험에 무려 13번이나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개그맨이 된 이 개그맨은 겨우 2년차인데도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그를 아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2주 방송에 나갔지만 3주째는 그만 보류판정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이문재와 함께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더 나이 많은 개그맨 정진영의 소원은 KBS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거라고 했다. 개그맨이 된 지금 그곳에서 실컷 밥을 먹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옷도 안팎으로 개그콘서트 마크가 찍힌 것만 입는다. 물론 그를 아는 시청자는 없다. 무명개그맨이다. 그런데 다큐3일은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시청자에게 소개를 하고자 했다.

다큐3일은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최효종, 김원효, 신보라가 아니라 이문재에 관심을 보였다. 다큐3일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잘 나가는 것, 성공한 무엇에 숟가락 얹어서 시청률을 탐하지 않는다. 그것이 연예가중계가 아닌 다큐3일이 개그콘서트를 대하는 근본적인 차이다.

개그콘서트를 찾아도 다큐3일은 다큐3일일 뿐이었다. 그렇지 않고 잘 나가는 개그맨들 뒤나 쫓았다면 방송 중에는 흥미를 느꼈어도 막상 끝나고 나서 실망했을 것이다. 대중은 아직 이문재나 정진영이란 개그맨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MC 유재석도 뜨기 전에는 그저 이문재나 정진영과 다를 바 없었다. 개그맨들에게는 한방이 있다. 그 이유는 지독한 노력과 절심함에 있다.

개그맨들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개그콘서트 5분을 위해 일주일을 꼬박 전력질주해야 한다. 그러고도 방송에 나간다는 보장 없는 철저한 실력과 노력 위주의 트레이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금 예능계를 주름잡는 이수근, 김병만, 정형돈, 유세윤 등등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다큐3일이 무명 개그맨 이문재, 정진영을 주목한 것은 그래서 의미 있다.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큐3일은 개그콘서트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자 했고, 알아냈다는 점이다. 개콘의 백스테이지를 흥미로 돌아다닌 것이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이슈가 아닌 주변을 세심히 바라보는 다큐3일의 그런 느슨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좋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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