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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7시간 녹음파일' 보도, 관건은 '공익적 가치'한국일보 "알려진 내용 사실이면 보도가치 없지 않아"…기자의 취재 통화 녹음이 불법?
송창한 기자 | 승인 2022.01.14 11:4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은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파일' 보도가 예고되자 '사적 통화'라며 보도 정당성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사적 대화라도 공적 사안은 보도될 수 있어 위법 소지가 낮다는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한 매체의 기자가 6개월 동안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통화한 내용이 조만간 공개된다"고 [단독]보도했다. 이후 국민의힘 고발과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MBC에 해당 녹음파일을 제보한 것으로 특정되었다. MBC는 16일 방송을 준비 중에 있다. 

김 씨 녹음파일에는 문재인 정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어머니 최은순 씨와 법적분쟁 중인 정대택 씨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 기자가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김 씨에게 접근해 '사적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이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취재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칼럼 <김건희의 '사적' 통화>에서 "6개월간 20여 차례나 통화하고 MBC에 녹음파일을 넘기기 전까지 묵혀둔 정황을 보면 순전히 인터뷰를 위한 통화인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사적 대화라도 공적 사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중략)김 씨의 통화도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없지 않아 보인다"고 썼다. 김 논설위원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한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 사례를 들었다. 나 전 비서관은 해당 발언을 보도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2019년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김 논설위원은 취재 윤리에 대한 지적으로 칼럼을 이어갔다. "김 씨가 통화 녹음에 동의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언론사 기자라면 신분과 취재 목적을 밝히는 것이 기본이고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녹음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녹음된 육성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불가피한 잠입 취재가 아닌 한 동의를 받아야 옳다"며 "서울의소리 기자가 이런 원칙을 지켰는지는 불확실한데, 이제 보도의 주체가 된 MBC가 이러한 맥락과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또 김 논설위원은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보도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언론보도의 기준이 늘 분명하지는 않다.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사적 영역 침해가 용납되곤 했다"며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사생활 침해에 둔감한 게 근본적 문제다. (중략)인격권은 삶을 지탱하는 기본권이다. 보다 엄격한 기준을 찾을 때가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기자가 통신비밀보호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자가 윤 후보 낙선 목적으로 불법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통화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녹음했을 때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 간의 대화'에 대한 도청이나 녹음을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통화 당사자인 이 기자의 녹음은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언론이 특정인에 대한 비방을 목적으로 악의적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 다시 말해 공익적 목적에 따른 보도를 할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

한국일보 1월 14일 <[지평선] 김건희의 '사적' 통화> 갈무리

KBS 최경영 기자는 14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기자가 취재대상과 통화할 때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라며 "기자가 김 씨 통화를 녹음한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특히 기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록으로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녹음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현명하다"면서 "기자가 스스로 보도할 역량이 안 되니 타사 기자에게 통화 녹음 파일을 제공했다 역시 제가 아는 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최 기자는 "다만 보도를 하는 주체는 이 파일의 내용이 보도할 만한 공적 가치가 있는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사유가 있는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내용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관련 취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자본주의의 기본은 돈의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은 말의 자유다. 둘 다 사후에 문제가 되면 혹독하게 처벌되지만 사전에는 최대한 자유롭게, 그게 서구 선진국들의 자유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날 한겨레는 국민의힘 당내에서 '7시간 통화 내용'이 리스크로 번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에 "강경 지지자들은 (통화 내용을)믿지 않더라도 중도층 지지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나"라며 "내홍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관련 보도에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용을 모르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국민의힘이 MBC상대로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심문을 진행한다. 방송금지 가처분의 성격상 이르면 이날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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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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